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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윤

前 산소마을 편집장

지난 주말 갑자기 예정에 없던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다. '겨울비' '아름다운 구속' 등을 히트한 가수 김종서씨도 동행해 재미가 더했다. 서귀포 위미리 바다 근처의 펜션에 여장을 푼 첫날, 모 신문사 대표를 지낸 K사장도 찾아왔다. 밤늦도록 정담을 나누고 모두 같은 숙소에서 함께 잠을 잤다. 오전 10시 즈음, K사장에게서 연락이 왔다. 약속이 있어서 먼저 가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어제 늦도록 술자리를 한 탓에 모두 늦은 잠에 취해 있었던 것이다. "나이 먹으면 아침잠이 없어져 일찍 일어나게 돼요. 세수도 하고 스마트폰을 뒤적거려도 여기는 아침 먹을 생각을 안 하네· 음식 끝에 마음이 상하는 법입니다. 허허허"

작별인사를 나누면서 농담 삼아 하는 말이었지만, 주최 측 사람들이 대부분 젊은 사람들이다보니 늦잠을 잔 것이었다. 나는 주최자는 아니었지만, 괜히 미안해서 몸둘바를 몰랐다.

큰 아이가 아주 어렸을 때, 음식 때문에 처가식구들에게 마음이 상한 기억이 떠올랐다. 유달리 병치레가 심했던 큰 아이는 아빠인 내가 먹여주는 음식만 잘 먹었다. 그래서 어딜 가든 큰 아이의 식사당번은 나였다. 그날도 처가식구들과 오랜만에 해물 요리로 저녁을 먹었다. 아이를 먹이려니 제대로 음식을 먹을 수가 없었기에 마지막 코스로 나오는 해물국물에 밥을 볶아주는 것만 고대하고 있었다.

"밥은 몇 개 볶을까요?"

종업원이 묻자, 다들 배가 부르다며 6여명의 처가식구들은 2인분만 볶아달라고 요청했다. 그런데 웬걸, 막상 볶음밥이 나오자 맛만 보겠다며 한 숟가락씩 퍼가니 정작 내가 먹을 양은 거의 없었다. 속으로 울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음식 갖고 타박을 하는 모양새라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래서 이따금씩 그때의 이야기를 꺼내면 아내가 몹시 미안해하던 기억이 새롭다.

7년 전, 작고한 조선일보 '이규태 코너'로 유명한 칼럼리스트 이규태씨도 음식과 관련된 재미난 일화를 소개했다. 어릴 적, 이규태씨는 장손이라 늘 할아버지와 식사를 할 수 있는 특권이 주어졌다. 그 당시 계란찜은 할아버지 상에만 올리는 특별하고도 귀한 음식이었다. 그래서 미리 어머니가 할아버지가 주시기 전에는 먼저 계란찜에 숟가락을 대서는 안 된다고 사전 교육을 하시곤 했다. 손자가 귀여웠던 할아버지가 숟가락으로 먼저 손자의 밥에 계란찜을 올려주자, 어린 이규태는 어머니의 교육을 잊어버리고 계란찜을 퍼먹기 시작했다. 그때 머리에 번쩍하고 불이 났다. 할아버지의 곰방대가 손자의 머리통을 한 대 친 것이었다. 아무리 인자한 학자 풍모의 할아버지라도 자기 음식에 함부로 손대는 것은 용납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음식을 잘 나누면 정이 돈독해지지만, 잘못 나누면 서운한 마음이 쉽게 드는 법이다. 옛말에 '음식 끝에 정 난다'는 말도 있지만, 반대로 '음식 끝에 마음이 상한다.'라는 속담도 생겨날 만 했다. 음식을 나눌 때에는 나보다는 상대편을 배려하는 마음이 기본적으로 깔려있을 때, 즐거운 자리가 돋보이는 것이다. 무엇보다 음식으로 상한 마음은 잘 잊혀지지 않고 오래간다. 음식을 나누는 행위를 통해 상대방의 배려와 절제 그리고 사람간의 정이 뭉근히 우려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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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