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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중

전 단양교육장·소설가

성인시(成人詩)와 동시(童詩)를 함께 쓰는 전병호 시인이 동시집을 보내왔습니다. 책의 제목은 '민들레 씨가 하는 말'. 필자는 맑고 고운 글을 쓰는 전 시인을 존경합니다. 시인은 외모며 언행마저 글처럼 맑고 순수합니다. 교장으로 퇴임한 시인은 한국동시문학회장을 역임했고 일간신문의 신춘문예 심사를 맡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내용을 책에 소개된 약력에서는 쏙 뺐더군요. 심지어 성인시 경력마저 일체 소개하지 않았더군요. 동시집이기 때문이었겠지요. 필자가 시인의 글을 허락 없이 도용(?)한 적이 있습니다. 어느 신문의 칼럼을 쓰면서였습니다. 어린이날을 맞아 어린이들에게 주는 글을 쓰면서 시인의 글을 인용했던 것이지요. 그 글의 일부를 소개해 봅니다.

<'꽃봉오리는 꿈으로 큽니다'. 어린이들을 위해 동시를 쓰는 아동문학가 전병호 선생님이 오래 전에 출간한 동시집 이름입니다. 이 말을 다른 말로 바꾸어 보면, '어린이들은 자신이 간직하고 있는 푸르고 고운 꿈을 이루기 위해 부지런히 노력하면서 무럭무럭 자란다' 또는 '어린이들은 포근하고 아늑한 부모님의 품에 안겨 매일 매일 고운 꿈을 꾸면서 이 나라의 기둥이 되기 위해 올곧은 대나무처럼, 잔잔한 호수처럼 밝고 슬기롭게 자란다'로 표현이 될 것입니다. 전병호 선생님은 이 동시집에서 꽃봉오리로 상징된 어린이들을 이렇게 노래하고 있습니다.

'꿈꾸고 있다, 꽃봉오리는./ 눈을 꼬옥 감고 있다./ 새액새액 숨 쉬고 있다./ 가만히 웃음 짓고 있다./ 날마다 꿈꾸며 큰다.'>

'민들레 씨가 하는 말'을 펴내면서 시인은 어린이들에게 속삭입니다. '한 눈에 쏙 들어와서 단숨에 읽을 수 있는 시, 시 구절이 자꾸 떠올라서 마음으로 되새기게 되는 시, 그래서 시를 안 읽은 사람은 있어도 시를 한 편만 읽은 사람은 없는 시, 그런 시를 쓰고자 했어요.'

지금부터 시인의 약속이 담긴 시들을 몇 편 소개해 볼까 합니다. 코로나에 지친 많은 분들이 소개되는 동시들을 읽고 함께 가슴이 따뜻해졌으면 좋겠습니다. ( )안은 시의 제목입니다.

'앞산이 들려준다.// 이게 네 목소리야.'(메아리)

'깃발 끝이 다 헤어졌다.// 조용한 것 같아도/ 하늘 높은 곳에는/ 바람이 얼마나 센가.'(깃발을 내리면)

'바다에 종일 비가 내리면/ 뭍이 잠기지 않을까?// 비가 더 많이 내리면/ 수평선 밖으로 흘러넘치겠지.'(바다에 내리는 비)

'빗물 한 방울/ 더 담으려는 순간// 가진 것도 다 쏟았다.'(연잎)

'그림자도 흑장미.'(흑장미)

'구름이 산을 싣다가// 내가 보니까/ 도로 내려놓았다.'(비 그친 후)

'내가 못 오는 동안/ 네가/ 할머니 친구 되어 주었구나.// 고맙다, 제비꽃아.'(성묘)

'산꼭대기에 올려놓은 해// 또르르 굴러 내리면/ 마을이 불 탈 텐데….'(저녁 해)

'한참 보고 있으면// 문득 구름이 멈추고/ 내가 흘러간다.'(문득)

'발을 옮겨 놓을 때마다/ 메뚜기가 날았다.// 들 끝까지 걸어도/ 한 마리도 밟히지 않았다.'(들길)

'눈 쌓인 마당을 건너와/ 빈 밥그릇을 들여다보고 갔다.// 들고양이 발자국.'(눈 온 아침)

'깊은 밤/ 벽 속에서/ 개가 짖는다.// 얼마나 밖으로 나오고 싶을까.'(아파트)

'못 사왔어요?/ 못 사왔어요./ 그럼 주세요./ 예? 다음에 꼭 사올게요.'(못시 한 개)

'못 사왔어요?/ 못 사왔어요./ 다음에 꼭 사오세요./ 못, 여기 있어요.'(못시 두 개)

'대화역 가는 전철을 탔는데요./ 사람들이 모두 핸드폰만 보고 있어요.'(대화를 나누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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