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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윤

前 산소마을 편집장

역사문화기행을 떠나던 날 햇살은 뜨거웠지만, 산들바람 덕분에 시원했다. 상당공원 뒤쪽 주차장에 버스 한 대가 서 있다. 사람들은 담을 넘어온 푸른 나무를 올려다본다. 아이들은 까치발을 떼고 담장 너머의 풍경이 궁금한지 바라보고 있다. 나뭇잎을 보는 건지, 나뭇잎 사이로 펼쳐진 푸른 하늘을 보는 것인지 알 수 없다. 그들의 발치에는 꽃들이 한 움큼 떨어져 있다. 잠시 기다리는 시간의 풍경도 엽서의 그림 같다. 많은 인원보다 생각보다 단출하니 어쩐지 호젓해 좋다. 역사여행으로는 그만이다.

오늘 청주역사문화기행은 신라시대 '서원경성과 불교문화'다. 국립청주박물관을 거쳐 보살사 그리고 탑동 오층 석탑을 찍고 용화사에서 마무리하는 코스다. 버스 입구에서 부지런히 탐방객들을 맞이하는 이 사람, 강태재(68)다. 은발이 잘 어울리는, 그리고 안경테 넘어 눈빛이 순후한 노신사였다.

"역사의 기록은 승자의 기록이죠. 어쩌면 왕조 중심의 역사관을 민초 중심의 역사관으로 바라본다면 색다른 역사가 보이지 않을까요· 허구가 아닌 역사적 증거물을 통해 유쾌한 상상을 해보자는 것입니다."

차창가로 지나치는 도시의 풍경이 오늘따라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오늘은 막 달려가는 삶의 속도를 늦추고 천천히 역사 속으로 걸어가 볼 일이다.

"선생님, 이거 무슨 부채예요?"

강선생의 뒷주머니에 꽂힌 부채를 보고, 아이가 묻는다. 이렇게 역사 속에 빠져 있으면 부채마저도 오래된 유물처럼 바라보이나 보다. 강선생은 선뜻 아이에게 부채를 건네준다.

"이것은 운천동 신라사적비죠. 산직마을에서 공동 우물터에서 빨래 돌로 사용되던 것이었지요. 거기에는 불법(佛法)을 찬양하고, 왕의 덕과 전쟁의 참화가 끝나고 삼국이 통일된 것에 대해 칭송하고, 영토의 확장과 국태민안을 기원하는 내용이 들어 있지요."

아이들은 어른들이 귀 기울여 듣는 모습에 동화되어 함께 다소곳하게 듣고 있다. 아이들은 역사를 잘 알지 못한다. 다만, 어른들을 통해 배우고 익히면서 서서히 의식 속에 밀처럼 뿌리를 내리는 것이다. 밀은 뿌리를 쉽게 땅에 내리지 못한다. 그래서 매서운 날씨가 풀리면 웃자라는 밀을 밟아 들뜬 뿌리의 활착을 도와야 한다. 아이들의 생각은 밀과 같다. 그게 어른들의 몫이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청주역사문화기행을 온 부모의 마음은 다 그러하리라.

"이것은 사면조각이지요. 통일신라 직후, 옛 백제 땅인 충청도 연기 지역에 '불비상'이라는 불상이 나타났어요. 형태는 비석인데 그 안에 부처의 모습을 조각하고 기원의 내용을 담은 것이죠."

아이들은 딱딱한 역사적 사실보다는 주변의 이야기에 더 귀를 기울인다. 그러다 역사의식이 저절로 흘러들어가는 이치다. 부모님과 함께 온 유지선(동주초, 6)학생은 "교과서에서 사진으로 보던 물건들을 직접 제가 만나보니 신기해요. 어떻게 이런 역사유물들이 발굴되었는지 그에 담긴 이야기를 알려주니 더 흥미롭고 귀에 쏙쏙 들어와요."라고 말한다.

이 시대에 아이들에게 어른들이 물려줄 유산은 무엇일까. 2017년 대입부터 한국사가 필수 과목으로 지정되었다. 교과서로 달달 외우는 죽은 교육보다, 아이들이 스스로 흥미를 느끼고 생각하게 하는 현장 중심의 역사교육을 실시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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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