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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1.01.14 17:32:31
  • 최종수정2021.01.14 17:32:31

2창수

아티스트

TV를 보면 중간중간 광고가 들어간다. 아름다운 옷을 입은 모델들이 주장하는 상품의 우수성은 직접 보지 않아도 '정말 이렇게나 좋구나!'라고 세뇌당하는 듯 멍하니 그 상품의 우수성을 경청한다. 쌍방 소통에 의한 전달이 아닌 일방적 주장을 현란한 영상과 가장 보기 좋은 각도의 상품을 보고 있다 보면 왠지 모를 신뢰가 생겨나는 느낌이다. 그 상품이 좋다고 이야기 하는 모델은 유명인으로 평소 품행이 방정한 사람으로 정평 난 경우가 많다. 당연히 상품의 신뢰는 모델의 후광으로 인해 더욱 좋은 것으로 인식된다. 상품을 이렇게 방정한 사람이 좋다는데 일반인이 부정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사각형 틀 안에 잘 맞추어 법도에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이 방정이다. 성품과 행동이 사각의 틀 안에서 법도를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이지만, 말이나 행동이 수선스럽고 가벼운 것을 칭하는 방정맞다는 것과 동음이다. 그런 의미로 상품의 우수성 주장을 조용히 관조한다면 방정맞는 소비 방법을 꿰뚫는 통찰이 생길지도 모른다.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가족계획 표어, 1960년대)의 내용처럼 '덮어놓고 사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와 같은 상황은 소비 중심의 현시대다. 그렇게 온 집안은 다양한 물건으로 과거에 비해 현란하고 찬란한 집안이 되었으나 사용되는 것은 일부분이다. 4계절이 뚜렷한 기후니 다음 계절에 이것이 필요할 거라 재워 둔 것이지만 켜켜이 쌓인 물건은 다음 해에도 사용이 잘 안 된다.

집안 대청소를 할 때 켜켜이 쌓인 물건은 드디어 집 밖으로 외출을 하게 된다. 신년 초나 일정한 기간에 맞추어 묵은 때를 깎아내듯 잉여 물건은 외출이라는 표현보다 배설에 가깝게 내동댕이 처진다. 같은 물건이라도 집안에서 보는 모습과 집 밖에서 보는 모습은 새삼 다르다. 식탁에서 맛있게 먹던 음식을 식탁 밖에서 보게 되면 불쾌한 쓰레기처럼 눈살을 찌푸리게 되는, 위치 변경으로 생겨나는 대상에 대한 인식변화는 대상의 변화보다는 바라보는 사람의 변화이다. 짧은 순간에 벌어지는 물건에 대한 사람의 배신이다.

장난감 영화 토이스토리에는 카우보이 모자를 쓴 '우디'라는 주인공 장난감이 등장한다. 사람의 시선이 아닌 장난감 시선을 통해 인간과 추억을 쌓았지만, 버려지는 것, 잊혀지는 것에대한 이야기를 한다. 장난감 주인공 '앤디'가 점점 자라면서 더 이상 장난감이 필요로 하지 않을 거라는 불안감으로 앤디를 떠나려는 장난감들의 갈등에서 우디는 어떤 것이 현명한 이별인지 고민한다. 자라나서 더 이상 장난감이 필요로 하지 않는 '앤디'는 장난감과의 추억이 있으나 다른 사람도 추억을 가질 수 있도록 어린이집에 장난감을 기증하며 끝나는 이야기이다. 이 영화의 주된 내용은 사라지고, 잊혀지고 다시 시작되는 물건의 생애주기를 보여주는 것과 장난감의 시점에서 사람이 가진 관심변화를 연결시켜 놓았다. 아이들에게 인기가 생기며 영화가 계속 만들어져서 다른 내용들이 첨가되었지만 물건의 생성과 소멸과 버려짐에 대한 이야기는 영화 밖의 현실이다.

버려진 물건들이 자리하는 곳은 쓰레기 매립지이다. 과거는 일정 부분의 땅에 직매립이라는 방법으로 쓰레기를 붓고 흙으로 덮고 누르는 방법을 통해 매립을 하였지만 보다 친환경적 매립의 방법이 필요로 하였다. 편안한 생활이 되도록 더 많은 생산물이 나오는 시대에 더 많은 쓰레기 배출은 당연한 문제였다. 경제적 풍족함은 필요로 하지 않는 물건까지도 구입을 촉진시키도록 국가가 나서서 산업장려라며 보여주었고 그 결과 어마한 경쟁을 통해 작은 물건에 과대한 포장이 붙는 것은 물론 아침마다 찾아오는 물건을 통해 편안한 소비산업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자연에서 시작된 물건을 가공하여 사용하다 자연으로 돌려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인간 편의를 위해 자연으로 되돌아가는 시간을 길게 하는 것은 결국 쓰임이 없어졌을 때 오는 역겨움을 많은 이들에게 오랫동안 느끼게 해주는 일이다. 이렇듯 쓰레기 매립지에는 현시대의 이기가 만들어 놓은 결과가 전시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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