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2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윤기윤

前 산소마을 편집장

근래 며칠간은 성하의 계절답게 제대로 더웠다. 어제는 처음으로 집의 에어컨을 틀었다. 식사 준비를 하는 아내가 너무 더워 보여 틀었더니, 오히려 아내는 이제 여름 시작인데 벌써 에어컨을 켜느냐며 핀잔을 준다. 식사를 마치고 에어컨을 꺼버리니 이번에는 아이들이 더운데 벌써 끈다고 아우성이다.

"더울 땐 더워야지. 그리고 더운 것도 알아야지. 어떻게 최적의 상태로만 사니? 요즘 애들은 정말 너무 나약해."

아내의 말에 아이들은 "어휴, 시원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왜 더운 걸 참아요?"라며 아이들은 제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식탁을 정리하던 아내가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요즘 애들은 무균실 속에 들어 있는 환자 같아."

다분히 기성세대의 고리타분한 생각인지는 모르겠으나 그 말에는 전적으로 동감하는 바가 적지 않다. 어렵고 힘든 것을 참아내지 못하고 그 과정 자체가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매체와 문명의 발달은 정신적 육체적으로 '노동하는 인간'의 가치를 점차 말살시켜가는 것 같다. 하나의 예로 아이들이 야영을 간다고 했을 때 나는 말 그대로 야외에서 텐트 치고 실제 밥을 해먹고 밖에서 잠을 자는 줄 알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수련원 시설에서 수학여행과 다를 바 없는 숙식을 하고, 밤중에 인근 산에 단체로 한번 올라갔다 오는 극기훈련 프로그램 하나 달랑 넣고 '야영'이라고 하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 아직도 왜 '야영(野營)'이라는 이름을 붙이는지 이해 못할 일이다.

"날이 덥고 햇빛이 짱짱혀야 나락도 잘 여물고, 과실도 단물 들게 익는 거여."

덥다고 툴툴거리는 아이들을 보며 새삼 어른들의 말씀이 다시 떠올랐다. 저 녀석들도 뭔가 힘들게 공부하고 익히는 과정을 통과해야 잘 여물텐데……제대로 잘 키우고 있는지 걱정이 앞선다.

얼마 전 교외 근처에 주말 농사를 시작한 지인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호박과 고추 농사를 잘 지으려고 지난 3월 퇴비 한 트럭분을 사다가 밭에 붓고 흙과 함께 잘 일구어 놓았단다. 그리고 호박을 심고 나날이 줄기와 잎이 무성해져서 흐뭇한 마음이었는데, 어쩐지 열매가 맺히지 않더라는 것이었다. 대신 줄기만 퉁퉁하고 잎은 왕성하게 파초 잎처럼 커져 있더라는 거였다.

"쯧쯧 거름도 적당히 줘야지. 호박도 지가 위기의식을 느껴야 열매를 맺히는 법이지. 마냥 편안해서는 열릴 생각을 안 해. 이파리가 누렇게 뜨는 것들이 생겨야 그제서 호박도 열려."

하소연을 들은 동네 어른이 들려준 이야기란다. 하긴 토마토 열매를 맛있게 하기 위해 어린 토마토가 열렸을 때, 바늘로 작은 상처를 내준다고 하지 않던가. 그러면 그 토마토는 상처를 회복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해 뿌리 쪽에서 양분을 끌어 올려 병충해도 잘 견디고 맛도 있는 토마토가 된다고 한다.

어렸을 때부터 무엇이든 풍족한 환경이 오히려 아이들을 건강한 심신을 가진 사람으로 성장하는데 방해가 되는 건 아닐까 반성해 본다. 스스로 결핍을 채우려고 노력하는 사람으로 키우는 지혜를 생각해봐야겠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