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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7.04.25 14:07:35
  • 최종수정2017.04.25 14:07:35

최창중

전 단양교육장·소설가

온 대지 위에 은혜로움이 가득합니다. 파릇파릇 돋는 새싹들이 따사로운 햇빛을 찾아 시선을 모읍니다. 봄바람이 짓궂게 새싹들을 흔들며 지납니다. 그 뒤를 참새 떼가 요란스럽게 따릅니다. 먼 산에도 연둣빛 봄기운이 한창이군요.

도시 변두리의 어느 한적한 공원. 이곳에도 어김없이 봄기운이 새록새록 피어나고 있습니다. 봄볕이 차분하게 내려앉는 벤치 하나에 노신사가 홀로 앉아 해 바라기를 하고 있군요. 나머지 벤치는 어린 아이들과 젊은 엄마들의 차지입니다.

잠시 후, 한 아가씨가 노신사의 옆에 앉습니다. 읽다 남은 책이 옆구리에 끼인 채 삐죽 고개를 내밀고 있군요. 잠시 옷이며 머리의 매무새를 다듬으며 숨을 고른 아가씨는 읽던 책을 무릎 위에 펼친 뒤 나머지를 읽어나가기 시작합니다. 방금 전에 인근의 가게에서 사온 팝콘을 하나씩 꺼내 먹으며 우아한 자세로….

둘의 머리 위로 따사로운 봄볕이 소담스럽게 쏟아지는군요. 겨우내 움츠렸던 대지에 숨결을 불어넣는 은혜로운 빛이지요.

잠시 후, 아가씨는 팝콘의 줄어가는 속도가 왠지 빠르다 싶어 곁눈질로 노신사를 살핍니다. 이럴 수가…. 얄밉게도 노신사가 자신의 팝콘을 슬쩍슬쩍 빼먹고 있네요.

은근히 화가 났지만, 설마 계속 먹겠는가 싶어 모른 척하고는 계속 책을 읽으며 팝콘을 꺼내 먹는데 다시금 노신사의 손이 슬며시 다가와 자신의 것을 꺼내 먹습니다.

당연히 속이 부글부글 끓겠지요. 아가씨의 눈은 책을 향해 있지만 신경은 온통 팝콘과 밉살스러운 노신사에게 쏠려 있습니다.

그렇게 봉지는 빠르게 비어갔고, 이제 마지막 한 개만 남아 있는 상태에 이릅니다. 참을 만큼 참았다고 생각한 그녀는 노신사를 향해 고개를 돌리고는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어·' 하는 표정으로 쏘아 봅니다.

그런데 노신사의 반응이 더욱 기가 찹니다. 노려보는 그녀에게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미소를 짓더니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멀리 사라집니다.

사과의 말 한 마디 없이 자리를 뜬 노신사의 태도가 어이없어 별꼴 다 보겠다고 투덜거리며 자리에서 일어서던 그녀는 그만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고 맙니다. 그녀가 사 온 팝콘이 새 것인 채로 무릎 근처에 고스란히 남아 있기 때문이지요.

그제야 팝콘을 훔쳐 먹은 사람이 노신사가 아니라 자신이라는 것을 깨달은 그녀는 망연자실해집니다. 당연히 그녀는 자신의 것을 빼앗기고도 부드럽게 웃으며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선 노신사에게 큰 경외감과 함께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어느 날, 또 다른 노신사가 거리를 지나고 있습니다. 느릿느릿 걷던 노신사의 발걸음을 늙은 거지가 멈추게 합니다. 핏기 없는 얼굴에 누덕누덕 기운 옷, 눈물이 글썽한 눈, 인간에게 이처럼 불행한 모습이 다른 곳에 또 존재할 수 있겠는가 싶습니다.

거지는 거친 손을 내밀며 신음하듯 도와 달라고 애걸을 합니다. 노신사는 호주머니를 뒤지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지갑도 시계도 그 어떤 귀중품도 가지고 있질 않네요.

그런데도 거지는 계속 구원의 손길을 내밉니다. 노신사는 아무것도 줄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도 안타까워 가늘게 떨리고 있는 거지의 손을 꼭 잡습니다.

"미안합니다. 저는 지금 드릴 게 아무것도 없네요."

하지만 거지는 웃음을 머금고 말합니다.

"아닙니다. 이런 고마운 선물을 주시다니. 제 손을 이렇게 따뜻하게 잡아준 사람은 선생님이 처음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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