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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윤

前 산소마을 편집장

"지 애비 어릴 때와 똑같구먼." 어린 시절, 내 얼굴을 보고 연로하신 친척 어른들이 이렇게 말하면 아버지는 무척 흐뭇해 하셨다. 나 또한 아버지 자식임이 확실히 인증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우리 집 작은 녀석은 휘어진 새끼발가락이 꼭 제 엄마를 닮았다. 발가락의 휘어진 각도와 모양이 너무도 흡사해 같이 놓고 비교해 보면 웃음이 나온다. 김동인의 소설 '발가락이 닮았다'는 생식 기능을 상실한 남편이, 이를 모르고 결혼한 부인이 아이를 낳게 되자 어떻게 해서든 자신의 자식임을 확인하고자 하는 안타까운 몸부림이 담겨 있다. 전에 그 소설을 읽었을 때는 '오죽 닮은 데가 없어 발가락을 가지고 그럴까' 하고 실소했지만, 사람의 발가락 모양도 혈연의 증표가 될 수 있음을 아내와 아이의 발가락 닮은 모습에서 확인하곤 한다.

이렇듯 닮았다는 것은 왠지 모를 안도감을 준다. 그런데 혈족이 아닌 전혀 남남 사이에 서로 닮은꼴을 확인한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얼굴이 아니라 목소리의 닮은꼴이 화제가 되는 프로그램이 있다. 종편 방송 중에서 근간 화제 몰이를 하고 있는 '히든 싱어'이다. 특정가수와 똑같은 음색과 발성으로 노래 부르는 대여섯 명의 사람들이 커튼 뒤에서 돌아가며 몇 소절씩 그 가수의 노래를 부르면, 방청객들은 그 중에서 가장 그 가수와 같은 사람을 가려내는 것이다.

텔레비전에서 사람들이 유명인들의 성대모사를 하는 것을 흔히 봐 왔지만 그것은 대개 짧은 몇 마디 말이었고, 4~5분 정도 소요되는 전곡을 똑같은 음색으로 부른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그 중에는 그동안 그 가수를 롤 모델로 삼아 치열하게 노래 부르며 자기 삶을 헤쳐 온 살아온 사람도 있었다.

저마다의 개성을 자랑하고 또 그것이 미덕이 되는 시대에 '누구와 닮았다'라는 것은 썩 듣기 좋은 말이 아닐지도 모른다. 언젠가 어느 음악평론가는 "우리 가요계에 조용필이 두 명일 필요는 없다"라는 말을 하였다. 맞는 말이다. 그만큼 자신만의 색깔이 중요하다는 말이겠다. 하지만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라는 말처럼 모든 것은 모방과 이전 시대의 축적으로부터 새롭게 발전되어 간다. 출연자들은 원래부터 닮은 목소리에 피나는 연습으로 오리지널 가수와 흡사하게 노래를 불렀다. 흔히 "많이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달라진다." "양적으로 많아지면 질적으로도 달라진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들의 노력에 오리지널 가수들도 같이 출연하여 노래 부르며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응원하였다.

'히든싱어'의 모창 가수들은 기존의 가수들을 단지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그들과 같이 노래하기 위해 저마다 살아온 이력이 녹록치 않았다. 거리에서 '김경호'의 목소리로 노래 불러 장애우들을 도와 온 회사원도 있었고, 어려운 환경에서도 '이수영'을 꿈꾸며 좌절하지 않고 살아온 모창 능력자도 있었다. 출연 가수들은 "나를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내가 노래해야하는 이유, 나의 존재가치를 높여준 프로그램이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배칠수' 나 '너훈아'라는 이름에 공연히 웃음부터 베어 문 나의 가벼운 태도가 반성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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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