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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중

전 단양교육장·소설가

'가족 때문에 화나는 일이 있다면 그건 내 편이 되어줄 가족이 있다는 뜻이고, 쓸고 닦아도 금방 지저분해지는 방 때문에 한숨이 나오면 그건 내게 쉴 만한 집이 있다는 뜻이고, 가스 요금이 너무 많이 나왔다면 그건 내가 지난겨울을 따뜻하게 살았다는 뜻이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누군가 떠드는 소리가 자꾸 거슬린다면 그건 내게 들을 수 있는 귀가 있다는 뜻이고, 주차할 곳을 못 찾아 빙글빙글 돌면서 짜증이 밀려온다면 그건 내가 걸을 수 있는데다가 차까지 가졌다는 뜻이다. 온몸이 뻐근하고 피곤하다면 그건 내가 열심히 일했다는 뜻이고, 이른 아침 시끄러운 자명종 소리에 잠을 깬다면 그건 내가 살아있다는 뜻이다. 오늘 하루 무언가가 날 힘들게 한다면 뒤집어 생각해 보자. 그러면 마음이 가라앉을 것이다.'

지승호씨가 지은 '감독, 열정을 말하다'라는 책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이 책은 김지운, 류승완, 변영주, 봉준호, 윤제균, 장준환, 조명남 이 일곱 명의 영화감독이 자신이 연출했던 영화와 관련해 연출관이나 사회관, 가치관 등을 피력한 내용을 함께 묶은 것입니다.

국내 유일의 전문 인터뷰어로 활동하면서 '인터뷰'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지승호씨는 '만나는 사람의 마음까지 투영시켜 보여주는 타인의 거울'이라고 칭송 받는 인물인데, 위의 글에서는 '뒤집어보면 고마운 일'을 매우 친근하고 구체적인 예를 들어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뒤집어보면 고마운 일'은 차분한 마음으로 돌아보면 우리의 주변에 흔하게 널려 있습니다. 긍정의 눈으로 보면 모든 게 긍정적으로 보이고 부정의 눈으로 보면 모든 게 부정적으로 보이는 법이니까요.

옛 이야기에서도 같은 예는 흔하게 찾아집니다.

옛날에 한 선비가 과거시험을 치르러 한양을 갔습니다. 시험을 치르기 이틀 전에 연거푸 세 번이나 꿈을 꾸었습니다. 첫 번째 꿈은 벽에다 배추를 심는 것이었고, 두 번째 꿈은 비가 오는데 두건 위에 우산을 쓰는 것이었고, 세 번째 꿈은 마음으로 사랑하던 여인과 등을 맞대고 누워있는 것이었습니다. 세 가지의 꿈이 다 심상치 않아 점쟁이를 찾아가 물었더니 그의 꿈 풀이는 이러했습니다.

"벽 위에 배추를 심으니 헛된 일을 한다는 것이고, 두건 위에 우산을 쓰니 헛수고를 한다는 것이며, 사랑하는 여인과 등을 졌으니 그것 또한 헛일을 뜻하는 것이니, 시험을 포기하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게 좋겠소."

점쟁이의 말을 믿은 젊은이는 풀이 죽어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짐을 챙겼습니다. 그러자 여관 주인이 물었습니다.

"아니, 선비양반, 내일이 과거 보는 날인데 왜 짐을 싸시오?"

젊은 선비가 자신의 꿈을 설명하자 여관 주인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점쟁이와는 다른 해몽을 해 주었습니다.

"벽 위에 배추를 심었으니 높은 성적으로 합격한다는 것이고, 두건 위에 우산을 썼으니 그만큼 철저하게 시험을 준비했다는 것이며, 몸을 돌리면 사랑하는 여인을 품에 안을 수 있으니 쉽게 뜻을 이룬다는 것이구려. 그러니 이번 시험은 꼭 봐야 하겠소."

여관 주인의 말을 들은 젊은 선비는 용기를 얻어 과거시험을 보았는데 높은 성적으로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같은 내용을 놓고 바라보는 시각이 이처럼 다릅니다.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성패가 좌우된다는 뜻을 함축하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때문에 긍정의 힘이 위대한 것이겠지요. 긍정적인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온통 꽃동네로 보이기 마련이고, 부정적인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매연이 자욱한 짜증나는 회색 도시로만 보이기 마련입니다. 세상은 전적으로 우리들 마음의 눈에 따라 달리 보이기 때문이겠지요. 새해 벽두에 가슴에 아로새길만한 교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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