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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윤

처음 비행기를 타본 것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제주도 가는 비행기였다.

지금도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은 스튜어디스 누나들이 주던 사탕이었다.

같이 가던 삼촌이 나를 핑계삼아 '얘가 사탕을 더 먹고 싶어한다'고 하며 애매한 나를 팔아 사탕을 자기 주머니에 더 챙겼다.

그러나 사탕보다도 더 인상적이었던 것은 세상에 태어나 어른으로부터 존댓말까지 듣는 그런 극진한 대접을 처음 받아보았다는 점이었다.

남자보다 더 거친 버스 안내양, 무섭기까지 한 기차 검표원만 접하다 처음 대해 본 스튜어디스는 그야말로 하늘의 천사였다.

승객들 또한 지상의 차에 탔을 때보다 더 공손한 태도를 보였다.

그때는 가장 비싼 탈것이니 서비스도 좋은 것이겠지 하는 생각이었지만 생각해보니 승객이나 승무원이 서로 존중함은 바로 하늘에 떠 있다는 몸가짐의 신중함으로 인해 비롯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물론 지상의 교통수단도 안전을 전제로 해야 한다.

그러나 자동차처럼 육지에서 움직이는 것은 접촉사고에 그친다든지 하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비행기는 그런 여지가 없다.

사고가 나면 곧바로 대량인명의 희생이 따른다.

요즘 '땅콩 회항' 사태를 지켜보노라니 그때의 그 달콤했던 사탕이 떠오르며 고소하고 영양만점인 땅콩이 공연히 무슨 죄인가 싶다.

불명예스런 이름과 더불어 오르내리니 땅콩 입장에서 명예훼손죄라도 청구하고 싶지 않을까.

예전 어느 회사에 근무할 때 오너로부터 직접 들었던 말이 생각난다.

"어렸을 때부터 나는 가지고 싶은 것이 없었노라고." 갖고 싶으면 바로바로 충족될 수 있으니 역설적으로 가지고 싶은 것이 없었던 것이다.

결핍의 자리에는 상상력이 채워진다.

그걸 먹으면 무슨 맛일까, 저걸 입어보면 어떤 느낌일까 등 상상력이 발동되며 나의 자리와 타인의 자리도 바꾸어 생각해보는 능력도 길러진다.

그런데 결핍의 경험이 전무한 사람은 상상력에서 비롯되는 공감능력이나 배려 의식이 부족해지기 쉽다. 그리하여 소위 가진 자들은 겸손해지기 어렵다.

하지만 재벌이라고 다 그럴까.

국내 굴지의 기업가 이야기를 신문에서 본 것이 생각난다.

과용이라고 생각하는 돈은 부모님이 '10원'도 더 주시지 않았다고.

'대한항공'과 관련하여 쏟아져 나오는 기사 중에서 재벌가나 기업들이 '잘못하면 한 방에 훅 간다'며 여러 가지 대안에 고심한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그러나 어떤 사안에 있어서 한 방에 훅 가는 일은 없다.

들여다보면 오랜 세월 켜켜이 쌓여온 개인적 인품의 문제, 조직적이며 총체적 부실이 들어있는 것이다.

어느 단체는 동료 회원 모두의 동의도 구하지 않은 채 이번 사건을 '마녀 사냥'운운하는 입장 발표를 하였지만 대중이 이토록 분노하는 데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누구나 실수나 잘못을 할 수 있는데 당사자는 물론 기업조직 심지어 관련 정부부처까지 지원사격으로 계속 사건을 은폐하며 무고한 사람들을 협박 회유하는 시간이 매우 길었다는 점이다. 여러 기업에서 '잘못하면 한 방에 훅 갈 수 있으니' 이번 사건을 본보기 삼아 '사과의 기술'이나 '대응 매뉴얼'을 연구하고 작성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일은 기술이나 매뉴얼의 문제가 아니다.

경영진을 비롯한 구성원들의 진정성을 띤 인품의 문제다. 그리고 그런 정신적 도덕성은 '한 방'에 생기는 것은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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