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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3.01.07 15:05:19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윤기윤

前 산소마을 편집장

아이들이 어릴 때는 몰랐는데 이제 중3, 고3이 되다 보니 주변에서 '재미없게 아들만 둘이네'하고 안타까워하던 이유를 지금은 확실히 알겠다. 뭘 물어도 단답형이고, 뚝뚝하기 그지없다. 큰놈이 수학여행 갔을 때 "친구들이랑 재미있게 잘 지내고 멋진 경치 마음 속에 잘 담아 오려무나. 숙소 음식도 맛있게 잘 먹고……." 그 외에도 집 떠난 자식에 대한 당부를 구구절절이 휴대전화 메시지로 적어 보냈다. 이미 집에서 이야기했던 터였지만 막상 보내고 나니 또 염려가 되었다. 그런데 돌아온 답장은 이랬다. "그러죠". 살가운 정담은 기대하지도 않았지만 엄마 몰래 더 찔러준 용돈에 대한 형식적인 인사 정도는 있으려니 했던 것이다. 주변에 한탄을 했더니 "우리 애는 딱 한 글자 '응'이었는데, 그쪽은 세 글자나 되니 너무 실망하지 말라"며 농을 건넸다.

큰아이와의 문자 교신에서 단답형 답신 체험 이후 이 이상의 단문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얼마 전 작은 녀석이 겨울방학을 하자마자 친구들과 서울 코엑스에 놀러갔다. 생전 처음 저희들끼리 서울 가서 지하철을 갈아 타고 목적지를 찾아가는 것인지라 내심 불안하고 걱정이 되었다. 다시 한 번 지하철 노선과 갈아탈 역을 설명하는 문자를 보냈는데 돌아온 응답은 이랬다. 'ㅇ'. 그냥 동그라미 하나만 달랑 있었던 것이다.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해독에 고심했다. 아빠 말이 옳다는 것인가. 아내에게 보였더니 그냥 '응'의 첫 음운을 쓴 것이란다.

정보의 속도가 관건이 되는 시대이기는 하지만 이러한 언어 사용 방법은 사람들의 사유 체계를 약화시킬 위험이 크다. 요즘 학교 폭력이 심화되었던 현상도 충동적이고 깊이 생각하지 못하는 버릇에서 비롯되었다고 본다. 이는 긴 글을 읽어내지 못하는 습관과 다양한 삶을 통찰할 수 있는 문학 작품을 접하지 않는 것이 큰 요인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런 의미에서 요즘 '레미제라블'이 큰 관심과 주목을 받는 현상은 무척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이참에 어린 시절 '소년문고'로만 접했던 어른들도 제대로 '레미제라블'을 다시 일독했으면 한다. 어린이용은 '장발장'의 단순한 선의의 행적 위주로만 소개되어 있어 실상 이 문학 작품이 얼마만한 깊이를 가지고 있는지 잘 모른다.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은 출판사마다 기본 5권으로 완역될 정도로 긴 호흡의 대작이다. '장발장'과 '자베르'라는 인물의 중심축 속에 프랑스 혁명의 역사와 민중 의식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어린 시절 '아동용 문고' 판으로만 접하고 아동문학이라고 치부하기 쉬운 작품의 대표적인 것으로 또한 '걸리버 여행기'가 있다. 주인공 걸리버가 소인국과 거인국에서 벌이는 해프닝 정도로 인식하는 데서 멈춘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인간 사회와 인간성을 신랄히 풍자하고 있는 정치 풍자소설이다.

우리 어른들부터 올겨울, '인간'을 깊이 있게 그려내고 있는 두툼한 문학 작품에 흠뻑 빠져보자. 그리하여 긴 겨울밤 아이들에게 도란도란 들려주자. 아이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단순하거나 어리지 않다. 충분한 이해와 교감이 가능하다.

세 시간 가까이 도도한 서사적 흐름과 인간의 섬세한 감성이 맞물려 빚어지는 영화 '레미제라블'을 재미있게 보았다는 초등학생 관람객들도 여럿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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