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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윤

前 산소마을 편집장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곳으로 가네. 덜컹이는 기차에 기대어 너에게 편지를 쓴다. 꿈에 보았던 그 길에 서 있네."

나의 하루는 습관처럼 커피와 좋아하는 음악으로 열린다. 내게서 모닝커피 한 잔은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처럼 규칙적이다. 김광석의 노래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틀어놓고 홀로 커피를 마시니 오늘 아침, 더욱 운치가 있었다.

아내와 아이들이 제각기 학교로 가고난 뒤 빈 공간에 커피 향이 지긋이 퍼질 즈음,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우은정 화백이었다. 그와의 인연은 지난 4월 열린 그의 개인전 '바람의 곁에 바람으로 서서'가 계기였다. 그동안 소식이 없다가 갑자기 이른 아침 연락이 온 것이었다. 조금은 뜻밖이었다. 그런데 그의 목소리에서 바람 냄새가 진하게 풍겨왔다.

"여기 문장대 근처입니다. 바람과 풍광이 너무 좋아서요."

그의 목소리에는 바람이 묻혀 있었고, 소년처럼 들떠 있었다. 가쁜 호흡, 싱싱한 땀 냄새가 수화기 너머로 물씬 풍겨오는 듯 했다. 아마도 새벽을 지나 어느 한 능선에서 만난 풍경이 기막히게 좋았나보다. 멋진 풍경을 혼자만 누리기가 아까워 누군가와 나누고 싶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 멋진 풍경 앞에서 나를 떠올려 준 그가 고마웠다. 그가 옮겨다준 정경이 한동안 깊은 산 그림자를 내 마음에 드리웠다.

"꿈에 보았던 길, 그 길에 서있네. 설레임과 두려움으로 불안한 행복이지만 우리가 느끼며 바라볼 하늘과 사람들"

김광석의 노랫말처럼 하루의 삶은 언제나 '설레임과 두려움'이 연속되는 것이 아닐까. 우연의 일치처럼 우화백의 전화가 걸려왔고, 김광석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이 동시에 흐르고 있었다. 노래의 선율이 길게 이어지면서 지난 4월, 우화백과 나누었던 이야기들이 떠올랐다.

"밤새도록 산길을 걷다 보면, 새로운 세상을 만나요. 사람들이 잠들어 있는 시간에 숲은 깨어 있거든요. 아무도 모르는 세상이지만, 그 미답의 세상을 밟고 걷는 느낌은 놀랍습니다."

우화백은 밤새도록 홀로 걸으면서 그 느낌을 캔버스에 담아낸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그림을 보노라면, '별천지 세상'에 온 것만 같다. 하긴 그의 그림에 별들과 달 그리고 무수한 자연이 살아 숨 쉬니 어찌 그렇지 않을 것인가. 그의 캔버스에 아무리 많은 산등성이와 별들과 거대한 숲을 옮겨놓아도 사람의 세상처럼 부산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들이 내는 소리와 움직임이 그대로 사람에게는 휴식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노래는 계속 이어졌다.

"힘겨운 날들도 있지만, 새로운 꿈을 위해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곳으로 가네."

김광석의 노래 '바람이 불어오는 곳'은 이른 아침 한 통의 반가운 전화로 생기를 얻은 듯 더욱 힘차게 방안에 울려 퍼졌다. 우화백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우린 한 가지 약속을 했다. 6월이 오면, 함께 밤새워 산행을 하자고. 그리고 그 밤길을 걸으며 자연이 주는 느낌을 공유하자 다짐했었다. 비록 우화백 만큼의 예술적 영감은 받을 수 없을지라도, 그가 오늘 내게 전해준 바람의 기운을 온 몸으로 느껴보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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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