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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윤

前 산소마을 편집장

지금 고 1인 작은 아들 컴퓨터는 현관에 가까운 거실에 있다. 그래서 집에 들어가면 대부분 제일 먼저 마주치는 얼굴이 작은 녀석이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녀석의 얼굴보다 늘 켜있다시피 한 아들의 컴퓨터 모니터를 먼저 살펴보게 된다. 컴퓨터가 돌아가고 있는데 모니터가 꺼져 있으면 영락없이 게임 중이었다고 보면 된다. 요즘 세상에 청소년들이 게임을 아주 안 할 수야 없겠지만 문제는 아이가 스마트폰이나 게임에 너무 빠져있다는 것이다.

품 안에 자식이라고 어렸을 때는 스스럼없이 아빠에게 안기기도 하고, 곧잘 재잘대며 말도 잘 붙였는데 이제는 내 키를 훌쩍 넘겨 버린 녀석은 아빠에 대한 애정 표현을 하는 일이 거의 없다. 어쩌다 안아볼라치면 "에이~ 남자끼리"하며 엉덩이를 뒤로 뺀다. "그럼 엄마는 여자라서 안아주냐?"라고 응수할 수밖에 없는 나는 좀 질투가 나는 것도 사실이다. 대부분 막내들이 그렇듯이 녀석도 제 엄마한테는 가끔 어리광을 부리며 안기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긴 내가 아는 어떤 사람은 아들이 중2때 일이 잊혀지지 않는다며 집에서 내쫓길 뻔한(?) 웃지못할 일화를 들려준 적이 있다. 정말 서글프게도 비가 추적추적 오는 날이었단다. 아들이 아빠와 할 얘기가 있으니 잠깐 밖으로 나가자고 하더란다. 다음은 그 아들과 아빠와의 대화.

"비도 오는데 할 말 있으면 집에서 해"

"아니에요. 밖에서 조용히 드릴 말씀이 있어요"

그리하여 두 부자가 조용한 집 놔두고 굳이 우산을 쓰고 근처 놀이터로 나갔는데 아들 왈,

"아빠와의 인연을 여기서 끊고 싶어요. 집에서 나가 주세요"

순간 뭘 잘못 들었나 싶어 자신의 귀를 의심하면서도 너무 화가 나고 어이가 없어진 아빠 왈,

"야 인마, 여긴 내 집이야. 나가려면 네가 나가!"

"우리집은 엄마 거예요. 그리고 저는 아직 학생이니 밖에 나가 살 수 없어요. 아빠가 나가 주세요"

그 이야기를 나누며 우리는 서로 사춘기 아들 둔 아빠 처지에서 박장대소를 하였는데 그 웃음의 끝에는 묘한 서글픔이 남았던 것도 사실이었다.

여하튼 그 이야기는 가끔 생각나 머리 속을 맴돌곤 했다. 왜냐하면 그 아이가 아빠에게 매를 맞았다거나 한참 야단을 맞은 직후에 그런 이야기를 한 게 아니라 그냥 무심한 일상 속에서 문득 그런 말을 했다는 것이, 보통 아빠들의 평소 입지를 곱씹어 보게 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내가 아는 그 아빠는 교육자로서 사회적 가정적으로 매우 모범적이며 아이와도 대화가 원활하고 함께 보내는 시간도 많은 편이었기 때문이었다. 다만 아이가 그런 제안을 한 이유를 내 나름대로 추측해보자면 아마 아빠가 엄격히 관리하는 학습스케줄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나는 아직 아이에게 그렇게 진지하고 무서운(?) 제안을 받아본 적은 없지만 의미있는 대화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아들에게 '게임하지 마라' '영어 단어 외워라' '시험 얼마 안 남았다' 하는 말들만 일방적으로 던져왔다. 어느 심리학자는 상대에게 할 이야기가 있으면 집에서 서로 마주보지 말고 밖으로 나가 산책하며 대화를 나누라고 했다. 같은 방향을 보며 햇살과 바람 속에서 공유의 가치를 찾으라는 것이다. 햇살 좋은 토요일, 스마트폰은 집에 두고 집 앞 나무숲길을 아이와 그냥 무작정 걸어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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