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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4.12.16 13:22:57
  • 최종수정2024.12.16 13:22:56

최창중

전 단양교육장·소설가

'황제'라고 하면 무소불위의 권력자가 연상됩니다. 가진 힘이 너무도 대단해 누구나 한 번쯤 그런 자리를 누리고 싶어 하지요. 대대손손 권력을 이어가고 싶기도 하겠고.

하지만 로마제국의 황제를 보면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 이후로 314년 동안 자그마치 37명이나 그 자리가 바뀌었습니다. 황제의 평균 재임 기간이 8.5년에 불과합니다. 바뀐 주된 이유가 놀랍습니다. 37명 중 24명의 황제가 암살당했습니다.

그 밖의 이유도 평범하지 않습니다. 자살, 처형, 병사, 전사 등 황제라는 자리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죽음이 대다수입니다. 어떤 황제는 황제가 되고 로마로 즉위식을 하러 가는 길에 죽기도 했고, 1년에 황제가 5번이나 바뀌는 상황도 있었습니다. 모두가 선망했던 로마제국 황제의 금관은 결국 피로 얼룩진 불행한 역사였던 것이지요.

"엄마, 할아버지가 대통령이었대요. 알고 있었어요?"

미국의 33대 대통령이었던 해리 트루먼의 손자 클리프턴 트루먼 다니엘은 57년 전의 그날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그가 가족의 '비밀'을 알게 된 건 초등학교 1학년 첫 수업에서였습니다. 모든 학생이 돌아가면서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이었는데, 다니엘이 자신의 이름을 말하고 자리에 앉자 선생님이 "네 할아버지가 대통령 아니었니?"라고 물었던 것입니다. 학교에서 돌아온 아들의 질문을 앞에 놓고 엄마는 잠시 멈칫했지만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그래. 그런데 이걸 기억하렴. 어떤 아이든 할아버지가 대통령일 수 있거든. 대통령의 손자라고 해서 자만하면 안 돼."

이 이야기는 훗날 대통령 후손협회의 부회장이 된 다니엘이 워싱턴포스트에 밝힌 일화입니다. 다니엘은 지금도 자신에게 남몰래 당구를 가르쳐주고 놀아준 경호 요원들에 대해 '무장한 삼촌들이 많았다'고 기억합니다. 할아버지와 함께 여행할 때 그들을 호위하는 리무진과 비행기, 개인 제트기 등을 보고 "우리가 점점 더 부자가 되는 건가요?" 하고 묻는 아들에게 엄마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아니, 우리는 그냥 할아버지와 함께 여행하는 거야."

다니엘은 학교에서 트루먼 정부에 대해 공부하던 시기를 다음과 같이 회상했습니다.

"다른 아이들과 나의 유일한 차이점은 내가 집에서 사실확인을 할 수 있다는 것뿐이었다."

트루먼 대통령의 외동딸이었던 엄마는 평소에도 대중의 시선을 무척 부담스러워했습니다. 다니엘이 부모님과 함께 뉴욕의 한 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 나올 때였습니다. 한 시민이 물었습니다.

"마거릿 트루먼 아닌가요?"

엄마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습니다.

"아니오."

하지만 뒤를 따르던 아빠가 짓궂게 말했습니다.

"대통령의 딸 마거릿, 맞아요."

로마제국의 황제들과 트루먼 대통령의 후손이 오묘한 시사점을 던집니다. 권력은 유한합니다. 화무십일홍이지요. 현재 지닌 권력을 무한한 것으로 착각하고 날뛰다간 로마의 황제들처럼 비운의 주인공이 되기 십상이지요. 작금의 이 나라 사태를 보면, 권력을 현재 향유하고 있는 자, 미래의 권력을 호시탐탐 노리는 자들이 함께 유념해야 할 시금석이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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