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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윤

前 산소마을 편집장

가끔 아내의 차를 내가 이용할 때가 있다. 초보이기도 한데다가 운전 자체를 탐탁히 여기지 않는 아내는 차를 두고도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가 많다. 따라서 요즘은 시내 운전을 할 때 내가 갖고 있는 SUV 차량보다 슬금슬금 아내의 중고 소형차를 끌고 나가는 일이 잦아졌다.

차에 올라타 FM을 틀기도 하고 이것저것 만지다 보니 꽂혀 있는 테이프에서 음악이 흘러나온다.

저기 보이는 노란 찻집

오늘은 그녀를 세 번째 만나는 날

마음은 그곳을 달려가고 있지만 가슴이 떨려오네

하늘에 구름이 솜사탕이 아닐까

어디 한번 뛰어올라볼까

오늘은 그녀에게 고백을 해야지 용기를 내야지

차창에 쏟아지는 아침 햇살만큼이나 경쾌하고 상큼한 노랫말이 차안을 채운다. 이상우의 '그녀를 만나기 100m전'이다. 그런데 이게 언제 적 노래인가. 테이프를 꺼내 보니 색바랜 글씨로 '예쁜 맘 고운 꿈'이라 쓰여 있다. 필체를 보아하니 막내 여동생이 여고생 시절 좋아하는 노래로 채워 만든 음악테이프인 것 같다. 동생이 지금 여고생 딸을 둔 중년의 아주머니가 되었으니 세상에나, 20여년은 족히 지난 테이프다.

운전을 하며 그동안 쟁여졌던 시간이 다시 음악으로 풀려나오는 추억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나머지 음악들은 변진섭의 '새들처럼', 스모키의 '리빙 넥스트 도어 투 앨리스' 같은 것이 들어 있었고, 사이먼 가펑클의 노래들, 여고생답지 않게 가는 세월이 아쉬웠던지 산울림의 '청춘'도 들어 있었다.

그 시절의 음악을 들으니 언제나 방에 엎드려 이종환의 '별밤'을 듣던 동생이 생각났다. 좋아하는 음악이 나오기를 기다려 공테이프의 녹음 버튼을 잽싸게 누르던 풋풋한 단발머리 여고생도 이제 그만한 나이의 딸에게 공부하라고 다그치는 전형적 잔소리꾼 학부모가 되었다.

"예쁜 맘, 고운 꿈"

다소 유치하게 느껴지는 제목일지 몰라도 새삼 가슴에 새겨오는 느낌이 좋은 말이었다. 테이프에 적힌 위 제목처럼 안에 담겨 있는 노랫말들도 오래된 음악이지만 오히려 더 신선하고 아름다웠다. '내 눈에 눈물 나게 하면 니 눈에는 피 눈물 나'와 같은 요즘 아이돌들의 직설적 노랫말에 비하면 수줍고 함축적이며 시적인 가사들이 많았다. 물론 요즘의 노래 가사도 좋은 것들이 많지만 청소년층이 좋아하는 노래는 멜로디와 댄스 위주에 치중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가사의 수준이 떨어진다는 느낌이다. 그리하여 요즘 옛 노래 위주로 부르게 되는 '나가수'나 '불후의 명곡'이 이슈화되고 시청자에게 큰 공감을 얻고 있는 것이리라. 방송 진행자이기도 한 손석희 교수는 이 프로그램을 두고 '가사의 재발견'이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내 차는 CD 넣는 데가 없어 테이프를 찾다 오래된 상자에서 겨우 발견했는데, 문득 틀어봤다가 횡재한 기분이었어요."

아내가 베란다 창고 속에서 이 음악 테이프를 찾아내게 된 경위다. 다가오는 추석 때, 엄마의 여고시절 '예쁜 맘, 고운 꿈'을 어엿한 여고생이 된 조카에게 선물하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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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