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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윤

프리랜서

"최순실도 모정(母情)만큼은 대단하더군요."

어느 종편 TV 프로그램에 등장한 한 패널의 말이다. 이 말이 어쩐지'모정'이란 단어에 흠을 내는 것처럼 느껴져 마음이 불편했다. 국정농단 사태의 와중에서 그녀의 자식(정유라) 사랑에 과연 적합한 단어인지 생각해 보았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떠오른 이야기 하나.

어느 집안에 재가로 들어온 며느리가 있었다. 그녀는 남편의 전처 소생 아들과 비슷한 또래의 어린 아들을 데리고 들어왔다. 남편은 일로 집을 비울 때가 많았다. 시어머니는 이 새 며느리가 자기 친손자를 구박하고, 데리고 들어온 의붓손자에 정성을 쏟지 않을까 늘 노심초사했다. 그래서 항상 며느리의 행동거지를 면밀히 감시하다시피 했다. 그런데 아무리 숨어서 지켜보아도 전처 소생 아들을 각별히 챙기고 사랑하는 며느리의 행동은 한결같이 지극했다. 오히려 자기 친아들을 소홀히 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며느리는 새엄마로서 나무랄 데가 없었다. 시어머니가 출타했다가 부지불식 중에 들이닥쳐도 며느리가 의붓아들을 먼저 먹이고 씻기며 정성껏 돌보는 모습은 여전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렇게 헌신적 보살핌을 받는 자신의 친손자는 잔병치레도 잦고 어딘지 건강치 않아 보이는 데 비해, 며느리가 데리고 들어온 자식은 혈색도 좋고 몸에 윤기가 흐른다는 점이었다. 따라서 시어머니는 이 며느리를 계속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급기야 시어머니는 어느 날 며느리가 두 아들을 데리고 잠자는 방 안을 몰래 엿보게 되었다. 며느리의 품에는 의붓아들이 안겨 있었고, 친자식은 그 건너편에 잠들어 있었다. 한참을 지켜보니 며느리의 몸에서 하얀 실 같은 것이 나와 자신의 친자식에게로 건너가 그 몸을 안개처럼 휘감는 것이었다. 시어머니는 탄식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모정은 천륜이로구나."

이 이야기는 소설가 고(故) 박완서 선생의 글에 등장한다. 어쩌면 주술처럼 믿을 수 없는 현상이지만 원초적 모정의 힘은 어떤 인위적인 통제에도 억제될 수 없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준다. 이 며느리는 진심을 다해 의붓아들을 헌신적으로 돌보았다. 어쩌면 계모라는 인식의 편견을 깨기 위해 친아들에게보다 몇 갑절의 더 정성을 쏟았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잠든 무의식의 상태에서 친아들에게로 흘러가는'본능적 사랑'은 매서운 시어머니의 마음도 허물 수 있었던 것이다.

며느리는 한 가정의 화합과 안녕을 위해 공명정대한 사랑을 실천하려 최선을 다했다. 어느 누가 자신의 친자식에게 더 마음이 가지 않겠는가. 잠든 무의식의 본능적 사랑에도 고개가 끄덕여지고, 며느리의 지혜와 공평무사(公平無私)한 마음 씀에도 숙연한 마음이 든다. 그러므로 이 모정의 이야기는 감동적이다.

그런데 최순실의 모정이 과연 진정한 모정일까. 사리 분별 능력을 상실하여 남의 자식들은 철저히 짓밟은 채 오직 내 자식의 부귀와 명예를 악착같이 추구한, 그 결과는 어찌 되었는가. 모두가 아는 바와 같다. 모든 국민들에게 처절한 박탈감과 상처를 주고, 그녀의 딸 정유라는 대학은 물론 고등학교 학력도 취소되었으며 급기야 국제 범죄자 신세로 전락하지 않았나.

모정이 숭고하고 귀하게 존중됨은 보통 어머니들의 한량없는 희생과 헌신적 사랑에서 비롯된다. 그런데 그것이 좌우 돌아보지 않고 오로지 내 자식의 안위 만에 집착할 때'모정'은 말할 수 없이 추악해질 수도 있음을, 최순실은 뚜렷이 보여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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