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6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윤기윤

前 산소마을 편집장

요즘 일련의 잔혹하고도 가공할 성폭력 사건들을 보면서 느끼는 것은 이러한 성범죄도 지나치게 욕망으로 치닫는 소비사회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성범죄자들의 특징은 음란물에 정도 이상으로 탐닉했다는 점이다. 어쩌면 성범죄자들도, 무엇을 생산하여 유통하든 돈만 벌면 된다는 사납고도 유해한 환경에 휘둘린 낙오자라고 할 수 있다.

성범죄자들은 자신이 저지른 잘못이 얼마나 큰지 알지 못하며 피해자의 고통에 무감하다고 한다. 이는 상대방을 한 사람의 인격체로 보지 않고 한낱 사물이나 물건 정도로밖에 인식하지 못하는 데서 생기는 물질적 사고관이 아닐까 한다.

거대 자본주의의 산업화 이전 농경사회에서는 무전취식하는 나그네가 많았다. 어린 날의 기억에도 시골 할머니 댁에서 자주 낯선 사람을 재워 줬던 생각이 난다. 흉흉한 성범죄는 아파트는커녕 대문도 없이 살던 그 시절에 오히려 더 많이 일어났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물론 언론과 방송매체 보도의 발달 정도를 지금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그러나 아무리 뉴스의 전파력이 전무한 시대였다 하더라도, 만약 무전취식하는 나그네로 인한 성범죄가 많았다면 그러한 과객문화가 온전하게 유지되어 내려오지 못했을 것이다.

옛 시골에서는 거지나 정신질환자 또한 많았다. 그런데도 그로인한 성범죄는 거의 들어보지 못했다. 특히 아이들을 상대로 하는 성폭력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조두순이나 고종석 등 흉악범들은 모두 성폭행 전 특히 수십 편의 아동음란물을 보았다고 한다.

"나는 쇼핑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누구나 학창시절의 윤리시간에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데카르트의 저 유명한 명제를 한두 번쯤 들어보았을 것이다. 근대 철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이 철학자의 말을, 미국의 현대 미술가 바버라 크루거는 현대인의 소비 욕망을 빗대어 위와 같이 패러디했다.

사람답게 산다는 것은 '생각하는' 것에 있는데, 현대의 소비사회는 우선 '욕망하는' 인간으로 부추기고 있다. 스마트폰을 비롯한 텔레비전이나 인터넷 등 온갖 첨단 매체들도 성찰과 사색의 시간보다 감각적 욕망을 앞장서 장려하고 있다. 가벼운 손끝으로 움직이는 감각적 터치는 숙고(熟考)의 시간을 갖기보다 빠른 결정과 선택을 요구한다.

더구나 우리나라 교육의 정책방향도 인성(人性)보다는 욕망(慾望)에 초점을 맞추고 달려가는 전차처럼 보인다. 따라서 아이들이 공부하는 목표는 돈이며, 출세다. 당장은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모든 열정을 쏟아 붓는다. 어른들의 잣대로 제작된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에 실린 아이들의 탈출구는 없어 보인다.

작년 한국방정환재단과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에서 공동 조사한 OECD 국가별 아동, 청소년의 주관적 행복도 조사결과를 보면 총 23개국 중 우리나라가 23위를 차지했다. 꼴찌다. 우리의 교육현실은 상위 1%를 제외하고 수많은 낙오자를 양산하는 시스템이다. 더 이상 시간이 없다. 아이들의 숨통을 틔워줘야 한다. 이제는 우리 모두 인문학적 성찰의 시간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 학교 교육과정에 영어나 수학보다, '소학'이나 '명심보감'이 중요시되는 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