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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윤

前 산소마을 편집장

멋진 집이었다. 하루 24시간을 따져보면, 택시라는 직업의 특성 덕분에 자신의 집보다 오히려 택시에서 보내는 시간이 훨씬 많다. 그래서 그런지 어떤 젊은 택시기사는 택시 내부를 마치 자신의 방처럼 아늑하게 꾸며놓고 영업을 했다. 심지어는 천장 방음시설부터 시작해서 품질 좋은 오디오시설과 은은한 조명 그리고 좋은 향기까지 완벽하게 꾸며놓았다. 그런 택시를 타게 되면 목적지까지 가는 동안 손님 입장에서도 여간 반가운 것이 아니다. 한껏 기분이 좋아진 나는 젊은 기사에게 "요즈음 택시영업이 힘들다던데…이렇게 꾸며놓고 운행하면 손님들이야 좋지만, 기사입장에서 부담스럽지 않나요?"라고 묻자, 그는 "어쩔 수 없이 제게 주어진 환경이거든요. 불평불만을 늘어놓아봤자 나만 손해지요. 이왕 하는 것 즐겁게 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환경도 바꾸고 편안한 공간으로 꾸미고 나니 일의 능률도 오르고 택시에 애착도 생기니까 손님들에게 더 잘하게 되더군요."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는 "솔직히 전 꽉 얽매인 직장생활은 너무 답답해서 못합니다. 택시처럼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내가 열심히 한만큼 버는 이 직업이 마음에 들어요."라고 말했다. 그의 말에는 자부심이 가득했다. 거기다 젊음만이 가질 수 있는 '자유'같은 것이 느껴졌다. 그 젊은 택시기사를 만난 뒤로 '택시기사도 꽤 매력적인 직업'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것도 벌써 수년전의 이야기다. 언제부터인가 택시를 타면 노인들이 운행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택시는 주로 젊은이들이 주류를 이루었고, 50대 이상의 중장년층은 개인택시를 몰았다.

얼마 전, 늦은 시간에 친구가 산남동에서 술 한 잔을 청해 택시를 탄 적이 있었다. 챙이 있는 모자를 깊이 눌러쓰고 붉은 T셔츠를 입은 택시기사였다. 그런데 운전이 영 서툴렀다. 그래서 운전하는 모습을 가만히 살펴보니 꽤 나이가 든 노인임을 알 수 있었다.

"힘들지 않으세요? 연세가 꽤 된 것 같아서요." 그러자 깜짝 놀랐다는 듯이 "저 나이 들어 보여요? 그래서 일부러 젊은이처럼 보이려고 모자도 쓰고, T셔츠도 입었는데……그렇게 티가 나요?"라고 말하며 몹시 실망한 기색이다. 그러면서 그 나이까지 택시기사를 해야 하는 이유를 들려주었다. 택시기사분의 나이는 70세라고 했다. 아직까지 출가하지 않은 딸이 두 명이나 있어 할 수 없이 생활전선에 뛰어 들었다고 힘겨운 어조로 말했다.

그 분이 하루 일하는 시간은 꼬박 12시간이라고 했다. 잠자는 시간 7시간을 빼면 하루 5시간의 여가다. 그 5시간동안 식사와 휴식을 취해야 한다. 개인 생활은 꿈도 못 꾼다고 한다. 목적지에 도착했을 무렵, 그분의 넋두리가 내내 가슴을 무겁게 한다.

"세상에 이런 노동자가 어디 있어요? 하루 12시간 죽어라고 일해도 고작 120만원 손에 넣을까 말깐데. 하루하루가 사는 게 아닙니다. 택시 쉬는 날은 하루 종일 잡니다. 친구들에게서 벌써 잊혀졌어요."

택시비의 잔돈을 차마 받을 수 없었다. 앞서 언급한 젊은 택시기사에게 난 그래도 작은 희망을 봤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도 '장시간 저임금'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다 곧 택시 일을 놓을 것이다. 연 소득 2만불 시대의 대한민국은 아직도 그들에게는 먼 나라 꿈같은 이야기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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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