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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가 주된 산업이었던 과거 한국은, 풍년이 드는 것이 가장 중요한 국가의 일 중에 하나였다. 오늘은 스마트 폰으로 날씨를 찾아보고 일기를 예측할 수 있으나, 과거는 몸으로 계절을 느끼며 선조의 경험에 의존하며 농사를 지었다. culture라는 언어도 경작이나 재배 등을 뜻하는 라틴어 'cultus'에서 유래했을 만큼 문화의 원형 속에는 '경작하다'라는 뜻이 숨어있다. 그만큼 인류가 진화하고 보다 발전하기 위해서는 정착과 경작이 중요한 문제였다.

원래 있었던 자연 상태를 인간의 의지로 일정한 자연 변화를 이끌어야 문화가 형성된다. 지역에 오랫동안 자리했으면 인근 지역과 다른 문화가 형성되는데 이는 기후와 지형 등에 따라 각기 차이의 특색을 보이는 것이다. 사람들이 한곳에서 많이 정착해 살게 될 때에는 그 인원에 필요한 생존적 뒷받침도 있어야 한다. 식량 문제가 그것인데 식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통치자는 늘 고민을 해야 했다.

서울시 동대문구 제기동에는 사적 제436호 선농단이 있다. 한국에서, 선농(先農)에 대한 기록은 신라시대에 처음 등장했다. 그리고 고려시대 성종2년에 왕이 직접 밭을 갈고 신농에게 제사하고 후직을 배향했다는 기록도 있다. 신농(神農)은 고대 중국 신화에 나오는 삼황 중 2번째의 황제이다. 고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미노타우로스(Minotauros)처럼 얼굴은 소이고 몸은 인간으로 기원전 28세기 중국에서 신농은 태어났다. 마차와 쟁기를 만들었고 소와 말을 길들여 멍에로 일을 시켰다. 농사 만이 아니라 약초에 대해서도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365종의 약초에 대한 목록을 정리해 식물의학의 기초를 만들기도 했다. 3일 만에 말을 하고 1주일이 되기도 전에 걸었고 3살이 되자 들로 나가 쟁기질을 했단다. 그리하여 그는 농사를 짓는 신으로 추앙을 받았고 그 전설이 다시 고대 한국으로 전파 됐다.

선농단에는 신농만을 모신 것은 아니다. 주나라 왕인 희씨의 조상인 후직(后稷) 역시 농사의 신으로 제사를 지낸다. 후직 역시 일반 사람과 다른 사람이라고 '사기' 주 본기에 기록되어 있다. 제곡의 정식 부인인 '강원'이 들에 나가 거인의 발자국을 밟자 임신해 아이를 낳게 되고 불행하게 여겨 길에 버리니 소와 말이 밟지 않으며 피해 걷고, 얼음 위에 버리니 새들이 날아들어 아이를 따뜻하게 보호해주는 것을 보고 기이하게 여겨 다시 아이를 키우게 되었다. 후직은 자라면서 농경을 좋아해 농업을 관장하는 관리로 활동했다. 이후 주나라의 왕들이 후직에게 제물을 바치며 자신의 조상으로 삼았다고 한다. 그만큼 당시 농업은 중요한 생존과 밀접한 핵심 역할을 담당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조선도 국가 통치를 위해 농사의 중요성과 정통성에 대해 중국의 신화를 이용했다. 그리고 왕 역시도 겸손하게 농사 신을 모시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1475년 (성종6년) 관경대(觀耕臺)를 선농단의 남쪽 10보 밖에 쌓고 왕이 친히 선농단에 제사하고 밭을 갈았다는 기록이 있다. 이 기록을 보면 1475년 이전에 제기동의 선농단이 만들어졌으며 농사의 중요도로 본다면 조선 건국년인 1392년에 지어졌을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선농단 입구에 천연기념물 제240호로 지정된 향나무가 있다. 선농단의 수명과 같을 것으로 생각되는 이 600년 정도 된 향나무는 선농단의 제사 때 사용하기 위한 향나무일 것이다. 실제로 나무가 제사를 위해 향불이 되었는지를 보았다는 사람이 있을리 없다. 그렇게 오래 살았던 사람이 있을 수 없고, 나뭇가지를 잘랐다는 시시콜콜한 기록도 남기지도 않았을 것이니 아무도 모를 일이다.

선농단 나무가 말해주는 것은 문화유지에는 생존이 중요하다는 점을 오랫동안 보여주는 것이다. 그럼에도 생존을 기억하고 생각하는 것이 없다면 생존도 무의미해진다는 것을 사람보다 더 오래 사는 또 다른 종이 증명해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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