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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윤

前 산소마을 편집장

화석에 남겨진 자료에 따르면 낙타는 200만 년 전까지 수 천 년 동안 오늘날 미국과 캐나다의 광활한 초원에서만 번성했다고 한다. 그러던 낙타가 왜 북아메리카 대륙을 떠나 하필이면 살기 힘들고 척박한 사막에서 살고 있을까. 현재는 북아메리카 대륙에 낙타는 더 이상 살지 않는다.

생태학자 최형선씨는 그 이유를 쉽고 재미있게 분석했다.

"낙타는 기후 적응력과 양분 저장능력이 다른 동물에 비해 아주 빼어나다. 그러므로 굳이 먹이사슬의 경쟁자들이 우글거리는 곳에 머물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다른 동물들과 먹이다툼을 벌이지 않아도 되고, 영역 다툼도 없으며, 힘센 놈이 나타나면 달아나지 않아도 되었다."

얼마 전, 강원도 산골을 다녀 온 적이 있었다. 강원도 산골에서 고랭지 배추를 재배하는 한 지인과 약속을 지킬 요량이었다. 저녁 무렵 바다가 훤히 보이는 원두막에서 푸짐한 삼겹살로 배를 채우고 피로를 푼다고 일행은 모두 덜컹거리는 트럭을 타고 목욕탕이 있는 읍내로 향했다.

허름한 목욕탕이었다. 목욕을 마친 여자 한 분이 말한다.

"뿌연 수증기 사이로 드문드문 사람의 형체가 보일 듯 말듯 했어요. 한쪽 구석에서 이상한 풍경을 보았습니다. 하나같이 등이 굽은 여인들이 떼로 몰려와 목욕을 하는 겁니다. 앙상한 몸매에 머리를 닭처럼 아래로 향한 채 연신 물을 뿌리는 모습…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굽은 등이 마치 낙타의 등에 솟은 봉처럼 보였어요."

"여기 아낙네들은 다 그래요. 몇 십 년을 허리를 굽혀 배추농사를 짓다 보니 다 낙타의 등처럼 저리 되었어요. 아무리 힘들어도 이곳을 떠나지 못해요. 다른 곳에서는 살 수가 없나봅니다. 평생 배운 것이 배추농사거든요. 우리들도 그렇게 불러요. 낙타들의 목욕이라고."

한낮의 무더위, 물과 음식 부족만 견뎌내면 되는 사막이 낙타에게는 어쩌면 담담한 삶을 누리게 하는 최적의 공간이었을 것이다. 낙타가 먹을 것 풍성한 초원을 버리고 결국 사막으로 간 이유가 그런 것이었을까. 배추농사를 짓는 여인들은 도심을 동경하지 않는다. 사막의 낙타처럼 자연의 환경을 그냥 견디어내면 되는 이곳을 평생 떠나지 않는다고 한다.

서울시립미술관에 가면 송필 작가의 작품 '실크로드 2012'가 있다. 이 작품은 감당하기 힘든 커다란 돌덩이를 인 채로 묵묵히 나아가는 낙타의 여정을 담고 있다. 커다란 짐을 이고 사막을 종단하는 낙타처럼 오늘날 우리들도 무거운 돌덩이를 짊어지고 삶을 어렵사리 영위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무거운 삶을 등에 이고 가다 결국 낙타의 등처럼 굽어 '낙타들의 목욕'이라고 말한다니 가슴이 먹먹해 온다.

이청은 장편소설 '별을 담은 낙타의 눈처럼'에 "언제 끝날지 모르는 사막, 그 사막을 외로이 걸어가는 낙타에게 힘이 되는 것은 언제나 밤하늘을 빛내고 있는 별이 아닐까 싶어."라고 한 주인공의 대사가 인상적이다.

등이 굽은 그분들의 눈망울은 적어도 별을 담은 낙타의 눈처럼 순정하게 빛나고 있으리라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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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