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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4.05.08 21:46:27
  • 최종수정2024.05.08 21:46:26
[충북일보] 가정의 달 5월이 어둡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들도 많다. 청주에선 지적장애를 앓던 기초생활 수급자 일가족 3명이 지난 5일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장에선 유서로 추정되는 메모와 통장 등이 발견됐다. 메모에는 신변을 비관하며 통장에 있는 돈으로 장례를 치러달라는 글이 적혀 있다. 20여 년 전 가장을 잃은 이들은 그동안 기초생활 수급자로 살았다. 현재까지 범죄로 의심할 만한 단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이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민국의 자살률은 아주 높다. 벌써 19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국가 중 1위다. 2021년 기준 인구 10만 명당 자살자 수는 24.6명이다. OECD 평균보다 2배 이상 높다. 그동안 다른 OECD 국가들의 자살률은 줄어들었다. 하지만 국내 자살률은 오히려 46% 상승했다. 특히 청소년 자살률이 늘어나고 있다. 급기야 지난해 4월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가 성명서를 냈다. 그리고 청소년 자살을 예방하기 위한 정신건강기관 설립 및 지역 정신건강의학과와의 협조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3년 통계청이 발표한 '아동 청소년 삶의 질 2022'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0~17세 아동 청소년 자살률은 2021년 기준 10만 명당 2.7명에 달했다. 특히 학교 밖 청소년들의 상태가 심각하다. 두 명 중 한 명이 정신장애를 경험하고 있다. 문제는 정신장애를 겪는 학교 밖 청소년 중 71.3%가 자살을 고려한 적이 있다는 점이다. 이들의 정신건강 취약성이 자살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는 얘기다. 학교 밖 청소년은 각종 이유로 학교의 교과 과정을 마치지 못했다. 가정형편이나 건강 등 다양한 이유로 정규 교과 과정을 마치기 전에 학교를 이탈한 청소년이다. 정부 차원의 특별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노인들의 고독사 문제도 심각하다. 보건복지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아무도 모르게 홀로 죽음을 맞은 고독사가 2021년 기준 3천378명이다. 최근 5년 동안 연평균 8.8%씩 증가했다. 혼자 사는 노인들의 문제라고 간주하기 쉽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고독사는 60~70대 노인보다는 50대 중장년 남성에게서 많다. 배우자와 이혼이나 별거로 가족관계가 끊긴 사례가 절반 이상이다. 고독사는 사회적 고립 상태로 생활하는 사람이 자살·병사 등으로 임종을 맞고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 주검으로 발견되는 것을 말한다. 복지부는 지난해 5월 제1차 고독사 예방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고독사 위험군을 약 153만 명으로 추산했다. 국민 중 상당수는 특별한 연고가 없이 혼자 살고 있다. 자포자기에 빠져 가족과 연락을 끊은 경우도 적지 않다. 고독사는 개인적으로도 안타까운 비극인 동시에 사회적으로도 불행한 일이다. 고독사를 줄이려면 가장 먼저 이웃이나 지역사회가 따뜻한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야 한다. 그 다음으로 국가적으로 위험 신호를 조기에 찾아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그래야 고독사를 줄일 수 있다. 지금의 사회시스템이 바뀌지 않으면 고독사의 증가를 방치하는 것과 같다.

자살이나 고독사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막아야 한다. 정부는 자살이나 고독사 통계를 상세하게 공개하고 원인을 분석해야 한야 한다. 문제의 본질이 어디에 있는지 추적해야 한다. 그리고 공동체 복원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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