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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1.06.28 16:22:46
  • 최종수정2021.06.28 16:22:46

최창중

전 단양교육장·소설가

<저는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잃었습니다. 때문에 전업주부였던 엄마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로 저와 동생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지요. 못 먹고 못 입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여유롭지 않은 생활이었습니다. 어렵게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에 입사한 지 2년 만에 결혼을 했습니다. 처음부터 시어머니가 너무도 좋았고, 시어머니께서도 저를 맘에 들어 하셨던 것 같습니다.

결혼한 지 만 1년 만에 엄마가 암 선고를 받았습니다. 엄마의 건강보다 수술비 걱정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이 늘어갔습니다. 고심 끝에 남편에게 이야기를 했지요. 남편의 착한 성품은 잘 알고 있었지만 미안했습니다. 남편은 어떻게든 돈을 마련해 볼 테니 걱정 말고 푹 자라며 다독였습니다. 다음 날, 엄마를 입원시키려고 친정을 갔지만, 엄마 또한 선뜻 나서질 못했습니다. 마무리 지을 게 있으니 나흘 후로 입원을 미루자고 했습니다. 엄마가 마무리 지을 게 뭐가 있겠습니까. 수술비 때문이었지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 하염없이 눈물이 나더군요. 그때 시어머니로부터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지은아, 너 우니? 울지 마. 내일 나한테 3시간만 내 줄래?"

다음 날, 시어머니와의 약속장소로 나갔습니다. 저를 만나더니 무작정 한의원으로 데려가 한약 한 재를 지어주셨습니다. 그리곤 다시 백화점으로 데려가셨습니다. 솔직히 가슴이 답답했습니다. 이럴 때가 아닌데 싶었던 것입니다. 운동복과 간편복, 선식까지 사주신 뒤에야 함께 시어머니의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집으로 돌아오자 절 방으로 부르시더군요.

"환자보다 간병하는 사람이 더 힘들어. 엄마께서 입원하시면 병원에만 있다고 아무렇게나 먹지 말고, 옷도 아무렇게 입지 마."

그러면서 봉투를 내미셨습니다.

"엄마 병원비에 보태 써라. 시집온 지 얼마 되지 않은 네게 돈이 있겠니? 이건 죽을 때까지 너랑 나랑 비밀로 하자. 네 남편이 병원비 구해오면 그것도 보태 쓰거라. 내 아들이지만 남자들은 본래 유치하고 애 같은 구석이 있어서 부부 싸움할 때 친정으로 돈 들어간 거 한 번씩은 꼭 꺼내서 속을 뒤집어 놓는단다. 그러니까 우리 둘만 알자."

절대 받을 수 없다고 사양했지만, 끝내 제 손에 꼭 쥐어 주셨습니다. 저도 모르게 시어머니께 기대어 엉엉 울었습니다. 2천만 원이었습니다. 시어머니의 큰 도움에도 불구하고, 친정 엄마는 수술 후에도 건강을 되찾지 못해 이듬해 봄, 결국 돌아가셨습니다. 엄마가 돌아가시던 날, 병원에서 오늘이 고비라는 말을 듣고, 쏟아지는 눈물을 참으며 남편에게 알렸습니다. 그때 갑자기 시어머니 생각이 났습니다. 저도 모르게 울면서 전활 드렸더니, 늦은 시각이었음에도 남편보다 더 빨리 병원에 도착하셨습니다. 의식 없는 엄마였지만, 귀에 대고 말했습니다.

"엄마, 우리 어머니 오셨어. 작년에 엄마 수술비 해 주셨어. 엄마 얼굴 하루라도 더 보게 하시려고…."

엄마는 미동도 없었습니다. 그때 갑자기 시어머니께서 지갑을 열어 무언가를 주섬주섬 꺼내더니 엄마의 손에 쥐어 주셨습니다. 우리 결혼사진이었지요.

"사부인, 저에요. 지은이 걱정 말고 사돈처녀도 걱정 말아요. 지은이는 이미 제 딸이고, 사돈처녀도 제가 혼수 잘해서 시집 보내줄게요. 그러니 걱정 마시고 편히 가세요."

그때, 거짓말처럼 엄마가 의식이 없는 채로 눈물을 흘렸습니다. 엄마께서 듣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우리 엄마는 편하게 하늘나라로 갔습니다.>

필자가 가끔 꺼내어 읽는, 오래 전에 누군가가 보내준 이야기입니다. '바른 늙음'이 주는 '참다운 어짊'이 아닐까 싶어 이 땅의 시어머니 모두에게 소개하고 싶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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