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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중

전 단양교육장·소설가

'내로남불.' 정치인들에게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행태입니다. 저지른 일에 대한 책임과 반성은 뒤로 하고, 각종 핑계만 잔뜩 만들어내는 낯 두꺼운 사람들. 때문에 잘못된 결과가 나타나게 된 원인이 무엇인지, 왜 일이 실패하여 그 지경으로 되었는지 근본은 살피지 않은 채 일단 남의 탓을 합니다. 정치권을 가만 들여다보면 온갖 생색을 내며 특정 법안을 마련해 무리하게 밀어붙이고는 그것이 엄청난 폐해를 불러오면 언제 그랬더냐 싶게 몸을 싹 빼내며 상대 정당에 그 과오와 책임을 떠넘기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각종 핑계와 미사여구를 총동원해 자신의 실수를 합리화하며 입에 담을 수 없는 험구까지 얹기 마련입니다. 뻔뻔하고 가증스럽게도.

이러한 현상은 법안을 마음대로 주물러 통과시킬 수 있는 힘을 갖춘 정당에게서 자주 찾아지지요. 그렇게 생각하면 특정 정당을 과대하게 만들어주어 '내로남불'을 수시로 행할 수 있도록 해준 현재의 이 나라 국민도 반성할 점이 많다 싶군요.

각설하고,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주변의 사람과 공동 작업을 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생깁니다. 학생 시절에는 급우들과 모여 조별 과제를 수행해야 하는 경우가 있겠고, 직장생활을 하면서는 팀원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수행해야 한다거나 친목을 위해 운동경기를 하는 경우가 되겠지요. 이러한 공동작업의 결과에 대해 구성원 모두의 생각은 다르기 마련입니다. 이때 사람들은 결과가 좋으면 자신의 탓, 결과가 좋지 않으면 남의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는데, 이러한 '내로남불' 현상을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앤서니 그린월드는 '베네펙턴스 현상'이라고 명명했습니다.

베네펙턴스 현상은 일종의 자기기만이 확장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의 뇌는 자신의 인식과 행동을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왜곡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성공의 공로는 실제보다 무겁게, 실패에 대한 책임은 가볍게 여기도록 유도하는 심리 기제를 가지고 있는데, 이처럼 공로를 자신에게 돌리는 이유는 자기 존중과 사회적 인정 욕구에 기인한 것이라고 여겨집니다.

사람은 자존감이 위협받을 때나 어떤 일에 직접 관여했을 때 자기가 잘한 점을 내세우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이러한 자기 위주 편향은 오히려 줄어든다고 합니다. 많은 것을 경험하면서 애써 자신을 드러내거나 남을 비하하는 행동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죠. 노인이 인정받을 수 있는 드문 사례가 아닐까 싶네요.

자기 위주의 편향은 '핑계 만들기 전략'을 자주 구사하는 사람들에게서 많이 나타난다는군요. 이를테면 나태한 사람이 정해진 시간에 일을 끝내지 못하면 나중에 능력 없다는 지적을 당할까 두려워 '나름대로 열심히 했지만 시간이 부족해 일을 끝내지 못했다'고 자위하는 경우라든지, 여러 가지 심부름을 한꺼번에 떠안게 된 사람이 중요한 일 한 가지를 잊고 챙기지 못했을 때 '다른 심부름은 잘했으니 그 정도면 됐다'고 위안하는 경우가 되겠지요.

당연히, 이 베네펙턴스 현상은 자신을 보호하는 본능적 행동이지만 지나치면 대인관계에 있어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기 마련입니다. 이의 극복을 위해서는 남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필수입니다. 남을 비난하기에 앞서 자신이 모르는 어떤 상황이나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역지사지의 태도가 필요한 것입니다.

이 사회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다양한 삶의 형태를 만들며 살아가는 곳입니다. 성공의 기쁨을 함께 나누는 것은 물론 실패를 앞두었을 때 잘잘못을 따지거나 불평하기보다는 그 속에서 서로가 배울 점을 찾아 이를 고치고 다듬는다면 아름다운 세상은 자연스럽게 만들어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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