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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중

전 단양교육장·소설가

북한이 또 미사일을 쏘았습니다. 이 나라의 반응은 뻔히 예상됐습니다. 대통령은, 초등학생 목소리로 앵무새처럼 종이쪽지의 내용을 조근조근 읽는 대변인을 통해 종전선언을 들먹이며 위기를 해소할 방법을 찾겠다는 메시지를 낼 테고, NSC는 회의를 열기는 하나 그닥 새로울 것도 없는 이야기로 객쩍은 소리를 할 테고, 국방부는 미사일의 성능을 평가절하하기 위해 기를 쓸 것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아무도 도발이니 심각한 위협이니 하는 표현을 쓰지 못하고 우물쭈물 어영부영 구렁이 담 넘어가듯 상황을 피하려고 노력할 테지 싶었던 것입니다.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습니다. 대통령은 중차대한 시기에 떠난 먼 외국에서 이전과 조금도 다를 것 없는 이야기를 앵무새 대변인을 통해 발표했고, NSC와 국방부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참으로 한심합니다. 대선을 두 달 앞둔 새해 벽두부터 집중적으로 미사일을 쏘아 올리는 북한의 모습은 분명 심각한 수준인데 맥 놓고 주저앉아 남의 나라 일 참견하듯 태평한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습니다. 멀리 떨어진 미국마저 떨어질 불똥을 예상하며 심각하게 대응을 논의하던데 정작 코밑에 엎드린 우리는 유유자적입니다.

김정은이 신년사 격인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의 발언을 통해 이렇다 할 대남·대미 메시지를 내놓지 않고 당분간 정세를 관망하겠다는 신호를 보였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중국의 시진핑 정부가 중시하는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주변 정세를 악화시키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기 때문일까요.

북한이 네 차례에 걸쳐 발사한 미사일 여섯 발의 사거리는 380㎞에서 1천㎞에 이르는 것으로 모두 한국을 겨냥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급거 귀국할 생각은 하지 않고 '안정적 관리에 만전을 기하라'는 태평한 지시를 내렸습니다. NSC는 상임위원회 긴급회의를 열었지만 '유감스러운 상황'이라고 먼 산등의 아지랑이 바라보듯 태평한 논평을 냈습니다. 미국이나 유럽 등의 국제사회가 도발, 안보리 결의 위반, 규탄 등의 메시지를 내는 것과는 너무도 다릅니다.

북한이 이처럼 나흘에 한 번꼴로 무력시위를 하는 것은 지난 2019년 여름을 연상시킵니다. 평창올림픽이 열리는 동안 이 정부가 조성한 평화 무드를 타고 잠시 도발을 자제하던 북한은 2019년 2월에 열린 하노이 회담에서 그 결과가 아무런 열매도 없이 허무하게 끝나자 그해 5월부터 10월까지 열세 차례의 미사일을 쏘았습니다. 이 가운데 일곱 차례가 여름 한 달 동안에 집중됐습니다.

이번 도발은 문재인 정부가 공을 들여온 종전선언과 관련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지난 2019년 '하노이에 가면 제재가 해제된다'는 문재인 정부의 말이 어긋나자 대남 타격용 미사일 세례를 퍼부었듯이 '종전선언이 되면 제재 해제를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상황을 지켜보다 미국이 오히려 제재를 강화하니 발끈한 것이라고 해석합니다.

과거 국정원에 몸담았던 경기대학교 남주홍 교수는 "하노이 노딜과 종전선언 논의를 지켜본 북한이 현 정부에 큰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며 "이번 도발은 문 정부와는 더 이상 상종하지 않겠다는 남북 관계 종료 선언"으로 본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북한이 지난 1월 17일 발사 지점으로 순안비행장을 고른 데 대해서도 비슷한 해석이 나왔습니다. 그곳은 2018년 9월 문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을 방문할 때 도착한 곳입니다. 현 정부와의 화해 분위기가 절정에 이르렀던 공간에서 도발을 함으로써 더 이상 이 정부에 대한 기대가 없음을 묵시적으로 명확히 했다는 것입니다. 그처럼 당했는데 또 북한과 접촉 중이라는 보도가 나옵니다. 성공적인 매듭이 가능할까요? 믿어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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