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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윤

십수 년 전 한 신문의 잊혀지지 않는 해외화제 기사가 있다. 일본에서 한 부부가 태어난 아이 이름을'악마'라 지었는데 정부가 그 이름에 사용 불가 판정을 내려서 부모가 다시 소송 중이라는 내용이었다. 부모가 자녀의 이름을 자유롭게 지을 권리야 당연하지만 정부는 아마도 사회적 혐오감과 부정적 정서를 주는 단어이므로 공적 서류에 등재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을 터였다.

따라서 우리나라 축구 응원단'붉은 악마'를 방송에서 접할 때마다 이 신문기사의 내용이 떠오르면서 왜 하필이면'붉은 악마'일까를 생각하곤 했다. 수없이 멋지고 아름다운 어휘 중에 왜 굳이'악마'라는 말이 우리나라의 축구 응원단의 이름으로 굳어졌을까. 붉은 악마의 유래는 지난 1983년 멕시코 세계청소년축구대회로부터 시작된다. 당시 한국축구대표팀이 뜻밖에 4강에 오르자, 당시 외국 언론들이 한국 대표팀을'붉은 악령(Red Furies)'이라는 표현을 쓰며 놀라움을 표시했다. 이 표현이 우리말로 번역되는 과정에서'붉은 악마'로 표기됐고, 영문 역시 좀 더 구체적으로'Red Devils'로 바뀌어 쓰게 됐다.

'붉은 악마'라는 이름 속에는 다른 팀에게는 우리 팀이 공포의 대상으로, 세계 축구를 호령하는 축구강국이 되기를 바라는 순수한 염원이 담겨 있다. 흔히 생각하는 악마의 부정적 뜻이나 행동이 반영된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그 어원이나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전반적 의미를 생각해 본다면 아무래도 문제가 있다.

성경에 등장하는 악마의 다른 말은 바로 사탄이다. 사탄에 대한 모습은 요한계시록에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사탄은'뿔이 달린 붉은 용'으로 나온다. 사탄의 몸은 붉은색이고 뿔이 난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가대표 축구팀이 나오는 경기에는 어김없이 붉은 악마가 등장해서 응원석을 뜨겁게 달군다. 붉은 옷과 뿔 달린 모자를 썼으니 계시록에 등장하는 사탄의 모습과 영락없이 닮았다.

존 밀턴의'실락원'에 등장하는 루시퍼는 사탄이다. 루시퍼는"천국에서 신을 섬기기보다 지옥에서 권세를 누리겠다."고 공언할 만큼 스스로 사탄이라는 사실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고 당당하다.

지난 주, 서원대 박지헌(37)교수와의 인터뷰로 인해'악마'와'천사'라는 말의 의미를 새삼 곱씹어보게 되었다. 박지헌 교수는 인기그룹 VOS의 전 멤버다. 그는 현재 레드 엔젤(Red angel)이라는 사회공익단체에서 재능기부를 통해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붉은 천사란 말이 참 좋았어요. 사람들은 입으로 내는 소리를 통해 이미지가 마음속에 쌓여 간다고 생각합니다. 붉은 악마란 말은 경기를 통해 투지를 불태우라는 의미지요. 하지만 악마라는 말이 청소년들에게 아무런 여과 없이 받아들이는 경향은 경계해야 합니다. 분명 나쁜 말인데 미화(美化)되었잖아요."

부정적 단어도 특정한 상황에서 역설과 반어법을 활용하여 풍자와 재치로 쓰여질 때가 있긴 하다. 그러나 아무 맥락 없이 구호처럼 제창되는 단어는 순화되고 아름다운 말로 쓰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악마보다는 이왕이면 신의 사자(使者)인 천사가 아무래도 더 행운을 가져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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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