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구름조금충주 17.0℃
  • 맑음서산 18.6℃
  • 맑음청주 18.1℃
  • 맑음대전 18.5℃
  • 구름조금추풍령 19.0℃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홍성(예) 18.0℃
  • 맑음제주 21.3℃
  • 맑음고산 18.8℃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제천 17.2℃
  • 구름조금보은 17.3℃
  • 구름조금천안 17.8℃
  • 맑음보령 18.9℃
  • 맑음부여 18.7℃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최창중

전 단양교육장·소설가

올여름 무더위는 에어컨 판매량을 최고치로 올려 줄만큼 찜통이었습니다. 한낮에는 거리가 한산할 정도로 사람들은 외출을 피했지요. 밤엔 열대야로 잠을 설쳐 무기력증에 시달리기도 했습니다.

그 더위에도 텃밭의 옥수수는 익어 수염이 말라갑니다. 사람들이 바다로 계곡으로 또는 집에서 에어컨을 켜놓고 피서를 하는 동안 자연은 말없이 자기 임무를 수행하여 수확물을 내놓습니다. 옥수수를 땄습니다. 늦저녁을 먹었으니 낮 열기가 식을 때쯤 옥수수를 쪘습니다. 노동력이 없어 여남은 개 심은 것이라 채반에 펴놓고 보니 빈약합니다. 그래도 구수한 냄새가 여름 별미로 구미를 당깁니다.

텔레비전 연속극이 끝나고 밤은 깊어 가는데, 아파트 창마다 불이 환합니다. 바람 한 점 없는 밤을 보내느라 잠이 쉽게 들지 못하는 모양입니다. 옥수수 세 자루를 비닐봉지에 담아 마당으로 내려갔습니다. 따끈따끈한 옥수수를 들고 아파트 경비실로 갔지요. 좁은 공간에서 낡은 선풍기 한 대로 경비를 서는 경비원이 어느 날 혼자 양은 도시락을 먹고 있는 것을 본 일이 있거든요. 연세도 있는 분이 도시락을 혼자 먹는 모습이 마음에 꽂혔나 봅니다.

경비실엔 희미한 불빛만 새어나오고 순찰 중이라는 푯말을 붙여놓고 비어있습니다. 창문을 열고 봉지를 내려놓고 얼른 돌아섰습니다. 모퉁이를 돌자 갑자기 깨소금 같은 기쁨이 차오릅니다. 공연히 혼자서 빙긋빙긋 웃고 화단에 핀 꽃들에게도 말을 겁니다. 마당을 두 어 바퀴 도는 동안 가만가만 성가를 불렀습니다. 누가 보면 치매 걸린 노인 아니냐고 머리를 갸웃댈지도 모르는데, 마냥 좋기만 합니다.

가끔 우리 집 문고리에 비닐봉지를 걸어두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내용물은 애호박 한 개가 들어있거나 노각 반 토막이 들어있을 때도 있습니다. 그것을 받아들며 고운 미소가 저절로 열려 하루가 은근하고 행복했습니다. 누구라고 밝히지도 않고 가만히 걸어두고 간 마음이 오래가는 향기가 됩니다. 굳이 누구냐고 캐묻지 않는 것은 저 혼자만의 비밀입니다. 우리 이웃 모두가 주인공이 될 수 있기에 누리는 기쁨도 배가 되기 때문입니다.

사실 저는 그렇게 살지 못했습니다. 확실한 것을 좋아해서 이럴 경우 메모지를 붙여놓거나 모바일 문자로 알려 주었지요. 변변찮지만 맛있게 드시라고 생색을 내면서요. 그런데 여름밤 아무도 모르게 두고 온 옥수수 세 자루의 기쁨은 참 은밀하고 깊습니다. 이래서 좋은 일 하는 분들이 익명을 사용하는 모양입니다.'

위의 글은 천주교 청주교구에서 발행하는 청주주보에 실린 수필가 반숙자 선생님의 글을 그대로 옮긴 것입니다. 선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따스한 마음씨가 잔잔하게 가슴을 파고듭니다.

눈을 들어 주변을 돌아보면 세상은 온통 삭막하고 잔인합니다. '묻지마' 살인이며 폭행이 난무하고, 시기 질투로 인한 사회문제가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집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강한 지진이 발생하는가 하면 북한에서는 심심하면(·) 미사일을 발사합니다. 이처럼 주변이 온통 어수선한데 그래도 아직 세상이 살만하다고 느껴지는 것은 반숙자 선생님 같은 분이 사회 곳곳에 숨어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