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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꺼이 밭모퉁이를 내어준 용산동의 작은 거인들

  • 웹출고시간2024.01.24 15:26:59
  • 최종수정2024.01.24 15:26:59

염태정

충주시 용산동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장

"곡식을 거둘 때에 밭모퉁이까지 다 거두지 말라"란 성경 구절이 있다.

곡식을 거둘지라도 밭모퉁이는 어려운 이웃들의 몫으로 남겨놓으라는 숨은 뜻이리라.

농부 개인의 땀과 희생이 바탕으로 완성된 농사지만 주변의 이웃을 돌아보라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2023년 용산동지역사회보장협의체에서는 '행복나르미 CMS 정기 기부' 활동을 진행하며, 자신의 밭모퉁이를 이웃과 나누는 나눔 운동을 펼쳤다.

다행히 용산동의 많은 이들이 기꺼이 자신의 밭모퉁이를 내어눴다.

밭모퉁이가 아닌 밭 한 두렁을 내주시는 통 큰 이웃들도 있었다.

작년 3월부터 시작한 행복나르미 기부 캠페인은 직능단체와 상인, 지역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성황을 이뤘다.

캠페인에 동참한 인원은 총 110명으로 월 3천 원에서 20만 원까지 각자의 형편대로 다양하게 참여하며, 월 평균 100만 원에 가까운 모금액을 모을 수 있었다.

이번 모금은 단순히 협의체 기금을 모아 복지사업에 쓰고자 시작한 것이 아니었다.

액수의 크기를 떠나 이웃사랑을 실천하고 감사함을 전달하는 것에 목적이 있었다.

그 의미와 진심이 전달되었던 것일까.

우리 용산동에서 자신의 밭 한켠을 내어주시겠다는 고맙고도 감사한 소식이 잇따랐다.

6년째 매월 행정복지센터를 방문해 성금을 쾌척하고 사라지는 얼굴 없는 천사를 비롯해 한부모 아동의 든든한 버팀목 충일교회 성도님들의 선행이 이어졌다.

어려운 경제상황 속에서 아동청소년을 위해 봉사하는 프린스당구장, 매월 후원금을 선뜻 내어주시는 마포막고기 용산점, 먹거리 쿠폰으로 아동청소년의 배를 채워주시는 이백장돈가스용산점과 푸라닭호암점, 장가계 대표님까지.

구구절절 나열하자면 한도 끝도 없을 지역사회 곳곳의 천사들 덕에 용산동은 한 겨울에도 훈기가 돈다.

용산동의 작은 거인들이 내어준 밭모퉁이는 여러 형태로 이웃에게 도움이 됐다.

어떤 모퉁이는 화재로 보금자리를 잃은 주민의 위로가 됐고, 다른 모퉁이는 어린이날이 슬펐던 아동에게 세상을 다 가진 듯한 행복한 웃음을 선사했다.

90세를 넘긴 6.25 참전 유공자 어르신에게는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달했으며, 청력이 좋지 않으신 어르신께는 초인등을 지원해드리는 기회가 됐다.

사랑이 모여 또 다른 사랑을 낳고, 내어준 밭모퉁이가 비록 작을지라도 도움을 받은 이웃들의 삶은 더욱 풍성하고 풍요로워졌다.

작지만 그 누구도 작다 할 수 없는 작은 거인들의 커다란 감사와 사랑이 아닐 수 없다.

이화여대 이지선 교수의 저서 '꽤 괜찮은 해피엔딩'의 글을 빌어본다.

"타인을 사랑하고 또 사랑받는 데서 오는 힘,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행복해질 수 있는 힘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다른 사람들이 누리는 평범함을, 인생이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느낄 만한 순간을 선물하고 싶다. 무엇을 바꿀 힘도 방법도 없어서 막막하기만 한 이 세상이 잠시라도 어깨를 내어준 이들 덕분에 그래도 믿을 만한 사람들이 있어서 살아볼 만하다고 느끼면 좋겠다."

행복나르미 CMS가부에 참여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리며 용산동지역사회보장협의체는 작은 거인들의 정성을 널리 퍼 나르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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