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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윤

前 산소마을 편집장

보통 때도 그렇지만 연말이면 텔레비전은 볼거리로 넘쳐 난다. 특히 29일쯤부터 마지막 31일까지의 TV는 각종 연예 시상식과 아이들이 좋아하는 가요제전 같은 것으로 도배되다시피 하기 때문에, 올해는 아이들을 텔레비전 앞에서 빼내야겠다는 궁리를 하게 되었다. 지상파 방송마다 황금시간대에 비슷하게 겹쳐지는 내용의 프로그램을 하루도 아니고 사나흘씩 내리 방영하는 것이 일 년을 차분하게 되돌아보는 이즈음에 꼭 필요한 일인가 싶다. 연예인들의 잔치는 본인들끼리 조용히 치르면 될 일이다. 그래도 대중의 인기로 사는 연예인이라 사람들이 수상 결과를 궁금해 한다면, 보고 싶은 사람만 선별하여 볼 수 있는 다른 시간대나 채널로 옮기면 될 것이다.

여러 가지 사건 사고로 흉흉한 연말연시다. 텔레비전의 공중파 방송은 일 년 중 사람들이 자신을 가장 성찰하게 되는 요즈음만이라도 좀 더 의미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는 없을까. 언제까지나 시청률과 광고에만 목을 맬 것인가.

여하튼 양력 섣달 그믐날 아이들을 컴퓨터와 텔레비전에서 떼어 놓기 위해 목포로 선상 해맞이 여행을 떠났다. 아이들에게는 무박 2일의 여정이 힘들까봐 그동안 미루어 왔던 일이었다. 밤 12시, 충북체육관근처는 해맞이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시동을 켜 놓은 버스들이 먼 길 떠나려는 종마처럼 부르릉거리며 허연 입김을 뿜어낸다.

평소 같으면 곤히 잠들어 있을 깊은 밤 자정, 해를 맞으러 간다는 하나의 목적으로 버스 안에서 다 같이 한 해를 넘긴 사람들은 처음 보는 사이임에도 금세 친밀감이 만들어진다.

4시가 채 못 되어 목포에 도착, 씨스타 크루즈라는 배에 승선했다. 우리나라 제일가는 규모의 배였지만 서너 살 아이부터 팔십이 넘은 노인까지 사람들은 발 디딜 틈 없이 빼곡히 들어찼다. 밤을 새우다시피 하여 몸은 피곤했지만 어딜 가나 사람들이 서성이는 흥성스런 분위기가 좋았다.

어린 시절, 명절 전날 밤 친척들이 모인 마당의 분위기가 이러했다. 왁자지껄 음식을 나누어 먹고 보름달을 함께 바라보던 정겨운 시절이었다. 그때처럼 많은 사람들의 기원이 서린 상서로운 분위기 속에서 아이들에게 새로운 한 해의 태양을 보여주고 싶었다.

"아빠, 어제 뜬 해나 내일 뜨는 해나 똑같은 해인데 왜 하필 오늘만 의미가 있지·"

아이 말대로 자연의 세월이나 시간이 분절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절기와 시제는 인간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산물일 따름이다. 그럼 그 풍속에는 어떤 의의가 있을까. 한 달, 또는 한 해라는 매듭이 왜 필요할까. 자신을 때때로 돌아보고 새로운 각오로 나아가자는 것일 게다.

1월 1일 새 날의 해는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어둠을 물리친 기운은 환하게 주위를 밝혀 스스로의 변함없는 존재를 알렸다. 다만 태양은 구름 뒤에 가려져 있을 뿐이었다. 해가 현신(現身)하지 않자 사람들은 붉은 한지에 불을 붙여 풍등을 날아 올려 보냈다. 바다의 동쪽 하늘 쪽으로 날아간 동백꽃잎 풍등은 영락없는 일출의 모습을 닮았다. 2012년 1월 1일, 구름 뒤에 제 모습을 감추었던 태양은 인간들의 간곡한 헌신을 고맙게 받았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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