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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윤

前 산소마을 편집장

요즈음 주말은 이제 금요일부터 시작이다. 아이들과 아내는 금요일 저녁이면 생기가 돈다. 쉰다는 의미보다는 이틀의 휴식이 주는 정신적 위안이랄까. 중간고사가 끝난 지 얼마 안 된 막내가 토요일 날도 하루 종일 나가 놀더니 일요일에도 친구를 만나러 나간다고 서둔다. 엄마에게는 이것저것 내일 설악산으로 떠날 수학여행 준비물을 잔뜩 주문해놓은 상태다. 해도 해도 너무 한다 싶어 한마디 했다.

"그렇게 빈둥거리지 말고, 책이라도 좀 봐라."

"아빠, 소풍가기 전 이 달콤한 기분 아세요? 사실 여행 가봐야 별거 없잖아요. 지금이 좋은 것이라고요."

아이는 그 말을 던지고 시간을 음미하듯 가만히 눈을 감았다. 그 모습을 보며 난, 피식 웃음이 흘러나왔다. 어린 시절 소풍가기 전 손꼽아 기다리던 나날들이 저절로 떠오른 것이다. 가슴 설레고 부풀었던 그 시절이…….

오래된 이야기지만, 일본 철도의 '기차여행'이야기는 소풍을 기다리는 아이의 마음이 어른으로 성장해도 아직까지 애틋하게 남아있음을 잘 보여준다. 아마도 30년 전의 실화로 기억하고 있다. 일본의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그동안 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던 일본국민들이 점차 자가용으로 옮겨가며 일본의 국철(JR도쿄)은 몇 년간 적자에 허덕이게 되었다. 고민 끝에 국철 임원진은 아이디어를 냈다. 직원들에게 흑자로 전환할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공모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결정된 것이 '기차여행상품'을 만들자는 것이었고, 그에 관한 광고를 대대적으로 시도해보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광고카피도 전 사원에게 의견을 모아 만들어졌다. 사원들의 마음을 모아 만들어진 광고카피는 신문과 TV를 통해 전국적으로 퍼져나갔다. 그런데 놀랍게도 광고를 낸지 6개월 만에 일본 국철은 흑자로 돌아선 것이었다. 기적이었다. 전 사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만들어낸 광고카피는 이런 내용이었다.

'한 달 전에 기차표를 예매하십시오. 그러면 당신의 가슴은 한 달 동안 두근거릴 것입니다.'

막내 아이는 여행을 떠나기 전, 두근거리는 가슴을 '달콤한 기분'으로 표현했던 것이었다. 초등학교 다닐 때, 소풍 가기 전 날 사이다 한 병과 어머니가 싸주시던 김밥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설렌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천상병 시인의 '귀천'에서도 소풍이 등장한다. 시인에게 가장 행복한 시절과 소풍은 어쩌면 동의어였을지도 모를 일이다.

과거 어른들은 흔히 소풍을 원족(遠足)이라 불렀다. 아마도 '먼 거리를 걸어서 가는 놀이'로 여겼으리라. 이제는 초등학교에서 이러한 의미의 소풍은 점차 사라져가고 있다.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이 세월 속으로 물처럼 흐른다. 프랑스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가 단두대에 오르면서 '아, 오월인가.'라고 했던가. 나이가 들면서 점점 봄이 좋아진다. 특히 나무마다 연초록의 새순이 파릇파릇 피어오르는 것을 보면 걸음을 멈추고 마냥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아이가 여행에서 돌아오면, 김밥과 음료수를 담아 오랜만에 가까운 숲으로 가족소풍이라도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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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