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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3.04.13 16:39:38
  • 최종수정2023.04.13 16:39:37

2창수

아티스트

동남지구 아파트 숲에서 월운천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초라한 비석이 하나 서 있다. 좁은 길이라 차량이 서로 양보해가며 다니는 길이지만 버스가 다니는 도로다. 현재는 상당경찰서와 동남지구 아파트가 들어온 뒤 새로 생겨난 넓은 도로에 밀려 더 작아진 듯 보이는 도로 가에 이 비석은 위태롭게 서 있다. 한눈에 봐도 오래된 비석으로, 뭐라 쓰여있는지 알기 어려울 만큼 마모가 심하지만 그래도 친절하게 비석의 유래는 옆에 기록되어 있다.

비석의 앞면에는 효자양수척지비(孝子楊水尺之碑)라고 쓰여 있다. 양수척은 조선 시대 천민계층의 하나로 목축, 도살, 유기업 등을 하던 천민으로 후에 백정으로 불리기도 했다. 말타기에 능하고 유랑을 하면서 다니던 사람들로 일반 정착민들과 결혼도 잘 하지 않았다고 하니 지역 주민 사이에서 평판이 좋을 리가 없었을 것이다. 언제 도적으로 변할지도 모르고 산으로 도망가면 잡을 길도 없어서 무섭게 생각되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천민의 비석이 세워진 것은 당시 사회에 필요한 기념적 이야기가 있어서이다.

양수척, 사람 이름은 아니지만 사람 이름처럼 들리는 이 양수척은 천민의 계층이어서 당연히 배우지 못하고 본능대로 살고 이름도 없었다고 한다. 기록에는, 동네에 양수척 삼형제가 살았고 그들에게 효를 가르쳐준 사람은 남일면 효촌리에 살던 남계(南溪) 경연(慶延, 1522~)이었다. 서로 동시대를 살았으니 양수척 삼형제도 1500년 초중반의 시기에 태어난 사람들로 생각된다.

양수척 삼형제는 운동동 비선 거리에서 두 아우와 살고 있었다. 주위에 평판이 좋지 않았고 늙은 어머니를 모시고 있었으나 효도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어머니가 병에 들어 병시중해야 하는 처지가 되니, 각기 책임을 지기 싫어 결국 고려장으로 어머님을 보내려 하게 되었다. 인근 남일면에 살던 남계 경연 선생이 이 사실을 알게 되고 삼형제를 불러 꾸짖고 가르쳤더니 이에 형제가 감명을 하여 그 후 노모를 잘 모셨다고 한다. 이렇게 건조한 내용으로 비석이 세워질 리는 없으니 신비한 전설도 가미가 되었다.

모친이 중병으로 사경을 헤매니 형제는 급히 청주성으로 가서 약을 지어 어머니께 돌아오고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홍수로 물이 불어 월운천을 건너지 못하게 되어 이를 한탄하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게 되었다. 그때 자연의 희한한 조화로 하천의 물이 갈라져 형제는 천을 건너 무사히 어머니의 병을 치료했다는 전설이다. 당시에 월운천이 얼마나 폭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현재는 쉽게 건널 만큼의 개울인데 실감 나지는 않았지만, 당시의 전설을 믿고 천민 효자 형제의 이야기를 곱씹어 보았다.

양수척 삼형제를 일깨운 효자 경연은 숙종이 비석까지 세워줄 만큼 효자라는 소문이 자자했다. 경연 효자비(慶延 孝子碑)는 효촌이라는 지명이 유래 될 만큼 남일면의 자랑이었는데 당시에도 그런 소문이 30리도 안 떨어진 운동동까지 전해졌을 것이다. 조선의 통치는 중앙집권이기는 하나 교통의 발달이 덜 되어서 지역 자치로 운영이 되었고 그 운영의 기본은 국가에 충성하여야 한다는 막연한 의무와 사명이었다. 보다 구체적으로 보이는, 가시적 의무와 사명이 바로 효였다. 그러므로 사대부의 효 이야기는 비석으로 잘 기록해 놓았다. 부모를 잘 봉양하는 효자, 효녀들의 이야기는 결국 국가에 충성하는 아버지 같은 왕을 잘 모시라는 것이다. 백성은 지역 사대부를 잘 모시라는, 보이지 않는 다단계적 세뇌였다. 사대부의 훌륭한 활동을 보면서 일반 백성보다 타고난 혈통, 품성이 다르다는 것을 강조하였고 그 활동을 왕이 내려준 비석으로 인해 넘을 수 없는 백성의 한계라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그런데도 천민 양수척 삼형제의 이야기 비석은 새롭다. 인간에 대한 도리라는 새로운 관점을 줄 수 있는 비석으로 생각된다. 이는 양수척 삼형제의 효자비가 신분을 넘어 오히려 백성과 사대부를 계도 할 수도 있는 인간 삶의 방식을 보여준 것일지도 모른다. 겸손하게 만들어진 초라한 비석이지만 좋은 돌에 새긴 여느 비석보다도 소중한 우리 문화의 자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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