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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윤

"나이를 먹어도 얼굴은 젊었을 때 그대로라면 좋으련만……."

노년으로 접어드시던 어머니가 거울 앞에서 주름과 흰머리를 보며 한탄하곤 하시던 기억이 난다. 나이 들어가는 아내도 때로 TV에서 중견배우들을 보면서 '어쩌면 저리도 늙지 않을까'하며 부러움 섞인 감탄을 하곤 한다. 하지만 나는 60대 중반을 넘긴 한 여자 가수의 얼굴이 너무 잔주름 하나 없이 팽팽한 걸 보고 예쁘기보다 이상하게 느껴진 경험이 있다. 사람 냄새가 아니라 인공의 화학제품을 보는 듯한 거부감마저 일었다.

외국항공, 그 중에서도 유럽 쪽의 항공기를 이용하다 보면 우리와 확연히 다른 점을 하나 볼 수 있다. 바로 승무원들의 연령대다. 20대의 젊은 승무원들로만 이루어진 우리나라와 달리 그들은 4,50대까지 다양한 나이의 얼굴을 보인다. 심지어 노르웨이 항공기를 탔을 때는 거의 70대에 가까워 보이는 할머니도 한 분 계셨다. 젊은 여성의 예쁜 웃음도 좋겠지만 할머니의 인자한 미소도 여행객의 피로한 심신을 더 포근히 감싸주는 듯 편안하게 느껴졌다. 그분이 차를 따라줄 때 승무원으로서 시중을 든다기보다 여행자들을 따뜻하게 돌보는 어머니나 할머니의 손길처럼 여겨진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이란에서는 나이 든 여인을 칭송할 때 '케르만 카펫' 같다는 비유를 한다고 한다. 그 카펫은 많이 밟힐수록 색깔이 선연히 살아나며 아름다워지기 때문이다. 급속하게 고령화되는 시대에 이제는 나이듦에 대한 전반적 인식이 바뀌어야 할 것이다. 영화 '은교'에서 노시인은 "젊음이 노력으로 받은 상이 아니듯 늙음은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라는 말을 한다. 젊음도 늙음도 그저 자연의 섭리로 돌아가는 삶의 이치다. 다만 전보다 더 건강한 노년을 누리는 시대에 노인도 어디서든 활기차게 일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할 것 같다. 특정 분야에서 젊은이만이 일할 수 있다는 선입견이나 편견을 버리면 외국 항공처럼 노인 스튜어디스도 얼마든지 활동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유교적 이념으로 노인 공경에 대한 뿌리가 깊다. 심지어 양반은 물론 상민 천민 그리고 여성까지도 일정 나이에 이르면 일종의 명예직으로 벼슬을 하사하는 '노인직'도 있었다고 한다. 요즘 시대에 노인을 공경한다는 것은 이제 그들에게 일을 준다는 의미다. 무조건 편히 쉬게 하는 것이 우대가 아니다. 또한 노인도 나이들수록 온화하고 인자한 태도가 필요하다고 본다. 나이를 권위로 내세워 젊은이들에게 군림하려 한다면 오히려 소외되기 쉽다.

수목생리학에 의하면 나무의 줄기에서, 늙은 세대의 나이테는 중심 쪽으로 자리 잡고, 젊은 세대의 나이테는 껍질 쪽으로 들어서는데, 중심부의 늙은 목질은 말라서 무기물화되어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중심부의 굳어버린 단단함으로 나무라는 생명체를 땅 위에 곧게 서서 살아갈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다. 며칠 전 강원도 원주 반계리의 천연기념물 167호인 한 은행나무 사진을 보았다. 수령 800년, 키 33m, 동서 길이만 35m라는 은행나무의 노란 광휘가 거대한 등불이라도 켠 듯 휘황했다.

나이 듦은 쇠락만이 아니라 인류사가 끊이지 않게 하는 생명활동의 지속을 의미한다. 그것이 나이든 사람도 주변을 밝혀가며 건강하게 일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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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