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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윤

前 산소마을 편집장

근래 들어 텔레비전 방송에 '먹방'이라는 것이 주목받는 모양이다. 나 역시 그동안 생각지 못한 '먹방'을 당해야 해서 요즘 다소 괴로운 상황에 놓여 있다. 매일 아내로부터 강제 투여받는 각종 영양제와 건강식품의 종류를 이루 헤아릴 수 없다. 식사 전이나 식사 후에 먹어야 하는, 종류도 무궁무진한 여러 즙과 액들이 즐비하게 나를 기다리고 있다. 물론 자업자득이긴 하다.

한때 혈압이 높게 나와서 불안한 마음에 구입했던 마늘진액, 기관지가 약해 기침을 달고 사던 지난 겨울에 몇 상자 들여놓은 도라지즙, 지인이 다이어트에 좋다며 선물한 신원미상의 각종 야채즙, 장모님이 다려 보내신 홍삼액, 그밖에도 약국하는 친구가 보내준 종합비타민제와 비타민C, 클로레라, 오메가3 등 각종 건강식품과 영양제가 식탁 한 켠에 수북이 쌓여 있다. 아내의 성격으로 보아 결코 그것들을 그냥 버리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본인도 열심히 먹고 있다.

나이들어가는 전조로 나타나는 현상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무엇에 좋다는 영양제나 건강식품에 대한 집착이 그 대표적인 것 같다. 병을 얻어 약국에서 조제되는 약보다는 뭔가 안심이 될뿐더러 밥보다 먹기 간편하니 슬슬 몸에 잔고장을 일으키기 시작하는 중장년층에게 건강식품이 각광받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이는 혈기왕성한 청소년들이나 2,30대들은 도저히 이해하지 못할 일일 것이다.

전에 나도 조부모님이나 부모님이 이름도 생소한 여러 가지 건강식이나 약을 사들고 오시는 것을 잘 납득하지 못하였다. 드러내놓고 이야기하면 서운히 여기실까봐 말은 못했지만, '사람이 나이 들면 맘이 약해지고 귀가 얇아지나보다' 생각하며 그런 것에 의존하시는 것을 다소 안쓰럽게도 여겼다.

그러니 젊을 때는 누가 영양제를 선물해도 선뜻 그 성분에 대한 믿음이 안가 이리저리 굴러다니다 버려지기 일쑤였다. 그런데 오십 언저리를 넘기면서부터 그러한 영양제들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았다. 적혀 있는 갖가지 효능을 읽다 보면 어쩐지 감동스러워지기까지 하면서 틀림없이 나의 이런저런 신체적 노후증상들이 개선되리라는 무한 신뢰가 생기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러한 마음의 변화는 아내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언젠가부터 식탁에 놓여 있는 비타민제가 눈에 띄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피부에 유난히 신경을 쓰는 큰아들 녀석까지 가세했다.

그런데 사들여 놓거나 선물받은 각종 즙과 액들은 어쩐지 차츰 그 처음의 열기가 시들해지며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자 급기야 아내가 강제 투여에 나선 것이다. 대부분 비닐포장되어 있는 그것들은 냉장고에 들어 있는데다가 봉지를 뜯어서 따라 마셔야되니 간편히 먹을 수 있는 영양제보다 아무래도 손이 안가는 탓이다. 어찌하였든 우리집 냉장고와 김치 냉장고 등에 진액과 즙으로 현신한 각종 뿌리와 열매와 야채들을 생산하고 만든 농부와 제조업자들의 수고를 생각해서라도 먹지 않을 수 없다. 쌀 한 톨도 허투루 여기지 말라 했거늘….

차곡차곡 쟁여 있는 그네들을 보니 건강과 미용에 대한 과한 욕망의 잔해를 보는 듯도 하다. 이번에 그들을 다 비운다면 당분간은 더 이상 들이지 않을 생각이다. 그 대신 밥 잘 먹고 집 근처 산책로라도 걷고 또 걸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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