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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윤

前 산소마을 편집장

바야흐로 졸업시즌이다. 꽃다발을 든 앳된 얼굴의 학생들이 상기된 표정으로 거리를 오가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졸업과 더불어 상급학교로 진학하거나 사회로 나서는 저들의 마음에는 어떤 새로운 결의가 깃들었을까. 서운하고 아쉬운 표정보다는 홀가분해 보이는 것은 왜일까. 예전의 졸업식에서 경건히 울리는 풍금 소리와 더불어 졸업식 노래를 부르던 것이 생각난다. "잘 있거라 아우들아, 정든 교실아. 선생님 저희들은 물러갑니다. 부지런히 더 배우고 얼른 자라서 우리나라 새일꾼이 되겠습니다."에서는 모두 흐느끼느라 노래를 제대로 잇지 못했다.

졸업식에서 꼭 눈물을 흘려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졸업식에서 무감동을 넘어서 악의적 행동이 자행되던 근래 졸업행태의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요즘은 거의 사라진 듯하지만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폭력적 졸업식 뒷풀이가 사회 문제로까지 번져 파장이 컸다. 어른들도 밀가루나 계란 세례, 교복 찢기 등의 행동을 나무라고 처벌하기만 했지 왜 그런 식으로 표출하는 지에 대한 근본적 관심은 부족했다. 마음으로 진정 존경하는 선생님, 헤어지는 것이 정말 서러운 친구가 많아도 그런 행동이 나타났을까. 이별의 정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하루 해가 모자랐을 것이다. 폭력적 졸업식은 그만큼 학교 생활에서 표현하지 못했던 분노나 억압의 감정이 비뚤어지게 분출된 것이다. 이제 법으로 강제하니 그런 관행은 줄었다지만 학교를 마치는 것이 정말 아쉽고 애틋한 졸업식이 되기 위해서는 6년, 또는 3,4년간의 학교 생활이 보람과 애정으로 가득차 있어야 한다. 쌓은 정 없는 학교를 졸업하는데 무슨 눈물이 날 것이며 아쉬움이 남겠는가.

내가 아는 보은 지역의 한 중학교에서도 지난 16일 졸업식을 치렀다. 그 지역에 볼 일도 있고 조카가 있어 잠깐 졸업식에 들렀다. 상장 수여와 졸업 축사 등의 순서까지는 여느 학교와 똑같았다. 조금 특별했던 것은 학생들이 그동안 생활했던 교실, 방송실 등에서 진행된 '졸업'의 의미에 관한 학생들 인터뷰와 선생님들 인사 등의 동영상이었다. 모두 학생들이 직접 만들어 편집한 것이었다. 아이들은 울먹이는 표정으로 이를 지켜보고 있었다. 이윽고 화면 가득 전화기 모양이 나타나더니 졸업생들을 1,2학년 때 가르쳤지만 지금은 다른 학교로 전근가신 선생님들의 육성이 흘러나왔다. 평소 그리워하던 선생님들의 깜짝 졸업축하 메시지에 아이들은 거의 고개를 숙이고 울기 시작했다. 동영상의 마지막 자막위로는 반 아이들 이름 하나하나가 영화의 스텝처럼 흘러갔다. 식이 끝나고 나서도 조카를 비롯한 많은 아이들이 교무실에서 선생님을 붙잡고 우느라 나 또한 운동장에서 한참을 기다리고 있어야 했다. 기다리다 못해 다시 교무실 복도로 돌아가 기웃기웃 해보니 교무실에서 한 선생님이 "이 녀석들, 여기 아예 책상 하나 마련해줘야겠네. 그만 울고 가야지"하며 웃고 계셨다. 그 선생님은 내가 개인적으로도 잘 아는 가정과 선생님이신데 학생들 진로 직업 분야에 각별한 애정과 관심을 갖고 헌신적으로 활동하시는 분이다. 아이들과 서울 직업센터인 '하자센터'나 연극관람, 유적지 돌아보기 등의 문화 체험, 봉사동아리 활동 등으로 주말이나 방학은 반납하신 분이다. 이런 선생님들과 공부하며 3년을 보낸 아이들이 눈물을 흘리며 학교를 떠나는 것을 아쉬워하는 졸업식 풍경……. 아이들은 울고 있었지만, 오랜만에 제대로 된 졸업식을 볼 수 있었던 나는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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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