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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중

소설가

떠도는 이야기라며 지인이 보내 준 내용을 뼈대로, 100여 년 전의 러브 스토리를 한 토막 꾸며 봅니다. 솔직히 어디까지가 진실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뜸북 뜸북 뜸북새 논에서 울고 / 뻐꾹 뻐꾹 뻐꾹새 숲에서 울 때 / 우리 오빠 말 타고 서울 가시며 / 비단구두 사가지고 오신다더니 // 기럭 기럭 기러기 북에서 오고 / 귀뚤 귀뚤 귀뚜라미 슬피 울건만 / 서울 가신 오빠는 소식도 없고 / 나뭇잎만 우수수 떨어집니다'

이 노랫말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요. 전 국민이 애송하는 동요 '오빠 생각'입니다. 얼핏 들으면 어느 아동문학가가 심혈을 기울여 지었을 듯싶은 이 노랫말이 실은 열두 살짜리 어린 소녀에 의해 씌어졌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이 노랫말을 지은 사람은 최순애입니다. 일제 치하였던 1925년 11월, 열두 살짜리 소녀 최순애는 '오빠 생각'을 지어 방정환 선생이 내던 잡지 '어린이'에 투고를 했고, 이 노랫말은 동시 부문의 입선자가 됩니다. 그 다음 해 4월에는 당시 열네 살이던 이원수가 '고향의 봄'으로 이 부문의 주인공이 됩니다.

이원수의 시를 보고 크게 감동을 받은 최순애는 용기를 내어 이원수에게 편지를 띄웁니다. 이렇게 마산 출신 소년 이원수와 수원 출신 소녀 최순애는 편지 친구가 되고, 나중에는 서로 얼굴도 모르는 채로 결혼 약속까지 하게 됩니다. 이런 사실은 양가의 부모들에게까지 알려지게 되고요.

편지로만 연락을 주고받던 둘은 7년쯤이 지난 어느 날 수원역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하게 되는데, 이원수가 나타나질 않습니다. ·당시 이원수는 독서회를 통해 불온한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일본경찰에 의해 구속돼 감옥에 있었기 때문이지요.

이러한 사정을 모르는 최순애의 부모는 약속을 지키지 않은 이원수와의 혼사를 만류하며 다른 혼처를 알아보고는 이원수를 잊도록 권유하지만 최순애는 이를 완강히 거부합니다. 그러다 복역을 마친 이원수가 급히 최순애의 집으로 달려오면서 둘은 결혼식을 치르게 되고, 이후 슬하에 3남 3녀를 둔 채 평생을 행복하게 살게 됩니다.

'오빠 생각'과 '고향의 봄'이 만나 해로(偕老)한 것이지요. 현재와는 시대 상황이 많이 다르기에 요즘 세대에게는 도무지 믿기지 않을 순애보입니다. 전 국민이 즐겨 부르는 유명한 동요의 작사가인 둘이 그러한 어설픈(?) 인연으로 만나 부부로 살게 되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고루하게 여겨집니다.

최순애는 생전에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오빠 생각'의 시작(詩作) 동기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고 하는군요.

'나에게는 오빠 한 분이 계신다. 딸만 다섯에 아들 하나뿐인 우리 집에서 오빠는 참으로 귀한 존재였다. 오빠는 동경으로 유학을 갔다가 관동대지진 직후 일어난 조선인 학살 사태를 맞았는데 그것을 가까스로 피해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다. 그날 이후, 일본 순사들이 오빠를 요시찰 인물로 보고 늘 따라다녔다. 하지만 오빠는 괘념치 않고 고향인 수원에서 소년 운동을 했다. 그러다 서울로 옮겨 방정환 선생님 밑에서 소년 운동과 독립 운동을 함께 하게 되었다. 그동안 오빠는 집에 한 달에 한 번 정도밖에 오질 않았다. 오빠는 집에 올 때 늘 선물을 사 왔는데 한번은 다음에 올 땐 내가 좋아하는 고운 댕기를 사오겠다는 약속을 남기고는 서울로 떠났다. 오빠는 뜸북새와 뻐꾹새 등의 여름새가 울 때 떠났는데, 기러기와 귀뚜라미가 우는 가을이 되어도 돌아오질 않았다. 그렇게 서울로 간 오빠는 소식조차 없었다. 과수원 집 딸인 나는 과수원 밭둑에서 서울 하늘을 보며 오빠를 그리며 울다가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그렇게 쓰게 된 시가 바로 오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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