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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1.10.25 15:39:47
  • 최종수정2021.10.25 15:39:47

최창중

전 단양교육장·소설가

과테말라의 '천사의 집'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천주교 청주교구 소속인 '홍승의 가브리엘 신부'의 글을 소개합니다. 홍 신부의 글은 '진정한 행복은 바로 이런 것'이라고 말합니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자신의 의지대로 사는 과테말라 어린이들의 삶을 그립니다. 당초 평어체로 되어 있는 글인데 읽는 분들을 의식해 경어체로 고쳤습니다. 문맥이 조금 어색한 부분은 필자 나름대로 살짝(?) 고치는 실례도 범했습니다.

<같이 살고 있는 동료 봉사자가 얼마 전 한국에서 쓸개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는데 그 소식을 들은 아이들이 평소 속 썩이던 순서대로 울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더니 한 녀석이 뜬금없이 내 어깨를 주무르며 아무것도 안 해줘도 되니 제발 아프지만 말라고 칭얼댑니다. 녀석이 결혼할 때까진 아플 수도 없다고 했더니 자기가 결혼 안 하면 신부님은 평생 안 아프겠다고 혼자 중얼거리더군요. 오랫동안 우여곡절을 함께 겪으며 험난한 세월을 건너온 사람들은 그렇게 서로에게 단순한 것까지 원하게 되는 것일까요?

마음이 뭉클해져서는 그런 것 말고 정말로 원하는 게 있으면 딱 한 가지만 신부님한테 말해보라고 했더니, 아, 어이없게도, 내 성질을 좀 고쳐보라고 권합니다. 성질을 부리면 건강에 좋지 않다면서요.

가끔은 가슴을 찔려도 마냥 웃어야만 할 때가 있습니다. 바로 이럴 때가 그런 경우지요. 너희들이 내가 성질을 부리지 않게 좀 잘해 보란 말이 목젖까지 올라왔지만 그냥 너그럽게 웃어야만 할 순간인 것입니다.

돌아보면 아이들은 나에게 특별한 걸 바란 적이 없습니다. 훌륭한 신부님이 되라든가 멋있는 아빠처럼 대해 달라는 종류의, 실행이 어려운 걸 원하지도 바라지도 않습니다. 나 역시 아이들에게 커다란 바람 같은 걸 갖고 있지 않습니다. 아이들을 잘 가르쳐 사회에서 인정받는 사람으로 키워야 한다는 충고를 많이 듣긴 하지만 그런 바람은 내 속에 당최 없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온갖 상처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로 자라준 것만 해도 훌륭하다고 느끼니 말입니다. 세상 사람들과 다른 출발선에서 시작한 우리 아이들에게 남들이 말하는 그럴 듯한 성공까지를 바라는 건 지나친 욕심이지 않을까 싶을 때가 많답니다.

어느 날, 한 녀석이 신통하게도 의사가 되겠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의사가 되려면 하루에 열 시간씩은 공부해야 할 거라고, 지금부터 열심히 공부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고 일러주었더니 바로 나에게 고맙다고 하더군요. 의사가 되는 길을 구체적으로 알려주어서 도움이 되었다며, 공부할 자신이 없어 의사 말고 다른 걸 찾아보겠다는 것이었지요.

그렇게 우리 아이들은 훗날의 성공을 위해서 굳이 고단한 여정을 감내할 마음이 눈곱만큼도 없습니다. 그런 모습이 처음엔 답답했는데 이젠 서로에게 익숙해진 탓인지 그리 걱정도 되지 않습니다. 그런 게 오래 붙어 산 사람들의 특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안 되는 건 노력해도 안 되는 것이라고 적절히 포기하면서 살다보면 굳이 더 바라는 것도 없어지는 경지에 이르게 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성공을 갈망하지 않는다고 해서 행복한 삶에 대한 애착마저 없는 건 결코 아닙니다. 다만 행복한 삶의 형태가 자신이 자라온 세상의 것과 조금 다를 뿐입니다.

고된 경쟁을 통해서 굳이 행복해지려는 게 아니라 지금의 소소한 행복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잘 살아갈 수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요? 그 믿음을 굳이 흔들고 싶지 않은 것이지요.

아이들에게 바라는 게 꼭 하나 있긴 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다른 사람의 아픔을 함께 나누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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