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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윤

前 산소마을 편집장

푸른 밤 하늘에 달빛이 사라져도 사랑은 영원한 것

찬란한 태양이 그 빛을 띄우듯 사랑은 영원한 것

강물이 흐르고 세월이 흘러도 사랑은 영원한 것

'불후의 명곡'이란 TV 프로그램에서 가수 소냐가 '사랑의 맹세'를 부르고 있었다. 그런데 춤동작이 독특하고 우아하게 느껴졌다. 가만히 보니, 노래 내용을 수화로 전달하는 것이었다. 멋진 가창력과 아름다운 가사,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따스한 마음씨까지 곁들여져 정말 한 편의 드라마처럼 감동적이었다. 흔히 TV를 '바보상자'라 경원시하는 시각이 많지만, 가끔 이렇게 보기 드문 장면을 접할 때마다 거실에서 TV 치우지 않기를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한편 왜 그동안 다른 가수들은 저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도 들었다. 가끔 뉴스를 전달할 때 수화를 곁들이는 것을 본 적은 있지만 문화나 오락면에 있어서 청각장애인에 대한 배려는 전무하다시피 했다. 특히 '나가수'로부터 촉발된 이런저런 가요 프로그램에서 가수들의 화려하고 아름다운 음역을 즐기며 감상해온 나 자신도 알게 모르게 그들을 소외시켜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청각장애인들에게 가수들은 그저 어항 속의 물고기처럼 입만 벙긋거리는 존재였구나 하는 서글픈 생각이 든 것이다.)

요즘은 장애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되었다지만 그동안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장애인은 흔히 온전치 못한 사람으로 경시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그들을 위한 배려와 관심이 매우 부족했다. 그런 면에서 노래와 함께 전달한 소냐의 수화는 그 어느 댄스보다 눈물겹도록 아름다웠다. 소리는 다만 귀로만 듣는 것이 아니라 볼 수도 있음을 일깨워주는 소중한 무대였다.

수년 전 말하지 못하는 목사님의 특별 강연을 들은 적이 있었다. 물론 음성을 낼 수 없으니 목사님은 수화를 사용해야 했다. 하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수화를 모르니 부인이 대신 말로 통역을 해 주었다. 정감 있고 차분한 부인의 음성은 목사님의 수화와 어우러져 그 자체로 한 편의 예술품 같았다. 그 설교 중에 잊히지 않는 내용이 있다.

"일본의 어느 호텔 로비에 들어서니 새 한 마리가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하고 인사하더군요. 새도 저렇게 말할 수 있는데 왜 나는 아무 소리도 낼 수 없을까 몹시 가슴 아팠습니다."

하지만 말하지 못하는 목사님의 설교는 부인의 통역과 더불어 당시 우리들에게 그 어떤 멋진 음성과 화려한 언변으로도 전달하지 못하는 큰 감동을 주었다. 평소 설교시간을 지루해하던 아이들조차 귀를 쫑긋 세우고 몰입하여 들었다.

"한 음만 있으면 무슨 소리인지 모른다. 다른 음이 있으니 감정이 드러나는 거다. 박자도 마찬가지다. 빠른 게 있어야 느린 것도 있다."

최근 신문 인터뷰에서 뮤지컬 음악감독 박칼린이 균형 감각을 강조하며 한 말이다. 우리가 흔히 장애인이라고 부르는 사람 말고도 사람은 누구나 장애를 갖고 있다. 다만 보이는 장애와 보이지 않는 장애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오늘처럼 나와 다른 '소리의 장애'를 가진 사람은 때로 나의 편협된 생각을 고쳐 주며 균형 감각을 일깨워 준다. "소리는 듣는 것뿐만이 아니라 볼 수도 있는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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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