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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을 파면 뭔가가 나온다. 가치가 있는 것도 나올 수 있지만 있으나 없으나 할만한 것도 나온다. 그럴때는 오히려 땅을 파던 수고스러움에 대한 보상을 떠나, 물건의 나중 처리를 걱정해야 할 일도 있다. 농업 중심의 조선은, 땅 특히 평평하여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땅은 좋은 땅이었다. 그때부터 대한민국의 부동산 신화는 시작되었는지도 모를 일이지만 그 땅속에는 수많은 역사도 함께 품고 있다.

한일합방 이후 어리숙한 조선인들은 자신의 땅이 어떻게 되는지도 모르는 체 일본인들이 땅을 소유하는 것을 구경만 했다. 1900년대 초 조선 땅은 일본인들에게는 재산증식의 손쉬운 투자처였을 것이다. 1910년 일제는, 임시토지조사국을 설치하고 근대적 토지 소유 관계를 확립한다는 명분으로 소유권, 가격, 측량을 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숨은 비책이 있었는데 토지세를 안정적으로 걷어 식민통치자금으로 운영하려는 것과 소유자의 불확실성을 이용해 토지를 가로채려는 방법이었다. 이 가로채기로 습득한 주인 없던 땅은 국유지로 편성했고 한반도로 이주한 일본인과 일본기업의 땅으로 헐값에 주게 됐다. 지주가 불명확했던 소작 농민들의 땅은 토지조사사업 중 경작권을 빼앗겼다. 자신 경작지를 인정도 받지 못하며 땅을 빼앗겼고 조사사업 이후 인근의 대지주에 경작지로 편입되거나 하여 더 이상 농사를 짓지 못하고 몸으로 날품을 파는 직업으로 생계를 이어야 했다. 글과 서류가 불명확해 생기는 일로 당시의 문맹률만큼 억울한 일도 많았을 것이다. 대대로 농사를 지었거나 하더라도 몇몇이 짜고 누구의 땅이라고 하면 서류가 없고 글을 모르면 쉽게 빼앗길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찾아온 해방으로 일본인들은 급하게 자신의 본국으로 돌아가게 됐다. 그동안 자신 땅으로 살았던 사람들도 해방은 큰 사건이었으므로 목숨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일본으로 급하게 가야했다. 그렇게 급하게 가다 보니 처분을 미처 못했던 적산가옥이나 농경지는 다시 국유지로 됐고 그런 국유지는 다시 처세에 뛰어난 사람들이 독식하게 됐다. 어리숙하게 살았고 모든 것을 빼앗겨도 무엇을 빼앗겼는지 억울할 틈도 없었던 식민지배 하의 한민족은 늘 궁핍했다.

그렇지만 해방 이전에도 늘 불행한 사건만이 있지는 않았다. 1936년 11회 베를린 올림픽에서 손기정선수가 금메달을 땄다. 일본의 식민지배 하에서 일본 대표로 한국인 선수를 보낸다는 것은 일본 정부로써도 치욕스러운 일이었다. 그렇기에 파견 마라톤 선수 선발전을 일본 선수들이 유리하도록 조작해놓고 선발전을 치렀다. 그럼에도 선발전은 한국인 남승룡 1위, 손기정 2위로 입상하게 되고 결국 올림픽 일본 대표로 참가하게 됐다. 그리고 두 선수는 올림픽에서 우승과 3위를 기록하며 두 명 모두 단상에 오를 수 있었다.

당시 모든 신문은 아침 호외로 올림픽 금메달을 알렸다. 작가 심훈은 조선중앙일보 1936년 8월 11일호에 이렇게 칭송하는 헌시를 남긴다.

오, 조선의 남아여! ―심훈

마라손에 우승한 손, 남 양군에게

…(중략)…

오오, 나는 외치고 싶다! 마이크를 쥐어잡고

전 세계의 인류를 향하여 외치고 싶다!

'인제도 인제도 너희들은 우리를

약한 족속이라고 부를 터이냐.'

이렇게 글을 쓴 것을 보니 심훈 역시 이 사건이 개인의 영광을 넘어서는 민족의 공통된 가치를 생각하며 썼던 시이며 마라톤을 뛰었던 그들도 개인의 영달이 목표가 될 수 없음을 이해하게 됐다. 식민지배로 스스로 약자로 생각하던 한민족을 이번 일로 더 이상 약자가 아니라는 울분의 표현이었다.

땅은 이렇게 우리가 밟고 사는 것이지만 이전 이전의 또 다른 이전에는 무언가 형언할 수 없는 누적된 것이있다. 그리고 그 땅을 통해 우리는 동질감을 느끼는 그런 동물인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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