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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윤

前 산소마을 편집장

전주비빔밥, 춘천 닭갈비, 동래파전, 충무김밥……모두 지역의 명물이 된 음식들이다. 그런데 막상 그 지역을 찾아가보면 하나같이 원조(元祖)라는 말이 거의 모든 식당의 간판 앞에 붙어있어 어디가 진짜 '원조'인지 헷갈린다. 같은 값이면 원조 음식점에서 먹고 싶은 것이다. 음식만 그런가. 노래도 그렇다. 처음 노래를 부른 가수를 원조가수라 부르고, 훗날 다른 가수가 그 노래를 다시 부르면 리메이크(remake)라고 한다. 하지만 리메이크 곡이 성공하기란 쉽지 않다. 대중들의 가슴에 이미 녹아 든, 첫 감성을 쉬이 잊지 못하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소로리 볍씨'가 우리 고장 충북 청원군에서 1997년 처음 발견되었다. 소로리 볍씨의 연대기가 무려 1만7000년 전이니 단연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볍씨다. 그런데 얼마 전, 고양시에서는 소로리 볍씨보다 1만년이나 뒤쳐진 '가와지 볍씨'의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최근 쌀박물관을 개관, 지역의 소중한 문화재로 대하는데 있어 우리 고장과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고양시 박물관에는 길이 130㎝의 가와지 볍씨 모형을 설치, 관람객에게 볼거리를 제공했다. 또한 지게와 맷돌 등 전통 농기구를 이용해 박물관을 찾는 관람객이 농경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가와지 볍씨를 활용한 지역의 관광 명소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고양시의 가와지 볍씨보다 1만년이나 앞선 세계 최고의 '소로리 볍씨'를 보유한 청주시가 이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 한국선사문화연구원 이융조 이사장은 "소로리 볍씨는 1만5000년 전의 것으로 발표됐지만 미국 애리조나 대학의 조사 결과 2000년이나 앞선 1만7000년 전의 것으로 확인됐다"며 "앞으로 연대기를 1만7000년 전으로 수정 발표할 것이다. '소로리 볍씨'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기념관을 건립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가로 4.5mm 세로 2mm 두께 1.5mm. 바로 쌀 한 톨의 크기다. 이 쌀 한 톨에 담긴 의미는 각별하다. 쌀은 우리 민족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곡식이다. 농경민족인 우리 문화의 중심에는 항상 쌀이 있었다. 쌀은 화폐를 대신할 만큼 경제의 중심이었으며, 쌀을 세금으로 거두어들였던 나라에는 정치의 중심이었다. 무릇 정치란 치수(治水)에 있다고 했을 때, 그 치수의 목적이란 바로 쌀농사를 잘 짓는 데 있었다는 것만을 보아도 쌀이란 나라 살림의 근본이었다. 예부터 우리들은 조상에게 차례나 제사를 지낼 때는 반드시 흰쌀밥을 지어 올렸다. 그 작은 쌀 한 톨에 우리 민족의 삶이 들어있으며 우리 문화의 정신이 들어있었던 것이다. 쌀과 우리의 삶은 별개가 아닌 하나인 것이다.

오는 7월이면 통합 청주시가 곧 출범된다. 쌀은 우리 민족의 마음의 고향이다. 또한 쌀은 바로 민족, 역사, 문명의 시발점이기도 하다. 그 출발점에 이제 막 올라선 통합 청주시가 '쌀이 태어난 고장', 혹은 '쌀의 원조(元祖)'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것은 바로 우리 청주가 대한민국의 중심임을 만방에 선포하는 일과 다름 아니다.

'소로리 볍씨'는 학술적 가치로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청주시민의 자긍심에 문화와 생명의 뿌리를 내릴 수 있는 귀중한 가치임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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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