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동두천 6.1℃
  • 맑음강릉 7.7℃
  • 맑음서울 7.4℃
  • 맑음충주 7.4℃
  • 맑음서산 8.3℃
  • 맑음청주 8.8℃
  • 맑음대전 10.1℃
  • 맑음추풍령 8.6℃
  • 맑음대구 12.0℃
  • 맑음울산 11.9℃
  • 맑음광주 11.2℃
  • 연무부산 12.6℃
  • 맑음고창 8.6℃
  • 맑음홍성(예) 7.7℃
  • 맑음제주 13.0℃
  • 맑음고산 11.0℃
  • 맑음강화 4.8℃
  • 맑음제천 6.9℃
  • 맑음보은 9.5℃
  • 맑음천안 8.5℃
  • 맑음보령 9.2℃
  • 맑음부여 9.6℃
  • 맑음금산 8.9℃
  • 맑음강진군 12.7℃
  • 맑음경주시 11.9℃
  • 맑음거제 11.9℃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최창중

전 단양교육장·소설가

어느 주말, 음악학원을 마친 아이를 데리고 젊은 부부가 식사를 하러 인근 건물의 식당을 향합니다. 한두 걸음 앞서 걷는 아빠의 뒤를, 엄마와 손을 잡고 따르며 콧노래를 흥얼거리던 아이가 엄마에게 묻습니다.

"엄마, 이 노래 알아?"

"응? 오늘 연습한 곡이야? 새겨듣지 못했어. 다시 한번 똑바로 불러봐."

멜로디가 있는 곡인지 랩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의 콧노래여서 다시 들었지만 모르긴 마찬가집니다.

"잘 모르겠는데, 유명한 노래야?"

아이는 엄마의 얼굴을 바라보며 입을 삐죽 내밉니다.

"에이 엄마는…, 이걸 몰라? '볼빨간사춘기' 노래잖아. '러브 스토리'. 얼마 전 엄청나게 역주행했는데…."

"네가 너무 개떡같이 불러서 그렇잖아."

"그렇지. 내가 완전 개똑같이 불렀지."

"아니, 개떡같다고."

"그래, 개똑같다고."

접두사 '개'를 두고 엄마와 아이의 사이에 언어가 제대로 소통되지 않습니다.

어느 지하철.

점잖은 중년 남자의 옆자리에서 두 젊은이가 대화를 나눕니다.

중년은 젊은이들이 '개'로 시작되는 단어를 너무 자연스럽게 쓰는 걸 보고 깜짝 놀랍니다. '개웃겨' '개좋아' '개싫어' '개재밌어' 등 거의 모든 단어에 '개'를 붙여 말합니다. 요즈음 젊은 층이 단톡방에서 대화를 하거나 문자를 주고받을 때 '개'를 즐겨 접두사처럼 사용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 정도로 일상화되었을 줄은 몰랐던 것입니다.

어느 군부대의 생활관.

저녁 점호를 준비하던 한 병사가 다른 병사에게 말합니다.

"그 여자 장교, 사진과 목소리가 예뻐서 기대했는데 실제로 보니 개못생겼어."

여성 장교를 비하한 이 병사는 훗날 상관 모욕 혐의로 법정에 섭니다. 검찰은 "피고인의 발언이 경멸적인 감정 표현에 해당한다"며 "피고인이 발언을 한 장소, 시간, 상대방 등을 종합할 때 순수한 사적 대화로 평가할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인이 사용한 '개'라는 표현은 국어사전에 의하면 '정도가 심한'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라며 "오늘날 청소년들이 '아주, 매우'라는 뜻으로 사용하고 있어 긍정적인 의미로도 해석된다"며 무죄를 선고합니다.

이처럼 접두사 '개'를 두고 사회 곳곳에서 논란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한글학회가 지은 우리말큰사전을 보면 접두사 '개'는 '야생의' '참것이 아닌' '변변하지 못한'을 나타냅니다. '개꽃, 개머루, 개떡'이 이에 해당되죠. 또한 '헛된'의 뜻도 가졌습니다. '개꿈, 개죽음'이 이에 해당됩니다.

그러고 보니 '개'자가 머리에 붙는 단어는 우리 주변에 널렸습니다. 개자식, 개새끼, 개살구, 개구멍, 개꿈, 개떡, 개망신, 개불상놈, 개수작, 개잡놈, 개지랄, 개차반, 개판, 개헤엄, 개구멍, 개기름, 개나발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습니다. 아참, 개딸도 있군요.

단어들이 한결같이 그다지 유쾌한 의미로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요즘 젊은이들은 접두사 '개'를 애용합니다. 강아지를 가족처럼 여기는 애견인들을 생각해서라도 바르고 고운 말을 사용했으면 좋겠습니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도민들에게 신뢰받고 사랑받는 은행으로"

[충북일보] "올해도 금융지원 본연의 역할은 물론 지역금융 전문은행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나가겠습니다." 임세빈(55) NH농협은행 충북본부장은 취임 2년차를 맞은 소회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끼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일반 은행과 달리 농협은행은 농민과 고객에 대한 서비스와 책임을 지고 있다. 100% 민족자본으로 설립된 은행으로의 기업가치를 지켜야하기 때문이다. 임 본부장은 "금융의 측면에서 신뢰를 바탕으로 고객에게 인정받는 리딩뱅크 운영을 목표로 삼고 있다"며 "농협의 기본 가치인 농업·농촌을 살릴 수 있는 지역사회 공헌과 농산물 소비촉진 등 공익활동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도시와 농촌을 연결할 수 있는 허브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농협은행의 목표는 '금융을 고객 성장의 수단으로 삼는 것'이다. 이를 위해 원칙을 재정립하고 고객 신뢰를 더욱 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임 본부장은 은행의 중점 추진사업으로 네 가지를 꼽았다. 먼저 고객과의 동반 성장을 실현한다. 고객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맞춤형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둘째, 규정과 원칙을 확립해 고객이 믿고 거래할 수 있는 금융환경을 조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