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14.08.18 18:16:45
  • 최종수정2014.08.18 18:17:46

윤기윤 전문기자

동해 쪽으로 가는 고속도로라서 정체가 심할 줄 알았다. 그러나 예상 외로 막힘없이 대관령을 쉽게 넘었다. 예전에 비해 아무리 곧게 뻗어 정비된 도로라 해도 한창 휴가철이라 차가 막힐 것을 걱정했건만 생각보다 한산한 편이었다. 고산지대처럼 산과 어깨를 나란히 한 대관령의 도로를 달리다보니, 굽이굽이 넘어가던 옛 도로에 대한 생각이 절로 떠올랐다. 지금 자동차 뒤 좌석에 앉아 스마트폰에 열중하고 있는 작은 녀석 나이 때쯤, 그러니까 고등학교 2학년 설악산 수학여행 길이었다.

얼룩무늬 교련복을 입은 우리들은 반 전체의 친구들끼리 한 버스를 탔다는 것만으로도 들떠 있었다. 서너 시간을 달려 서서히 고개를 주억거리며 조는 녀석들도 생길 즈음 누군가의 "바다다!"하는 외침에 모두들 눈을 번쩍 떴다. 버스가 대관령 고개 길을 한참 힘겹게 오를 즈음, 저 멀리 하늘과 구름 사이로 푸른 섬광처럼 서늘히 빛나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바다는 하늘에서부터 부풀어 오르고 있는 듯 했다. 우리들 중에는 바다가 생애 처음인 녀석도 있었다. 버스가 대관령 고개를 오르고 내리며 방향을 틀 때마다 살짝살짝 감질나게 보여주는 바다의 모습을 신기한 외계(外界)인 양, 우리들은 차창에 붙어 바라보았다.

그때 우리들이 가져간 미디어는 팝송 'One way ticket' 이나 'Wanted'의 테이프가 들어있는, 오락부장의 손에 들린 녹음기 한 대가 전부였다. 청춘으로 향하는 열여덟 청춘들의 손에는 고작 과자나 음료수 정도가 들려 있던 시절이었다. 그러한 우리의 눈에는 높디높은 대관령 고갯길에서 갑자기 마주친 바다가, 물로 육화된 푸른 몸체의 신비가 그토록 환희로웠다. 지금 아이들은 그러한 바다를 마주칠 일이 거의 없으리라. '빠르다'는 편리함에는 희생이 따르기 마련이다.

속초에 도착하여 저녁을 먹기 위해 대포항을 찾았다. 이곳도 변했다. 십수 년 전 이곳을 찾았을 때 바닷물이 발밑까지 출렁이는 포장마차 같은 식당에서 갯내음을 맡아가며 해산물을 먹은 기억이 있다. 전에 비해 깨끗하긴 하지만 바닷물의 소금기는 어쩐지 사라진 듯 했다. 늦은 시간 숙소인 설악동을 들어가니 어둠 속에서 폐허와 같은 유령 건물들이 늘어서 있다. 학생단체수학여행객을 받던 곳들이다. 요즘은 학교에서 주로 남해나 제주도 쪽으로 가기 때문이기도 하고, 매년 해외여행객의 최고 수치를 갈아치우는 시절 탓도 있겠다.

귀가 길에는 가장 먼 길이긴 해도 일부러 풍광 좋은 한계령을 택했다. 굽이를 돌 때마다 바로 눈앞을 막아서는 고봉준령에 탄성이 절로 나오며, 양희은의 노래 '한계령'과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가 중첩되어 떠오른다. 문득문득 수십 년 전 상념에 잠기다보니 어쩐지 속절없는 세월의 쓸쓸함이 못내 사무친다.

"누구나 사는 동안 한번 잊지 못할 사람을 만나고, 잊지 못할 이별도 하지. 도무지 알 수 없는 한 가지 사람을 사랑한다는 그 일, 참 쓸쓸한 일인 것 같아."

생각해보면 사랑하는 것이 쓸쓸한 게 아니라 그 사랑과 함께 흘러가는 시간 때문에 쓸쓸한 것 아닐까. 세월이 지나며 사랑도 슬픔도 빛이 바래는 것. 하지만 그 빛바랜 시간은 가슴에 추억으로 쌓이니, 지금 내 앞을 지나는 내 아이들과의 이 여행도 추억으로 다시 인화될 것이니…….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

[충북일보]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은 "충북체육회는 더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다음달 퇴임을 앞둔 정 사무처장은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체육회의 현실을 직시해보면 자율성을 바탕으로 민선체제가 출범했지만 인적자원도 부족하고 재정·재산 등 물적자원은 더욱 빈약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완전한 체육자치 구현을 통해 재정자립기반을 확충하고 공공체육시설의 운영권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수반되어야한다는 것이 정 사무처장의 복안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운동부의 위기에 대한 대비도 강조했다. 정 사무처장은 "학교운동부의 감소는 선수양성의 문제만 아니라 은퇴선수의 취업문제와도 관련되어 스포츠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음으로 대학운동부, 일반 실업팀도 확대 방안을 찾아 스포츠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행사성 등 현장업무는 회원종목단체에서 치르고 체육회는 도민들을 위해 필요한 시책이나 건강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정책 지향적인 조직이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임기 동안의 성과로는 △조직정비 △재정자립 기반 마련 △전국체전 성적 향상 등을 꼽았다. 홍보팀을 새로 설치해 홍보부문을 강화했고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