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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중

전 단양교육장·소설가

요즘 '장자(莊子)'를 다시 읽고 있습니다. 오래 전 읽은 것이어서 내용의 한 토막 한 토막이 새롭게 다가옵니다. 그 1편 '자유롭게 노닐다(逍遙遊)'의 여덟 번째 꼭지에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요(堯) 임금이 나라를 허유(許由)에게 넘겨 줄 결심을 하고 말합니다.

"해나 달이 떴는데도 켜 놓은 관솔불 빛은 헛된 것 아니겠습니까? 때가 되어 비가 오는데도 밭에다 물을 대고 있으면 그 노고도 헛된 것 아니겠습니까? 선생께서 위(位)에 오르셔야 세상이 바르게 될 터인데, 제가 아직 임금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제 스스로 부족함을 알고 있으니, 청컨대 세상을 맡아 주십시오."

허유가 대답합니다.

"왕께서 다스려 세상이 이미 좋아졌는데, 제가 왕이 되는 것은 오직 이름을 위한 것 아니겠습니까? 이름은 실재의 껍데기일 뿐, 제가 그것으로 뭘 하겠습니까? 뱁새가 깊은 숲속에 둥지를 트는 데는 가지 하나만 있으면 되고, 두더지가 시내에서 물을 마시는 데는 그 작은 배를 채울 물만 있으면 됩니다. 임금께서는 돌아가 쉬십시오. 저는 세상을 다스릴 필요가 없습니다. 부엌의 요리사가 부엌일을 잘못해도 제사 시동(尸童)이나 신주(神主)가 술 단지와 적대를 들고 와서 그 노릇을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장자는 유가(儒家)에서 이상(理想)으로 생각하는 성군(聖君) 요(堯) 임금과 당대의 은자(隱者) 허유(許由)를 등장시킵니다.

요 임금은 나라를 위해 일할 만큼 일했으니 임금 자리를 허유에게 물려주고, 이제 나라를 다스리는 일보다 더 중요한 자기 수양에 전념하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허유는 거절합니다. 이름이 필요 없다는 것입니다. 이 세상을 사는데, 뱁새나 두더지 같은 동물이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조건에 만족하고 살아가듯, 자기도 그렇게 살겠다는 것입니다.

일설에 의하면 허유는 그 말을 듣고 귀가 더러워졌다고 강으로 가 씻었다고 합니다. 알렉산더 대왕이 찾아와 무슨 소원이든 말하라고 했을 때 지금 자기에게 비치는 햇빛을 가리지 말아달라는 것밖에는 달리 부탁할 게 없다고 한 고대 그리스의 철인(哲人) 디오게네스를 연상시키는 이야기입니다.

위의 풀이는 오강남 교수의 저서 '장자'에서 빌려온 것입니다.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는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어른들은 숫자를 좋아한다. 어른들에게 새로 사귄 동무 이야기를 하면, 제일 중요한 것은 도무지 묻지 않는다. 그분들은 '그 동무의 목소리가 어떠냐? 무슨 장난을 제일 좋아하느냐? 나비 같은 걸 채집하느냐?' 이렇게 묻는 일은 절대로 없다. '나이가 몇이냐? 몸무게가 얼마나 나가느냐? 그 애 아버지가 얼마나 버느냐?' 이것이 그분들이 묻는 말이다. 그래야 그 동무를 아는 줄로 생각한다. 만약 어른들에게 '창틀에는 제라늄이 피어 있고 지붕에는 비둘기들이 놀고 있는 아름다운 붉은 벽돌집을 보았다'라고 말하면, 그분들은 그 집이 어떻게 생겼는지 생각해 내질 못한다. '1억 원짜리 집을 보았어'라고 해야 한다. 그러면 '거참 굉장하구나!'하고 감탄한다."

어른들의 헛된 욕심을 가시로 콕 찌릅니다. 법정 스님도 욕심을 비웃으며 청빈(淸貧)을 이렇게 추켜세우셨습니다.

'이것저것 많이 차지하고 있는 사람한테서는 느끼기 어려운 인간미를, 조촐하고 맑은 가난을 지니고 사는 사람한테서 훈훈하게 느낄 수 있다. 이런 경우의 가난은 주어진 빈궁(貧窮)이 아니라, 자신의 분수와 그릇에 맞도록 자기 몫의 삶을 이루려는 선택된 청빈일 것이다. 주어진 가난은 악덕이고 부끄러움일 수 있지만, 선택된 그 청빈은 결코 악덕이 아니라 미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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