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윤기윤

前 산소마을 편집장

지난여름 헤어졌으니 거의 반 년 만의 모자 상봉이었다. 그러나 모처럼의 재회는 난장판으로 끝나고, 어미는 시린 가슴을 부여잡은 채 긴 울음을 그칠 줄 몰랐다. 한 식구 된 지 벌써 2년 가까이 되었지만 그런 울음소리는 처음 듣는 것이었다. 바로 우리집 페르시안 고양이 코코의 이야기다.

코코는 지난 4월 1일 만우절 날 우리 식구들에게 특별하고 귀여운 선물을 안겨 주었다. 예쁜 새끼 4마리를 낳은 것이다. 그 중 두 마리만 건강하게 살아남아 날로 재롱을 더했다. 젖이 떨어질 때쯤 동생이 처제에게 주겠다며 한 마리를 데려갔다. 하지만 며칠 새 정이 들어버려 그냥 키우기로 하자, 그 처제가 매우 실망하고 있다기에 남은 한 마리 마저 보냈다. 내 입장으로 보면 제수씨 자매가 나란히 우리 새끼 고양이들을 키우게 된 것이어서 내심 반가웠다. 모르는 집으로 간 것보다 틈틈이 소식을 들을 수 있어 좋고, 더구나 동생네로 간 새끼고양이는 보고 싶을 때 얼마든지 볼 수 있으니 참 다행인 것이었다. 동생네 집도 우리집과 가까우니 가끔 모자끼리 만나게 해주자는 말도 오갔다. 아무리 말 못하는 동물이라지만 젖떼기 무섭게 생이별 시킨 것도 못내 미안한 터였다.

그러나 입바른 약속이 그렇듯 코코와 자식들은 그동안 단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 반면 새끼 고양이들은 자라면서 서로 틈틈이 만나는 모양이었다. 같이 예방 접종도 다니고, 한쪽이 가족여행을 가면 다른 집에 며칠씩 맡기고 하다 보니 형제끼리-새끼고양이는 모두 수컷이었다-는 그야말로 가족의 정체성을 잃어버리지 않고 살아온 것이었다. 이름도 서로 연결짓듯 '귀염둥이' 이름을 반씩 나누어 '겸이(귀염의 뜻)' '둥이'로 지었다.

얼마 전 그동안 벼르고만 있던 모자 상봉을 드디어 시키기로 했다. 과연 서로를 알아볼까 하는 기대 반 염려 반의 마음을 가지고, 그동안 모자 사이를 갈라 놓았던 '몹쓸 인간들'은 상봉 현장을 지켜 보았다.

드디어 제수씨 품에 안겨 둥이가 현관문을 들어서자 자기 집 안에 있던 코코가 갑자기 안절부절 어쩔 줄 몰라 했다. 분명 무언가 본능적으로 아는 듯한 몸짓이었다. 집 문을 열고 꺼내 주자 코코는 얼른 달려가 조심스레 둥이의 얼굴을 만져 보려 했다. 그런데 그 순간 둥이는 두 발을 치켜 들고 이를 드러내며 마치 호랑이처럼 으르렁거렸다. 그러더니 순식간에 코코의 얼굴을 후려치는 것이었다. 그 다음 두 마리는 순식간에 하나로 엉겨 붙는 난투극이 벌어졌다. 어찌나 동작들이 날쌘지 어떻게 떼어 놓을 수가 없었다. 잠시 진정된 틈을 타 간신히 코코를 제 집으로 들여보내고 보니 둥이의 콧잔등에 피가 맺혀 있었다.

코코는 집 안에 갇혀 계속 둥이를 바라보며 긴 울음을 토해냈다. 이제껏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애절한 절규와도 같은 울음소리였다. 마치 애간장이 끊어지듯이 깊디 깊은 속에서 저절로 온몸이 떨려나오는 울음이었다. 그 통곡은 둥이를 보내고서야 멈추었다. 그것은 왜 어미를 알아보지 못하느냐는 원망이었을까. 아니면 어쩔 수 없이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자식의 콧잔등에 상처를 낸 아픔이었을까. 인간으로서도 어미된 자의 그 깊은 마음을 헤아려 볼 길이 없었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