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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제천 대형참사 충북일보 특별취재팀 방담

청와대~국회~본사~현장 네트워크 구축
발빠른 취재 후 실시간 온라인 보도 성과
면허대여·불법 증축·실소유주 논란 점검
매일 쏟아진 수백건 기사, 갈길 먼 차별화

  • 웹출고시간2018.01.14 19:30:25
  • 최종수정2018.01.14 19:30:25

지난해 12월 21일 발생한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를 집중적으로 취재·보도한 충북일보 특별취재팀이 활동을 마무리하고 상시 취재시스템으로 전환했다. 14일 특별취재팀으로 활동해온 기자들이 본사 편집국에서 제천 참사 보도의 성과와 한계를 되짚고 향후 취재 방향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 김태훈기자
[충북일보] 충북일보는 지난해 12월 21일 오후 발생한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와 관련해 특별취재팀을 가동했다. 사망 29명 등 역대 최악의 사상자가 발생한 대형 참사를 취재하기 위해 제천주재 이형수 부장을 팀장으로 청와대와 국회, 본사, 화재현장을 연결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화재 당일 취재 2팀 기자들과 사진기자 등을 현지에 파견하고 지면 중심의 보도에서 온라인 중심의 보도로 전환했다. 특별취재팀은 이후 200여 건에 달하는 제천참사 보도를 했다. 하지만, 우리 지역에서 발생한 대형 참사에도 불구하고 중앙지의 기동력과 정보력을 따라잡지 못했다. 합수부가 지난 11일 수사결과를 종합 발표했다. 본보는 이제 상시 취재시스템 전환한다. 이후에도 제천참사와 관련해 유족들의 슬픔과 함께할 것을 약속하다. 특별취재팀 기자들은 14일 오후 본사 편집국에서 방담을 통해 제천 참사 보도의 성과와 한계, 향후 취재방향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안순자 취재1팀장

"이번 참사에서 본보가 한 걸음 더 나아가 깊이 있는 보도를 했다고 본다. 본보는 면허 대여와 불법증축 의혹을 처음으로 보도했다. 외단열시스템의 단열재로 사용하는 'PF(Phenolic Foam, 페놀폼)' 단열재의 위험성도 제기했다. 구조를 도왔던 이상화씨와 손자 재혁군을 비롯해 시민들의 활약을 전했다. 관련 취재를 하면서 느낀 소회나 쟁점에 대라 허심탄회한 얘기를 나눠보고자 한다."
◇이형수 특별취재팀장

"정말 참담하고 안타까운 심정이었다. 현장을 지켜본 기자로서 희생자가 늘어날 때마다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지난해 12월 21일 오후 화재 발생 제보를 받고 현장에 도착한 시각은 4시가 조금 넘었다. 이미 선발대로 현장에 도착한 제천소방서 구조대원 및 화재진압대가 건물 외벽으로 거세게 번지고 있는 불을 끄고 있었으며 화재가 발생한 주차장 바로 옆, 가스통의 폭발을 막기 위해 주변 불길을 막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2층 여탕을 중심으로 많은 이용객들이 건물 내부에서 구조요청을 보내고 있었다. 눈으로 보이는 불과 구조를 바라는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소방대원을 보고 있었지만 어느 누구도 건물 안으로 진입하려는 시도는 하지 않았다. 현장을 지켜본 다수의 시민들이 내부에 있던 사람들로부터 구조요청이 쇄도하고 있다며 빠른 진입을 요구했지만 결국 그 같은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 사태는 화재를 발생시킨 관리인과 건물주의 잘못을 시작으로 대형 화재현장을 겪어 보지 못한 소방당국은 물론 소방 활동을 방해한 시민들의 불법주차, 이 모든 것이 함께 이어지며 제천 역사상 최악의 참사를 기록한 것이다. 제천에서 태어나 현재까지 50여 년 가까이 살고 있는 기자는 이 같은 상황이 아직도 믿기지 않고 있다. 친한 친구의 장모와 처형, 처조카가 한순간 유명을 달리했으며 우리 가족이 단골로 다니던, 기자의 아들을 그렇게도 귀여워해주던 아파트 앞 슈퍼마켓 아저씨도 우리 곁을 떠났다."
◇최범규기자

"한파가 시작될 무렵 날아든 때 아닌 비보는 충격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재산 피해 얼마, 부상자 몇 명'에 그칠 줄 알았다. 여느 화재 사고 정도일 줄 알았다. 하지만 화마는 참사가 됐다. 또 다시 골든타임을 놓쳤다. 불법 주·정차는 소방차량의 진입을 막았다. 겨우 화재 현장에 접근한 소방 장비는 제때 말을 듣지 않았다. 상황 전파 역시 중구난방이었다. 자욱한 연기 속에서 구조를 기다리던 29명은 싸늘한 주검이 돼서야 건물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필로티 구조물, 스티로폼을 사용한 드라이비트는 화를 키웠다. 안전보다 경제성에만 치중한 단면이다. 더구나 정치권은 이번 참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들었다. 세월호 때와 달라진 것이라곤 여야 공수만 바뀌었을 뿐이다. 행태는 그대로였다. 네 탓이 아니라 '우리 탓'이다."

◇강준식기자

"직접 마주한 화재 현장은 참혹했다. 3시간이 흐른 시점이었지만, 화마(火魔)가 할퀸 흔적과 끊임없이 내뿜어지는 유독가스에 참담한 심정을 감출 길이 없었다. 건물 인근 마트 주차장에는 긴급히 피해자 가족을 위한 임시 대기소가, 옆 공터에는 지휘통제실이 마련됐다. 100여명이 넘는 전국의 수많은 기자가 현장에서 바삐 움직였다. 불이 난 건물, 부상·희생자가 옮겨진 병원 등 제천시내 어디를 가도 기자를 만날 수 있었다. 매시간 진행된 소방당국의 브리핑은 기자들의 취재경쟁이 가장 치열한 순간이기도 했다. 하지만, '국민의 알 권리'를 이유로 가장 우선시돼야 할 피해자 가족들은 소방당국과 기자들에게 뒷전이 됐다. 가족을 위한 현장 브리핑이 기자를 위한 브리핑으로 전락했다. 막 구조된 부상자에게 10여명의 취재진이 달라붙어 질문하는 턱에 의료진과 부상자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재난 현장에서 기자들은 쉬지 않고 움직인다. 이 과정에서 특종이 나오기도 하고,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점이 드러나기도 한다. 그러나 모든 취재 행위는 유가족과 피해 가족의 아픔을 함께할 수 있는 공감 능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에도 한 기자가 유족에게 "심정이 어떠냐"는 질문을 해서 국민들의 큰 질타를 받은 적 있다. 재난 현장에서 특종을 위해 그들이 더 큰 상처를 받는 일은 이제는 없어져야 한다."
◇성홍규 편집팀장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며칠 앞두고 예고 없이 발생한 이번 참사는 충복도민은 물론 국민들에게 슬픔을 넘어선 참담함으로 다가왔다. 사건 당일부터 하루 수십 건의 사건 처리 과정과 유족들의 좌절감이 담긴 수십 건의 기사가 편집팀 앞에 놓였다. 편집팀은 참사를 바라보는 개인의 감정과 분위기 보다는, 사건 처리 과정에서 드러난 절차상의 문제와 남겨진 유족들의 목소리에 더 귀 기울이고자 했다. 특별취재팀의 기사는 사건의 흐름에 따라 차질 없이 작성, 전송됐고 편집팀은 도민들의 알권리를 충족을 위해 그 기사들의 제목과 레이아웃을 독자중심으로 편집하려 노력했다. 지면 편집과 함께 온라인 기사 편집도 실시간으로 이뤄졌다. 아쉬운 점은, 한정된 지면 사정으로 온라인으로 보도된 기사들을 더 많이 지면에 싣지 못했다는 것과, 가족을 잃은 유족들의 아픔을 더 가까이서 어루만지지 못했다."

◇김희란 미디어전략팀장

"첫 보도 당시 단순 화재 사건으로 보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규모가 커지면서 대형 참사로 기록됐다. 포털사이트 검색어가 제천 화재로 도배되면서 다수의 언론들이 검색어를 활용한 퍼나르기식 보도로 소위 어뷰징 기사를 생산했다. 독자들이 알고 싶어 하는 사건의 내용보다는 화제성을 이용한 '낚시성 기사'들이 포털을 장악했다. 본보는 지역지로서 현장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달했다. 지난 25일간 200여건의 기사 생산으로 대형 참사의 순간을 생생히 보도했다.이 기간 본보 검색 유입 합계 46만 건 중 7만9천 건(17%) 가량이 '제천화재'와 관련된 검색어로 유입됐다. 특히 화재 현장서 사람들을 대피시킨 할아버지와 손자의 이야기나 불법 증축 관련 기사 등 단독으로 발굴해 낸 기사들이 많은 유입을 이끌었다. 가짜 뉴스, 어뷰징 기사들이 활개 칠수록 독자들은 진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언론의 가치는 뉴스로 평가된다."
◇안 팀장

"제천 화재 참사는 안전 불감증이 만든 인재(人災)였다는 사실이 국회의원들의 활약으로 속속 드러났다. 자유한국당 홍철호(김포 을) 의원은 화재 당시 1층 로비에 설치된 스프링클러 설비의 알람 밸브가 폐쇄돼 있어 스프링클러가 건물 모든 층에서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냈다. 또한 해당 건물의 '소방감리보고서'와 '소방시설 완공검사증명서'를 공개해 건물을 감리했던 업체가 건축주에게 방염처리 된 내장재를 쓰라고 권고했지만 이행되지 않은 사실과 그럼에도 소방시설 완공검사를 무난히 통과했다 점을 밝혀내기도 했다. 그는 화재 당시 충북 유일의 소방헬기는 정비를 받느라 출동하지 못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국민의당 권은희(광산구을) 의원은 화재 당시 현장에 있던 소방선착대 지휘관은 인명 탐색과 구조가 최우선인 재난현장 표준작전절차(SOP)를 지키지 않았고 119상황실과의 무전도 먹통이었던 것으로 밝혀냈다."

◇강병조기자

"2층 여탕에서 집중된 참사를 두고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여성학살사건'으로 규정하고 여성의 안전권 확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커뮤니티 회원들은 지난 13일 서울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제천참사를 여성의 문제로 공론화하기 위한 시위를 벌였다. '여혐민국이 여성을 죽였다'는 참석자들의 말은 자극적인 측면이 없지 않았다. 대부분 시민들의 반응도 이와 비슷했다.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방법 측면에서 우려를 표했다. 여성문제를 '여성'에 국한돼 해법을 찾으려는 시도는 한계가 있어 보였다."

◇신민수기자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이후 비상구와 대피로 관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지만 안전 불감증은 여전했다. 본보가 청주지역 상가 건물 10동을 확인한 결과 3동의 옥상출입문이 잠겨있었다. 화재 발생 시 옥상으로 대피해야 하는 경우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일부 아파트와 상가건물의 계단과 복도에는 적치물이 놓여 있어 유사시 신속한 대피가 어려운 실정이다. 소방시설법에 따라 옥상 광장 의무 설치대상은 옥상출입문을 개방해야 하고, 대피로에 장애물을 놓으면 안 된다."

◇조성현기자

"소방인력난 문제는 충북도 예외는 아니었다. 1인당 905명의 도민을 담당하고 있는 충북소방은 제천스포츠센터 화재 당시 13명의 소방관만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소방 진입로에 즐비한 불법 주·정차로 인해 화재 진압이 늦어지는 등 우리 사회의 안전 불감증이 가져온 인재(人災)나 다름없었다. 지난 2015년 의정부 오피스텔 화재도 '설마 우리 집에 불이 나겠어'같은 안전 불감증에서 비롯됐다.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제천 화재는 두 번 다시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 더 이상 예고된 인재로 인해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서는 어설픈 해결책을 제시하기보단 국민들의 안전 불감증을 근절시켜야 하며, 허술한 소방 인력과 안전 관리법 등의 법 재정비가 시급하다."

◇안 팀장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특별취재팀을 대표해 제천 화재 참사로 희생된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들에게는 진심어린 애도를 표한다. 또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은 부상자들의 빠른 쾌유를 바란다. 제천 화재를 타산지석 삼아 재난안전시스템이 제대로 정비되길 기대하며 충북일보도 지역 언론의 소명을 성실히 이행하겠다는 약속을 도민에게 드리겠다. 항상 도민의 곁에서 도민의 아픔을 보듬고 진실을 쫓는데 앞장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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