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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가 국민학교라 불리던 시기, 학교 앞 누런 종이박스에 그득히 담긴 노란 병아리가 있었다. 예쁜 병아리는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아서 코 묻은 돈을 가져와서도 쉽게 구입할 수 있었다. 그 덕에 부모님에게 허락받는 것도 생략하고, 일단 사서 집으로 가져다 놓으며 기르곤 했다. 지극히 개인 적인 생각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와 함께 병아리를 샀던 친구들도 많았기 때문에 그들도 부모님에게 허락을 구하며 병아리를 샀던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요즘처럼 통신이 발달되지 못해 병아리가 발견되어 혼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로 했다. 적어도 부모님께서 퇴근을 하려면 몇 시간을 혼자 집에서 보내야하니 말이다. 부모님 퇴근 후 혼나도 이미 사갔던 병아리를 반납하기는 어렵기에 약간의 꾸중만을 넘기면 귀여운 병아리와 시간을 오랫동안 보낼 수 있었다.

보통 병아리는 어미가 알을 품어 부화시킨다. 닭은 체온이 41℃정도 되기 때문에 몸으로 알을 품을 때의 온도는 38℃정도이다. 사람의 체온이 36.5℃이니 에디슨이 알을 품어서 병아리를 부화하려는 노력을 한 것은 그리 바보스러운 행동은 아니다. 다만 조금 더 열 받기위한 행동을 했더라면 가능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퍼포먼스 예술가 아브라함 푸앵슈발은 2017년 3월 29일 파리 '빨레 드 도쿄'에서 퍼포먼스를 했다. 유리벽으로 만들어진 좁은 공간에서 자신의 체온으로 계란 부화를 시도한 것이다. 실제로 3주 뒤 병아리가 부화되었다. 학교 앞에서 팔던 병아리와 다른 점은 직접 부화를 시켰다는 것에서 또 다른 신기한 자연을 마주한 일이다. 계란 후라이가 될 뻔 한 알을 일정한 온도로써 지속적인 관심을 주면 병아리로 변화된다는 것은 책에서 본 것처럼 무의미하고 무자극적으로 전해오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것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관심을 일으킨다. 이렇듯 세상은 신비한 일이 도처에 있다. 다만 그것이 신기할 수 있는 일인지 자각하지 못하는 것일 뿐이다.

재래시장에 있는 수퍼마켓에 갔다. 대형 할인매장에서도 유정란을 구할 수는 있지만 대형할인마켓은 값싼 물건을 만들기 위해 유통 방법을 대량으로 한다. 그렇기에 신선한 원재료를 오랫동안 모아서 출하 하기위해 냉장시설에서 보관하여 출하시간을 맞춘다. 냉장고에 계란이 들어가면 유정란도 세포 분열이 쉽지 않다고 한다. 당연히 병아리가 되기 어렵게 된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재래시장의 수퍼마켓이었고 그 가게에서 오늘 가져왔다는 메추리알과 유정란을 가지고 부화를 시도 했다. 2019년 4월 중순에 '베스킨라빈스 31'의 아이스박스에 조광기를 연결한 백열전구를 통해 병아리 부화기를 가동시켰다. 보기에는 조잡하기 이를 때 없지만 나름 훌륭한 부화기의 기능을 하였다. 그 결과로 아무도 기대하진 않았던 메추라기와 병아리가 각각 1마리씩 부화가 된 것이다.

아무것도 아니며, 단순히 나에게 주어지는 영양분이라 생각한 미물에도 생명이 있었다. 난 그 생명이 자신만을 위해 살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오랫동안 동물은 사람의 영양분이라고 세뇌 받았는지는 모르겠지만 골고루 아끼지 말고 먹어야 되는 대상으로 생각한 계란도 생명이 탄생되는 것이라는 것을, 나는 지극히 자연적인 이치를 잊고 있었다는 것에서 충격을 받았다. 사람이 먹이 사슬의 최고위를 차지한다고 해서 모든 생명을 빼앗더라도 양심의 가책을 받지 말아야 할 것은 아니다. 계란의 부화는 이렇게 나를 일깨우는 생명의 존귀함을 알게 해주었다. 생명의 존귀함은 사람만이 아니라 개나 고양이와 같은 사람과 가까운 동물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머리가 나쁘다고 하는 닭과 같은 동물에도 혹은 그보다 못한 하등동물에게도 생명의 존귀함은 있다. 내가 살기위해 남을 죽여야 하는 처절한 행동도 정당성을 갖도록 명분을 세워야 하는 이유는 모든 살아있는 삶이 가져야 하는 멍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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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 "올해도 금융지원 본연의 역할은 물론 지역금융 전문은행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나가겠습니다." 임세빈(55) NH농협은행 충북본부장은 취임 2년차를 맞은 소회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끼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일반 은행과 달리 농협은행은 농민과 고객에 대한 서비스와 책임을 지고 있다. 100% 민족자본으로 설립된 은행으로의 기업가치를 지켜야하기 때문이다. 임 본부장은 "금융의 측면에서 신뢰를 바탕으로 고객에게 인정받는 리딩뱅크 운영을 목표로 삼고 있다"며 "농협의 기본 가치인 농업·농촌을 살릴 수 있는 지역사회 공헌과 농산물 소비촉진 등 공익활동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도시와 농촌을 연결할 수 있는 허브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농협은행의 목표는 '금융을 고객 성장의 수단으로 삼는 것'이다. 이를 위해 원칙을 재정립하고 고객 신뢰를 더욱 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임 본부장은 은행의 중점 추진사업으로 네 가지를 꼽았다. 먼저 고객과의 동반 성장을 실현한다. 고객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맞춤형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둘째, 규정과 원칙을 확립해 고객이 믿고 거래할 수 있는 금융환경을 조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