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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윤

前 산소마을 편집장

우리 가족은 일요일 밤의 '개그콘서트'를 즐겨본다. 다시 일주일의 시작을 앞두고 '월요병'의 조짐을 보이는 아이들 기운을 북돋워 주기 위해서, 무엇보다 그저 크게 웃을 수 있어서 온 가족이 자주 보는 편이다. 그 중에서도 식구들이 가장 재미있어하는 것은 '멘붕 스쿨'이다. 중고생인 아이들은 물론이고 교사인 아내도 여러 가지 면에서 십분 공감하며, 그 코너의 등장인물들에 흥미를 보인다.

'멘붕 스쿨'에서 내가 가장 주목하게 되는 인물은 '갸루상'이다. 갸루는 영어 girl을 일본식으로 읽은 것이다. 원래는 말 그대로 소녀의 뜻이었는데 1990년대부터 독특한 화장을 한 외양의 여성들을 뜻하게 되었다고 한다. 노랗게 탈색한 머리, 태닝한 듯한 피부와 짙은 화장으로 눈을 강조한 화장법이 한때 인기를 끌면서 이런 화장법을 사용한 여성을 갸루상이라고 한다. 따라서 일본에서는 이 갸루상에 대해 일본인을 비하하는 것이라고 하여 언짢게 여긴다고 한다. 물론 일본인 입장에서는 '사람이 아니무니다'를 연발하는 갸루상을 보고 기분이 나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는 이 코미디가 일본인 비하를 의미하거나 그런 의도로 만들어졌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불안하고 가벼운 현 세태의 흐름에 대한 자연스런 반영이 아닐까 생각한다. 정체모를 외계인 같은 분장과 번번이 예상을 빗나가는 엉뚱하고도 4차원적인 대답은 요즘 현대인들의 분열된 자아의식을 보여주는 것만 같다.

"아니 사람이 그래서 되겠어?"

"사람이 아니무니다. 인간이 아니무니다."

"그럼 뭐야?"

"아직 태어나지 않았스무니다."

지난 며칠 동안 그야말로 '멘붕 사회'라고 할 만한 사회적 범죄들이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다. 불특정 다수를 향하여 흉기를 휘둘러 사상자를 냈던 일련의 범죄행위들을 접하며 우리 사회의 정신적 면역 체계가 심하게 흔들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정체성을 묻는 사람에게 '피가 없스무니다' '알에서 태어났스무니다' '견과류이니무니다' '아바타이니무니다' 등으로 대답하는 갸루상을 보면서 거리에서 칼을 휘두른 그들도 자신이 인간임을 혹여 몰랐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 사회의 지나친 개인 경쟁 위주의 시스템이 이런 사회적 범죄를 내포하고 있다는 생각을 해보면, 앞으로 이 비슷한 사건들이 더 일어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에 가슴이 서늘하다. 물론 사회시스템에만 개인의 범죄를 전가하자는 것은 아니다. 불우한 환경 속에서도 오히려 그 역경을 발판대 삼아 도약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그러한 인물들은 과거 농경사회 속에서 순후한 이웃 인심을 접하며 자라온 세대이다. 오늘날 잔혹한 게임, 혼자만의 스마트 기기로 온종일 혼자 있는 것이 편한 세대들은 타인관의 실물적 관계 형성에 매우 미흡하다.

우리 부모세대들은 텔레비전 보는 것 가지고 공부 안한다며 나무랐지만 나는 이제 식구들이 한 자리에 모여 텔레비전이라도 같이 보며 공감대라도 나누었으면 싶다. 혼자만의 공간에서 손바닥의 기기를 들여다보며 나홀로 세계에 빠지다보면 자신이 인간이라는 감각을 잃어버릴 것 같아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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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