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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윤

前 산소마을 편집장

중학교 2학년 다니는 아들 녀석과 '싸웠다'. 요즈음은 아버지가 아들을 '야단치다' '타이르다'가 아니라, '싸웠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세태다. 싸움의 발단은 대개 말씨름으로부터 시작된다. 그 원인은 단연 컴퓨터 게임 때문이다. 아이는 한 번 게임의 세계로 빠져들면 그칠 줄을 모른다. 그래서 컴퓨터에 비밀번호를 걸어놓고 주말에만 일정한 시간에 게임을 할 수 있도록 어렵사리 합의했다. 이른바 신사협정을 맺은 것이다. 하지만 그 협정을 깬 쪽은 늘 아들이다.

평일에도 컴퓨터를 사용해야 한다는 녀석의 주장이 다시 다툼의 발단이었다. 이유는 게임을 하기 위해 다운로드를 받아야 하는데, 주말에 정해준 게임시간에 다운로드를 받다보면 정작 게임은 제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이 아들의 항변이었다. 서로 대화의 각을 세우다보면 감정이 생기게 된다. 녀석의 거센 반발에 감정을 참지 못하고 손이라도 올라가면, '폭력 아빠'라고 몰아세운다. 그러면서 외친다.

"왜 아빠는 함부로 말을 해도 되고, 나는 왜 안 되는데?"

얼마 전, 탁구장에서 운동을 했다. 그런데 옆 테이블에 고등학생 쯤 되어 보이는 학생 4명이 운동을 하고 있었다. 그들의 대화를 우연히 듣게 되었다.

"야, 이번 게임으로 저녁 때 맥주내기 할까?"

그 말을 듣는 순간, 운동하는 아이들을 한참 바라보았다. 분명 고등학생 정도의 앳된 얼굴이었는데 서슴없이 어른 흉내를 내고 있었던 것이다. 술내기라니. 나는 운동경기를 중단하고 물었다.

"혹시 대학생입니까?"

"아뇨, 고2입니다."

"근데 내기게임을 술내기로 하나요?"

"……"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그런데 그들이 놓아둔 소지품을 보는 순간, 할 말을 잃어버렸다. 버젓이 담배까지 놓여 있었던 것이다. 그 대화가 껄끄러웠는지 그들은 다른 테이블로 멀찌감치 옮겨 갔다. 그때 함께 운동하던 동료가 한 마디 한다.

"겁도 없네.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함부로 간섭해. 부모도 못 말리는데……그러다 봉변당하면 어쩌려고. 고등학교 2학년이면 술 먹고, 담배피우는 거 이제는 예사지."

그런 것이었나. '하긴 중학교 2학년인 내 자식도 어쩌지 못하면서 감히 누굴 가르치려고 했던가.'라는 자조 섞인 회한이 밀려든다. 그때 또 다른 동료가 한마디 더 보탠다. 며칠 전, 친구인 선생님에게 들었다는 어느 학생의 말이었다. 교무실에 불려온 한 학생이 잘못을 타이르는 교사에게 "왜 우리만 '선생님'하고 높여 불러야 됩니까· 학생들에게도 '학생님'이라고 불러주세요. 우리도 인격이 있다고요."라고.

개인의 인격(人格)은 강조되지만, 진정한 인간성(人間性)은 퇴보하는 시대다. 교사가 학생들을 지도하다 말이라도 잘못하면, 학생들로부터 여지없이 스마트폰에 찍혀 고발당하는 시절이 아닌가. 주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도 서로 간섭하지 않는 것이 지혜로운 세상이다.

윗사람이 아랫사람의 잘못을 타이르고, 이끌어주는 모습은 오래된 유물처럼 세상에서 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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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