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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윤

前 산소마을 편집장

지난 주, 여수엑스포 세계박람회를 1박2일의 일정으로 다녀왔다. 화창한 날씨와 바다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덕에 꽤나 지루했을 대기의 행렬에서도 행복했다. 이번 여수엑스포는 눈길 닿는 곳마다 첨단 디지털화면을 통해 구현되는 세상은 별천지였다. 76개의 전시시설은 바다를 통해 생명의 발원지이자 식량의 보고인 바다와 연안(沿岸)의 중요성을 각인시켜주고 있었다. 그동안 인류가 산업의 발달로 한동안 자연을 파괴하는 역사였다면, 이제는 극대화된 과학기술로 파괴된 지구의 환경을 보호하려는 노력의 역사가 시작되는 듯 했다.

여수엑스포 관람객들은 전시관마다 펼쳐지는 화려한 디지털 세상에 한동안 넋을 놓고 빠져들었다. 해가 뉘엿뉘엿 기울 즈음, 여수의 밤하늘에 다시 화려한 해상공연이 펼쳐졌다. 그런데 그곳에서도 어김없이 레이저와 3D화면으로 가득 채워졌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사람들은 지나친 테크놀로지의 현란함에 식상하기 시작했다. 옆 좌석에 있던 한 관람객이 "온종일 그래픽화면만 보다보니 눈이 지끈지끈 아프다. 첨단 과학이 놀랍기는 하지만, 자연이야말로 최고의 과학이지."라고 말한다. 그의 말처럼 디지털이 아닌 아날로그적 감성이 그리워질 때, 일본관에서 만난 '카이이야기'는 시원한 바람처럼 내 가슴에 흘러들고 있었다.

'카이의 이야기'는 늦은 밤, 일본관에서 만났다. 입구에서는 물고기 나무로 이루어진 숲이 관객을 맞이했다. 그러면서 '물고기와 숲은 무슨 관계일까?'라는 의문이 화두처럼 맴돌았다. '숲은 물의 고향입니다'라는 영상속의 문장이 마음에 흘러들며 '카이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카이의 이야기'는 실제의 연극무대에 애니메이션과 첨단 3D 영상이 결합된 복합영상물이었다. 무대 위에 설치된 연극세트는 아날로그적 감성이 풍겼다. '카이의 이야기'는 쓰나미로 가족을 잃은 카이가 바다를 바라보며 슬퍼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카이는 무너진 건물 잔해에서 발견한 진흙 묻은 자전거를 보고 반가워한다. 카이가 타던 자전거였다. 카이가 자전거에 올라타자, 자전거는 마술처럼 신비한 자전거로 변했다. 자전거를 탄 카이는 하늘과 바다를 오가며 새로운 세상을 경험한다. 결국 파괴된 세상을 다시 일으키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미래에 대한 희망을 되찾는 내용이었다.

'바다'라는 이름을 가진 주인공 카이가 여행을 끝내고 돌아오자, 무너진 담벼락에 쪼그려 앉은 할머니를 발견한다. 할머니는 "모두 무너진 자리에 그래도 꽃이 피었어. 너무 예쁘지 않니?"라고 말을 건넨다. 그때 카이는 "제가 물을 좀 줘도 되나요?"라며 다가서자 할머니는 "참 착한 아이로구나."라며 따뜻한 미소를 건넨다. 꽃에 물을 주려는 카이의 행동은 삶의 의지며, 할머니의 따뜻한 미소는 미래에 대한 희망이었다.

동일본 대지진을 겪은 후, 다시 일어서는 일본인의 다양한 모습이 화면에 등장하는데 특히 산에서 나무를 심는 어부의 모습이 각별했다. '왜 어부들이 산에서 나무를 심을까?'란 의문은 '카이의 이야기'속에 녹아있었다. 숲과 바다는 서로 상생(相生)의 고리임을 알려주고 있었던 것이다.

화려한 IT의 각축장이 되어버린 여수엑스포 박람회는 반면교사(反面敎師)처럼 자연의 소중함을 새삼 일깨워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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