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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구

(전)한국감정평가사협회장·감정평가사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일정한 시기에 태어난 사람들을 소위 베이비붐 세대라 한다. 1946년부터 1964년까지 출생한 세대를 말하니 나이를 꽤나 먹은 세대다. 나이든 사람들이 들었을 때 기분이 안좋은 말이 있다. '꼰대'라는 말이다. 나이든 사람중에 권위를 내세우며 자기주장을 많이 하는 사람을 비하하는 은어다. 젊은 사람들과 어디에서 만나건 소위 '꼰대'나 '라떼' 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조심한다. "너는 모르고 나만 안다"는 말과 태도에서 나온 것이 '꼰대'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유교문화의 장유유서, 아이와 어른 사이에는 순서가 있으니 나이든 사람을 존중해야 한다는 데서 온 것 같다. 나이 든 사람들이 부지불식간에 "나 때는 이랬는데 말이야"라고 하면서 젊은이들이나 세태를 비난하면 "그건 그때 얘기고요, 지금은 아니지요"라는 반응이 돌아온다. 윗대의 조언이나 업무상 지적에도 꼰대 낙인을 찍기에 우리 사회가 어느 순간부터 꼰대가 되지 않으려 위축돼 가만히 있어야 한다는 강박이 생긴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베이비붐 세대인 필자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한 가족이 생활하는 집, 가까운 혈연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생활 공동체"를 우리는 '가정(家庭)'이라 한다. '가족(家族)'은 "주로 부부를 중심으로 한 친족 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집단"이다. 사상가 함석헌 선생은 온 세상이 다 나를 버려 외로울 때도 저 마음이야 하고 믿어지는 사람. 이세상 놓고 떠나려 할 때 빙긋이 웃고 눈 감을 사람. 그 마지막 사람이 가족이고 피붙이 아니겠냐고 했다. 시인 정호승은 오늘이 지나면 다시 못볼 사람처럼 가족을 대하라고 했다.

지금 우리의 가정, 가족의 모습을 그린 보고서가 있다.

글로벌 홈퍼니싱 기업 이케아는 '2023 라이프 앳 홈 보고서'를 발표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38개국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다. 이에 따르면 한국인의 10명중 4명은 '집에서 홀로있을 때 즐거움을 느낀다'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서른여덟 나라중 가장 높은 비율이다. '집에서 식구들과 함께 웃고 지내는 시간이 즐겁다'는 사람은 7명에 1명 정도 꼴이다. 14%에 불과하다. 덴마크 42%, 세계 평균 33%에 비하면 형편없이 낮은 결과다. 집에서 가족과 지내기 보다는 혼자 생활하는 걸 좋아한다는 얘기다. '집에서 자녀나 손주를 키우면서 기쁨과 보람을 느낀다'는 응답도 8%에 불과하다. 세계 최하위다. 가정에서 가족들이 함께 웃고 지내기 보다 홀로 지내는 삶을 더 편안하게 여기는 '개인사회' '나노(nano)사회'를 살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세상이 변하고 가정의 풍경도 많이 변했다. 그 의미가 변했을지 몰라도 오늘은 5월 8일 어버이 날이다. 어버이 은혜에 감사하는 더 특별한 날이다. 나이가 들어 어버이가 되고 어른이 됐다 해서 자동으로 존중받을 수 있는 건 아니란 것을 안다. 젊은이들이 윗대로부터 지혜를 느껴야 진정한 어른으로 인정해 준다는 것도 안다. 그렇치 않으면 꼰대로 외면받을 수 있다는 것도 안다. 그래서 요즘 어버이들에겐 더 조심스런 어버이 날 이다.

"믿어지는 사람", "마지막 사람", "다시 못볼 사람"이 가족이고 피붙이라고 함석헌 선생과 정호승 시인이 말하는 것처럼, 그 소중한 가족의 의미를 가슴깊이 새겨 보는 어버이 날 아침이다. 우리보다 우리의 자식들이 더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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