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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중

전 단양교육장·소설가

나이 탓일까, 점점 더 토속적인 음식에 길들여져 간다는 생각이 듭니다. 워낙에 젊은 친구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가까이 하지 않아 가족들이 모여 식사를 할 때면 이방인 취급을 받긴 했었습니다.

바뀐 식성 탓인지 올해의 봄날에는 작년까지만 해도 그다지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산나물에 부쩍 탐닉했습니다. 7천 평이 넘는 필자의 농장은 주종을 이루는 것은 밤나무와 매실이지만 산속이다 보니 이곳저곳에 각종 산나물들이 지천으로 널려 있기 때문이지요.

필자가 특히 귀히 여기는 것은 두릅입니다. 집의 좌우를 빼곡하게 둘러싸고 있는 두릅나무들은 봄이 되면 보기만 해도 탐스럽고 튼실한 새순을 앞 다투어 쑥쑥 밀어 올립니다. 머리 부분의 첫 순을 따면 기다렸다는 듯 곁순이 머리를 쏘옥 내밀곤 하지요.

우리 가족이 먹다 남을 정도의 여유 있는 생산량이어서 예년에는 일정량을 주변의 지인들과 나누어 먹곤 했습니다. 하지만 올해에는 욕심이 생겨 가까운 친척에게만 조금씩을 나누어 돌리고는 많은 양을 장아찌로 담갔습니다. 고기를 먹을 때 함께 먹으면 별미라기에 욕심을 낸 것이지요.

농장 주변의 봄나물은 주말이면 도시의 사람들이 욕심을 내며 우르르 몰려들 정도로 풍성합니다. 시선을 들면 냉이, 달래, 취나물, 다래순, 돌나물, 오가피나무순, 엄나무순이 어디랄 곳 없이 쉽게 눈에 들어옵니다. 산나물 채취는 단속 대상이기에 불청객들은 필자의 눈치를 살피며 살금살금 다가왔다가는 일정량을 바쁘게 채취한 뒤 살금살금 도망치듯 계곡을 빠져나가곤 합니다. 큰 소리를 쳐 쫓아낼까 하다가도 나누어 먹는 것이 우리네 관습인데 싶어 슬쩍 눈을 감곤 한답니다.

얼마 전 본 지면에서 밝힌 대로 코로나 때문에 '거리두기'가 일상이 된 이래로 필자는 상당 부분의 시간을 농장에 파묻혀 지내고 있습니다. 때문에 산나물들에 어느 때보다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그것들은 귀한 음식 재료가 되어 밥상에 올랐습니다. 두릅과 돌미나리, 부추를 함께 넣어 부침개를 부쳐 먹으며 아내와 함께 막걸리 잔을 부딪친 것도 여러 번입니다. 다래순과 취나물은 무침이 되었고, 돌나물은 물김치의 재료가 되었습니다.

싱싱한 푸성귀를 먹는 즐거움을 더 누리기 위해 채소의 재배에도 많은 정성을 쏟았습니다. 잎이 조금이라도 자랄라치면 득달같이 벌레들이 달려드는 겨자채와 여름열무를 온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터널용 활대와 해충 방지망을 구입해 하우스처럼 보호막을 만들어 주었고, 유박을 구입해 상추며 대파, 밭미나리, 부추, 방울토마토, 고추, 가지에 골고루 뿌려주었는가 하면, 키가 쑥쑥 자라나는 작물들에는 바람에 쓰러질세라 철제 지주를 세워 주었습니다.

고라니며 멧돼지 등의 산짐승이 침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 철망을 두른 밭의 모습을 먼발치에서 바라보노라면 각종 작물이 싱싱한 자태를 뽐내고 있어 마치 그림 같은 장면을 연출합니다. 아내는 때때로 그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본인의 톡에 올리며 흐뭇해합니다. 배롱나무며 적단풍, 영산홍, 라일락, 명자나무, 산당화, 능소화, 산딸나무, 자귀나무 등이 같은 화면 속으로 들어가면 풍경은 금상첨화가 되기 마련이지요.

방역 전문가들은 어쩌면 우리가 지금 만나고 있는 역병은 암세포처럼 함께 거느리고 살아가야 할 운명적인 이웃이 될 지도 모른다고 걱정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오랜 역사 속에서 각종 시련을 무사히 견디며 살아온 우리네 인간은 다시금 못된 역병을 이겨내야 할 슬기로움을 찾아야 하겠지요. 그것을 필자는 미리 경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바로 250여 년 전에 철학자 루소가 외친 대로 '자연으로 돌아가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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