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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2.04.23 16:00:45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윤기윤

前 산소마을 편집장

사흘 내내 비가 내렸습니다. 지난 주, 3박4일 일정으로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비가 오는 제주여행이라니요. 그야말로 엉망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엉망인 제주여행을 꽤 '의미 있는 여행'으로 바꾸어 준 사람이 있었습니다.

47명으로 구성된 제주도 '패키지'여행객들은 지난 목요일 오후 7시 청주공항을 출발했습니다. 출발 전, 인터넷으로 확인한 기상정보는 4일내내 비가 온다는 소식이었지만, 그래도 '하루쯤은 괜찮겠지'라는 일말의 기대를 품고 비행기 트랩을 올랐지요. 제주도의 성산일출봉을 다시 한 번 꼭 보고 싶었거든요. 하지만 제주여행의 첫날부터 삐꺽거렸습니다. 하루 종일 폭우가 내린다는 기상예보에 여행가이드는 애초의 관광일정을 변경하고자 했습니다. 제가 잔뜩 기대했던 성산포와 우도 그리고 해안절경으로의 관광일정은 힘들다는 것입니다. 여행객들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노인들 탓에 비오는 날씨에 걷고 오르는 여행은 무리라는 것입니다. 가이드가 제시한 여행코스는 주로 실내에서 진행되는 공연위주였습니다. '라스베가스 마술쇼' '테지움' '중국기예단 공연' '선녀와 나뭇꾼' 같은 건물 내에서 주로 이루어질 수 있는 코스였지요. 성산일출봉과 제주 해안의 절경을 보고 싶던 나의 기대가 물거품이 될까 두려웠습니다.

"아무리 비가 온다지만, 제주도 관광의 의미가 무엇입니까? 비바람이 분다고 성산일출봉조차도 가보지 못한다면 무엇 때문에 제주에 오셨습니까? 이런 실내 공연 위주의 관광이라면 비행기를 타고 굳이 제주도로 올 이유가 없습니다."

47명의 여행객을 상대로 설득해보려 했지만, 다수결 원칙에 충실한 민주주의 표결방식으로 결국 실내위주의 관광 일정으로 원래의 일정을 무시하고 즉석에서 변경되었습니다. 저는 다수의 횡포에 눌려 '이번 제주여행은 망쳤다.'는 생각에 억울했습니다. 울화가 치밀어 올라, 마음 같아서는 당장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화를 삭이며 비 내리는 창을 바라보고 있는데 노인 한 분이 다가오더군요. 그분은 "삼화전기에 평생 근무하다 얼마 전 퇴직을 하고 집에서 쉬고 있어요. 아내와는 평생 처음으로 단둘이 여행을 왔어요."라며 말을 건네는 겁니다. 그러면서 "몇 년 전, 비오는 날 미끄러진 적이 있습니다. 순간 진창에 안 넘어지려고 용을 쓰다 결국 크게 넘어졌지요. 그래서 한동안 걷지도 못했어요. 그냥 자연스럽게 미끄러지는 대로 몸을 맡겼다면 타박상 정도였을 것인데 억지로 버티다 결국 걷지도 못하게 되었지요. 좀 화가 나겠지만, 버티지 말고 그냥 미끄러져 봐요. 그럼 생각보다 덜 다치게 될 수도 있어요."라고 말하더군요.

비가 와서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으니, 그냥 미끄러지라니요. 그러면 덜 다친다고 넌지시 말하네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된 것이라면, 상황을 즐기자.'라고 체념해버렸습니다. 그래서 비오는 풍경 속으로 여행객과 함께 풍덩 빠져버렸습니다. 그랬더니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지더군요. 그래서였던가요. 중국기예단의 공연과 릭 토마스가 진행하는 '라스베가스의 마술쇼'도 무척 재미있게 보았지요. '모든 것이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말이 실감났습니다.

작은 생각의 차이가 삶도 바꿀 수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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