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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윤

前 산소마을 편집장

드디어 아내가 자동차 운전면허를 땄다. 그것도 한번에. 본인도 믿기지 않는지 대학에 합격했을 때보다 더 기뻤다고 한다. 적어도 열 번 정도는 떨어질 각오를 하고 있었단다. 나 또한 960번째 합격했다는 차사순 할머니까지는 아니더라도 분명 여러 번 떨어지려니 내심 생각하고 있었다. 사실 면허를 따긴 했지만 그동안 아내를 간간히 연습시켜왔다. 면허를 따고 난 후에도 인간 내비게이션이 되어 현재도 아내에게 차량 연수중인 나로서는 국가가 왜 아내에게 운전면허를 단번에 건네주었는지 아직도 상당한 의구심(?)을 갖고 있다.

요즘의 풍속도로 보아 40대 중반의 아내가 면허를 딴 것은 상당히 늦은 감이 있다. 장모님의 운전 경력이 20여 년이 넘으셨으니 아내는 참 오래도 버틴 셈이다. 아내는 지금까지 자전거를 타본 적도 없거니와 놀이공원의 놀이기구 타는 것조차 질색이다. 나이 들어서의 현상이 아니라, 처녀시절 나와 연애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한번은 아이들이 어렸을 적 대전 동물원에서 놀이기구 몇 가지를 아이들 성화에 못 이겨 같이 탔다가 병이 나서 다음날 직장에 출근을 못한 적도 있었다. 아무리 시골에서 자랐기로서니 아내는 유난히 기계와 관련된 것들을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 그동안 주변에서 운전을 하라고 할 때마다 '걷기 예찬'과 '대중교통 이용'으로 그 모든 권고를 물리쳐왔다. 또 아내가 좋아하는, 그 역시 아직 운전면허가 없다는 작가 김훈의 생각과 견주어 말하기를 즐겨하였다.

"나는 저 속도감이 감당이 안 돼. 풍경을 물리치고 나가는 저 난폭한 속도가 마음에 안 들어."

그러던 아내가 운전하기로 결심한 것은 역시 자식이 무섭다고 큰아이 때문이었다. 고등학생인 큰아이가 야간자율학습을 마치고 나오는 시간에 가서 태워오려는 결심을 한 것이다.

"운전학원 강사 선생님이 그러는데 남편 되는 분이 운전연수하려면 스트레스 좀 받을 것이라고 하던데…."

아내가 이런 말을 전할 때만 해도 '속 좁은 사람들의 전형'이라고 무심히 흘려들었다. 운전할 때 고개는 통나무처럼 고정시킨 채 눈동자만 돌리는 모습이 우스꽝스럽기도 했고, 운전대에 손을 떼면 큰일이라도 나는 것처럼 안경이 흘러내려도 제대로 올리지도 못하는 모습이 측은하기도 하였다.

"운전 가르쳐주다 부부싸움 난다는데……."

아내를 운전 연습시킨다니까 주변에서도 모두들 걱정 어린 한 마디씩을 해주었다.

면허를 딴 첫 날, 아내는 횡단보도에 사람이 지나가는데도 '어 어!'하면서 멈추질 못해 등덜미에 식은땀이 난적도 있었다. 방향 지시등을 넣고도 차선을 바꾸지 못해 목적지를 가까이 두고도 계속 엉뚱한 길로 달리곤 했다. 옆에 앉은 나는 늘 고난이도 롤러코스터에 올라탄 심정이었다. 요즘은 후면 유리창에 '초보운전'이 아니라 '세 시간째 직진'이라고 써 붙인다는 우스갯소리를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오늘 아내는 처음으로 직장까지 혼자 차를 몰고 가기로 했다. 목적지는 보은이다. 혹시 이런 문자가 오지 않을까 걱정이다.

"나 지금 대전가는 중이야. 어떻게 좀 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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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